미국은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인종차별국가?
한국엔 인종차별이 없다는 당연한 전제에서 출발하는군요...그럼 몇 해 전 프랑스에서 있었던 이민자들의 항의는 무엇에 대한 항의였다고 생각하는지?

게다가 오바마가 탈신자유주의의 선두주자라고?

놀랍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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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당선은'탈신자유주의 시대'개막의 첫 포성

박경순(진보정치연구소 부소장)



미국에 흑인대통령시대가 열렸다.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인종차별국가였던 미국사회에서 흑인대통령이 탄생했다는 것은 그 자체가 문명사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야말로 역사적 사변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측면보다는 현재 미국이 직면한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이라는 측면이 더 부각되고 있다. 과연 오바마 당선자가 당면한 경제위기를 수습하고, 실추된 미국의 국제적 지위를 회복시켜 줄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초미의 관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또한 대외정책에서 군사적 일방주의를 벗어던지고, 국제적 협력주의로 되돌아 올 것인가 하는 것도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또한 오바마 당선이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고, 오바마 시대 한반도 정세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하는 문제도 초미의 관심사항으로 부각되고 있다.
오바마 당선의 정치적 의미와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보고, 한국진보운동의 정치적 입장과 과제를 정리해 본다.

1. 오바마 당선의 정치적 의미

민주당 '흑인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가 미국 44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미국사회에서 흑인이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역사적 사변이다. 이것은 오랜 흑백대결시대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미국의 역사에서 위대한 발전이며, 정치의 혁명이다.
미국사회에서 인종문제야말로 다양한 사회 계급적 문제를 왜곡시키고, 계급투쟁의 정상적 발전을 가로막고 있던 주범이었다. 다양한 사회 계급적 문제들이 인종문제로 변질되면서 맹목적 인종갈등과 대결이 정상적인 계급투쟁의 발전을 가로막아 버렸다. 그 결과 미국사회에서는 계급적 정당과 정치가 발전할 수 없었으며, 노동운동을 비롯한 진보적 운동이 지체되었다.
그런데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서 미국인들은 비로소 인종의 장벽에서 해방될 수 있는 조건을 맞이했다. 인종문제의 프리즘을 벗어나 모든 계급 계층들이 이제 계급적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단결하고 투쟁하고 대결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됐다. 이번선거에서 오바마를 지지했던 백인유권자들의 비율이 43%정도 되는데, 이것은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지했던 비율을 초과한 수치이다. 이것은 미국의 백인들의 투표행위에서 인종문제가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제야말로 미국정치가 정상적 발전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됐다.
오바마의 당선은 흑인대통령시대를 열었다는 것 말고도 더욱 중요한 정치사적 의미를 담고 있다. 그의 당선은'탈신자유주의 시대'개막을 알리는 첫 포성이었다. 이번 미국 대선은 1929년 대공황이후 최대의 금융공황사태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치러졌으며,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감세와 작은 정부론)을 둘러싼 대결이 중심적 쟁점으로 부각됐는데, 신자유주의 정책 고수를 주장했던 매케인이 패배하고, 신자유주의 정책수정을 주장했던 오바마가 승리했다. 이것은 신자유주의 정치세력과 반신자유주의 정치세력사이의 투쟁에서 반신자유주의 정치세력의 승리이며,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와 정책의 정치적 파산선고이다. 특히 지난 2006년 미국 의회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에 연이어 이번 대선에서도 승리했으며, 이번 대선과정에서 미국 민중들이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했다는 것은 오바마의 당선이 결코 우연이나 행운이 아니라 미국 정치의 구조적 변화와 대중들의 정치적 적극성의 발현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2. 오바마 당선의 정치경제적 배경

이번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당선의 일등공신은 뭐니 뭐니 해도 미국 판 금융위기이다.
9월 초 미 공화당 전당대회이후 매케인과 오바마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뒤바뀌었다. 대선기간 내내 버락 오바마 후보는 계속 4~5% 정도 선두를 지켰다. 그런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매케인이 페일린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뒤, 여론의 흐름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소위 페일린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매케인은 버락 오바마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9월 14일자 AP통신은 존 매케인이 오바마 후보에게 4%정도 앞섰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이 시점 다른 여론조사도 대체로 매케인이 근소한 비율로 앞서거나 동률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대선기간 중에 처음으로 공화당의 매케인이 여론조서에 앞서는 사태가 발생했다.
오바마에게는 절대 절명의 위기였다. 그런데 9월 15일 리먼 브러더스 투자은행이 파산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연이어 미국의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이 급격한 혼란 상태에 빠져들었고, 미국 정부는 급기야는 7500억 달러의 구제금융안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발 금융위기가 미국 대선 판을 뒤흔들었고, 여기에서 직격탄을 맞은 것은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였다. 매케인 후보는 금융위기상황에서도 미국경제의 토대는 튼튼하다고 역설했고, 여전히 부시행정부의 실패한 감세정책을 고집했다. 그러자 유권자들은 대거 매케인에게 등을 돌리고, 오바마 지지로 돌아섰다. 그러면서 오바마가 다시금 대선국면의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고, 여론조사는 대선기간 내내 오바마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대선직전에는 매케인과 지지율 격차를 10%가까이 벌림으로서 사실상 승패를 미리 결정지어 버렸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이번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당선의 일등공신은 미국 발 금융위기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의 당선을 금융위기가 가져다 준 행운이라고만 단정할 수 없다. 오바마가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미국 발 금융위기라는 외부적 충격 이전에 이미 미국인들의 여론들이 밑바닥에서부터 변화했기 때문이며, 지난 수 십 년 동안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던 대중들이 아래로부터 새로운 변화를 향한 적극적 활동과 투쟁을 전개했고 이들이 오바마 당선을 위해 헌신적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점들이 오바마 당선의 진정한 원동력이다.
금융위기라는 외부적 충격과 함께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들을 정리하면, ○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 이라크 침공으로 인한 대중적 분노의 폭발, ○ 미국의 보수적 정치지형의 퇴조와 대중들의 정치적 적극적 고양 ○ 광범한 대중들의 적극적 선거참여와 오바마 지지라고 말할 수 있다.

이번 선거를 한마디로 말하면 부시행정부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 이라크 침공에 대한 대중적 심판의 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의 확대로 인한 대중들의 생활적 불만이 누적되는 데다, 부도덕하고 침략적인 이라크 전쟁에 대한 실태가 대중들에게 폭로되자 대중들은 부시행정부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확실히 미국의 여론이 밑바닥에서부터 변화했고, 이것이 오바마의 등장과 대선 승리의 원동력으로 됐다. 부시행정부 시절 외형상 경제성장률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6년 미국 의회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대승했다. 또한 이번 대선기간 중에도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가 여론의 우위를 줄곧 점해왔다. 이것은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부가 소수 부자들에게만 집중되고, 사회적 양극화가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1980년부터 소득불평등이 꾸준히 상승해 2000년대 이후 새로 생산된 부의 45%를 상위 10% 계층이 독점해 버렸다. 이는 1970년대와 비교하면 50%이상 증가한 것이며, 대공황 당시의 부의 불평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외형상 경제성장률이 괜찮음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의 경제에 대한 불만이 높아가고, 이것이 부시행정부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대한 분노로 모아져 갔다. 더불어 정부의 역할에 대한 여론도 변하기 시작했다. 카트리나 사태에 대한 정부의대응을 본 미국인들은 정부의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고, 이것이 신자유주의 정책의 핵심인 작은정부론에 대한 회의로 확산되었다. 90년대 후반에는 정부가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32%에 불과했지만 현재에는 미국인들의 41%가 그렇다고 대답하고 있다. 카트리나 직후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는 여론이 38%에서 45%로 급증했다. 이처럼 이번 선거는 부시행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이라크 전쟁에 대한 대중적 심판의 장이었으며, 그것이 민주당의 오바마 지지로 결집되었고, 오바마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 오바마가 승리할 수 있었던 데에는 미국 정치지형의 구조적 변화도 커다란 역할을 했다. 미국의 정치지형은 확실히 94년 뉴트 깅그리치 혁명이후 보수적 정치지형이 고착되었으며, 그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신보수주의 정치세력이 공화당을 장악하고, 부시행정부의 중심세력으로 등장했다. 뉴트 깅그리지 혁명이후 미국 공화당의 권력 장악 과정에서 기독교 우파(복음주의 기독교세력)들이 적극적인 역할을 했으며, 이들이 미국정치와 사회의 보수화 흐름을 주도했다. 이처럼 보수적 정치지형은 부시행정부 2기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붕괴되기 시작했다. 부시행정부 2기에 접어들면서 보수적 정치지형이 붕괴된 데 결정적 영향을 끼쳤던 것은 사회적 양극화 확대로 인한 대중들의 경제적 처지의 열악화, 이라크 전쟁실패에 대한 대중적 반발 확산, 공화당 정치세력들의 도덕적 부패이다. 미국의 보수적 정치지형이 서서히 바뀌었다는 것은 공화당원과 민주당원들의 증감에서 뚜렷이 나타났다. 갤럽여론조사의 장기분석에 따르면 민주당원과 지지자들은 2002년 이후 7%가 증가한 반면, 공화당원과 그 지지자들은 같은 기간 6%가 줄어 현재 미국인들의 52%가 민주당인 반면 공화당은 39%라고 한다. 또한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민주당은 올해 47만 4000명의 당원을 새로 확보한 반면 공화당은 34만 4000명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이것은 미국의 정치지형이 서서히 보수적 지형에서 벗어나 진보개혁적 지형으로 변모해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대선과정에서 나타난 특징은 민주당세력들은 단합한 반면 공화당 세력들은 내부적으로 분열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 오바마 승리의 결정적 동인은 오바마의 풀뿌리 선거운동방식이다.
미국의 언론들은 버락 오바마 당선의 원동력을 분석하는 기사들에서 미국 선거혁명의 주인공들은 조지 부시 8년 동안 악화일로를 겪던 양극화에 다치고, 사회적 편견으로 마음이 상했던 서민과 중산층 흑인과 히스패닉 주민들이며, 그동안 정치에 등을 돌렸던 젊은이들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주변부에서 서성거리던 이들이 버락 오바마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을 뿐만 아니라 자발적인 선거운동에 적극 참여함으로서 오바마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뉴욕타임즈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흑인의 95%, 히스패닉의 66%, 아시아계의 62%가 오바마를 선택했고, 18~29세 청년의 66% 역시 소중한 한 표를 오바마의 ‘변화’에 희망을 걸었다. 1964년 이후 최고를 기록한 62.5%의 투표율은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여기에서 이번 미국대선에서 높은 선거율의 의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3. 오바마 시대의 미국 정치의 향방

이번 미국 대선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앞세운 신보수주의 세력(파시즘 세력)과 범 민주주의 세력들의 대결전선에서 '범 민주주의 세력'의 승리라고 규정할 수 있다. 범 민주주의 세력은 계급적으로는 독점자본의 온건 분파에서부터 노동조합 세력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계급과 계층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 사이의 정치사상적 결합은 매우 취약하다. 그런데 이들이 하나로 결집할 수 있었던 배경은 정치군사적으로는 이라크 침공으로 대표되는 일방적 패권주의 대외정책, 경제적으로는 이번 금융공황으로 폭발한 신자유주의 경체제제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와 대중들의 경제적 빈곤의 심화에 대한 대중적 분노와 반발의 확산이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이념과 계급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제 계급 계층들의 연합으로 대통령자리를 거머쥔 버락 오바마 당선자가 향후 어떤 정치적 행보를 하는가에 따라 미국 정치경제의 미래가 크게 좌우될 것이며, 더 크게는 세계사의 향방이 좌우될 것이다.
버락 오바마의 정치적 행보는 아직 구체적으로 예측할 수 없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기조를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다.

첫째, 정치군사적 측면에서 미국중심의 일방주의 외교노선과 군사적 패권주의 정책을 부분적으로 수정 완화해, 대화와 협력을 중시하는 국제협력주의 노선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부시행정부의 일방주의와 군사적 패권주의가 미국의 정치 도덕적 권위를 약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정치군사적 외교적 목표관철에도 실패했다고 분석하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정치적 지도력 회복이라는 목표아래 대화와 협력을 중시하고, 일방주의보다는 국제적 협력을 강조하는 외교노선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추가 파병을 주장함으로서 대테러전쟁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그 한계가 뚜렷하다. 동북아시아 정책에서는 부시행정부의 미일동맹 중심의 아시아 정책에서 벗어나 미일동맹과 미중협력을 병행하는 병행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경제적 측면에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부분적 폐기와 수정이 이루어질 것이다. 뉴욕타임즈는 오바마노믹스에 대해 "빌 클린턴의 자유 시장주의에서 유럽식 사회민주주의가 가미된 것"이라고 평가했는데, 사실 아직 오바마의 경제정책의 구체적 실체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오바마 시대의 경제정책은 최근 문제로 되고 있는 금융위기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대안체제를 모색할 것인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경제정책 문제는 기득권 세력들의 반발이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 세력들과의 대결에서 누가 기선을 잡는가에 따라 그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이것은 클린턴 정부 시절 의료보험 개혁이 좌초된 예에서도 잘 나타난다. 다행인 것은 금융위기 자체가 어떤 면에서는 기존 경제적 지배세력들의 힘과 영향력을 결정적으로 약화시켰기 때문에 경제적 측면에서 새로운 개혁적 정책을 밀어붙이기 쉽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민주당의 경제정책의 기조와 오바마의 발언들을 종합해 볼 때 오바마가 추구하려고 하는 경제정책은 부자들에 대한 증세와 중산층과 서민에 대한 감세정책 실시, 경기부양책의 실시, 미국 산업 보호정책의 실시(보호무역주의 강화),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 국가의 주도적 역할 강화 등이다. 이것을 일부 분석가들은 신 뉴딜정책이라고도 부르고 있다.

셋째, 사회적 측면에서 의료보험 개혁, 배아복제 허용, 지속가능한 에너지 개발문제, 교육문제, 환경문제(기후협약문제) 등 공화당 행정부 아래에서 억눌렸던 제반 자유주의 정책들을 실시하려 할 것이다. 여기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클린턴 시절 실패했던 의료보험 개혁을 관철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번 대선과정에서도 대부분 경제문제가 중심적 이슈였다고 답했지만 의료보험문제도 10%이상의 유권자들이 투표행위선택의 제일차적 기준이었다고 답했다. 그만큼 미국사회에서 의료보험 개혁문제는 매우 절박하고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상과 같은 윤곽을 갖게 될 오바마의 정책들은 신자유주의 체제아래에서 고통을 당하고 있는 대중들이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체제의 전면적인 구조적 변혁과는 거리가 멀고 단지 부분적이고 점진적인 개혁만이 있을 뿐이다. 민주당의 계급적 한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오바마로서는 자신을 지지했던 대중들의 염원과 열망을 철저하게 대변하고 관철할 의지와 능력도 갖추지 못했다. 이러한 점에서 오바마의 당선과 오바마 시대의 미국에 대해 너무 큰 기대를 갖는 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짓이다. 오바마와 민주당 역시 독점자본가 계급에 기반하고 있는 지배계급의 일부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오바마 행정부와 부시행정부 모두 독점자본가계급의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달라질 것이 없다고 보는 견해야말로 교조적이며, 본질환원론의 오류에 빠져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와 부시행정부는 모두 독점자본가 이익을 대변하는 정권이긴 하지만, 매우 중요하고 중대한 차이가 존재하며, 바로 그 차이야말로 세계사의 향방을 정반대로 바꿔 놓을 만큼 중요한 차이로 된다.
부시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의 본질적인 차이는 앞에서도 밝힌 바 있듯이 하나는 파쇼정권이며, 다른 하나는 반파쇼정권이라는 점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독점자본가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권이지만, 파쇼적 방식의 통치수법에 매달리기보다 보다 민주적 방식의 통치수법을 통해 계급적 이익을 관철하려고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사회계급과 계층들의 민주주의적 요구와 지향을 부분적으로 대변할 것이며, 민주주의적 활동과 투쟁이 활성화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며, 미국사회의 정치적 역동성을 확대시켜 준다. 또 국제적으로는 일방주의와 강압적 외교보다는 대화와 협력을 중시하는 외교를 펼치려 할 것이며, 그에 따라 국제적 힘의 역관계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라 순응하는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이며, 바로 이점 때문에 국제적 긴장완화와 대화협력이 확대될 것이다. 이는 몰락하고 있는 일극적 국제질서의 다극화를 촉진시키게 될 것이다.

4. 오바마 당선과 한반도 정세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등장이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것에 촉각이 곤두 서 있다. 그것은 미국이 한반도에서 차지하는 지위나 영향력으로 볼 때 너무도 당연한 관심이다. 미 행정부의 성격 변화는 한반도 정세발전의 외생변수가 아니라 내생변수로 되고 있다는 점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대선 못지않게 미 대선결과에 촉각을 곤두 세웠던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한반도 정책은 크게 대북정책, 한미군사동맹정책, 대한통상무역 정책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다. 여기에서 한미군사동맹정책은 대북정책이라는 큰 틀의 하위 종속적 정책으로서, 북미관계의 큰 틀의 변화이전에는 그 어떤 정권이 들어선다하더라도 선임정권의 정책을 대체로 계승하면서 미세한 정책변화를 모색할 것이며, 특히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의 변화에 따라 그 변화들이 이루어질 것이다. 현재 한미군사동맹관계는 21세기 군사동맹 재편과정에 따라 수년전부터 일정한 변화를 모색해 왔으며, 이러한 기본 방향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 대한 통상무역정책은 부시행정부 시절과 대동소이할 것이지만, 민주당 행정부가 미국 산업자본가 계급의 이익을 더욱 옹호하는 입장에 서 있기 때문에 통상 무역 압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자동차 산업이 붕괴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에 미국 자동차 산업 보호를 위한 대한 통상압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며, 한미 FTA 비준과정에도 크게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한반도 정책에서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고, 그에 따라 관심의 초점으로 되고 있는 것은 대북정책의 변화의 폭과 방향 문제이다.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은 그 이전과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점에 대체로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 스스로 후보 시절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직접 만날 수도 있다는 적극적 의지를 표명한 바 있으며, 북미 간 직접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과 북미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또한 부시행정부의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 방침에 대해 적극적으로 호응해 나서기도 했다. 이러한 점으로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게 되면 한반도 정세가 급물살을 타면서 북미해빙무드가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들을 내놓고 있다.
오바마 정부 등장이 아니더라도 북미관계의 큰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부시행정부가 결정한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는 결코 작은 변화가 아니라 북미관계와 한반도 정세의 큰 물결이 이미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현재의 북미관계 변화는 철저히 북미양국의 힘의 역관계의 변화에 따라 그에 상응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그 누구의 시혜나 선물이나 정책적 배려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점에서 미국의 차기행정부에 그 어떤 정부가 들어선다 해도 북미관계의 큰 흐름은 뒤바뀌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 행정부의 성격과 대북정책의 향방에 따라 북미관계 변화의 폭과 속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새롭게 등장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하는 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지금까지 알려진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은 비확산 방지에 최우선 정책우선순위를 부여하며 북미직접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에 집중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포괄적 해결을 지향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한마디로 말하면 대북 적대정책을 대북 관여정책으로 전환시키겠다는 것이다.
특히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의 변화에 주목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오바마정부의 외교안보 팀의 성격 때문이다. 현재 예상되는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팀이 대북정책에 정통한 사람들로서 대체적 북미직접대화와 관계정상화를 강력하게 지향했던 사람들이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과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그 방향도 북미대화와 관계정상화를 지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 같다. 이러한 점에서 오바마 당선은 한반도 평화 증진에 매우 유리한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부에서는 경제문제에 집중하느라 대한반도 정책이 우선순위에 밀리기 때문에 북미대화와 협상이 예상처럼 속도감 있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두 가지 점에서 오류에 빠져 있다. 첫째는 북미관계의 열쇠를 틀어쥐고 방향과 속도를 결정하는 쪽은 미국이 아니라 북한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이번 테러지원국 해제에서 드러났듯이 북미관계에서 미국 쪽은 자신의 의지대로 속도와 폭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고, 협상의 주도권은 확실히 북쪽으로 넘어가 있는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쪽 정책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에 협상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다. 둘째로 미국의 대북정책의 목표와 그것이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미국의 정책당국자들에게 북핵문제는 이미 북한의 핵개발 저지라는 목표에서 핵확산 방지라는 목표로 이동했다. 그런데 북한의 핵확산 문제는 미국중심의 단극체제에서 다극체제로의 장기전환이 시작된 현재 국면에서 미국 외교안보의 핵심과제이다. 이것을 고수하지 못한다면 미국의 국제적 지도력은 결정적으로 타격을 입으면서 다극체제로의 전환이 급격히 이루어지면서 미국의 지위와 영향력의 급속한 약화를 초래하는데, 이것은 미국으로서는 참을 수 없는 문제이다. 이 때문에 북핵문제의 해결은 미국의 대외정책에서는 분초를 다투는 화급한 문제로 된다. 그렇기 때문에 부시행정부가 미일동맹을 희생시키면서까지 테러지원국 해제를 결정했던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로 탄력을 받기 시작한 북미관계개선 움직임이 더욱 빠른 속도로 추진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북미대화의 앞길에는 여전히 암초가 놓여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북미관계에서 가장 큰 암초로 등장하고 있는 것은 북미관계 개선의 목표와 방향에 대한 북미 간 근본적 견해의 대립문제이다. 미국의 목표는 대한반도 영향력을 유지하는 조건아래에서 북미관계를 개선하는 것이지만 북한의 입장에서는 이것을 허용해 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북미 사이에 대화와 협상에서는 이 문제가 걸음걸음마다 장애로 등장할 것이다. 북미양국이 이러한 암초를 어떻게 제거 또는 우회해서 북미관계 개선의 폭과 속도를 높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야말로 정치와 외교의 영역이다. 하지만 이것을 규제하는 것은 북미 사이의 힘의 역관계이다. 어디까지나 북미양국의 힘의 저울추가 어떻게 기우느냐에 달려 있다.

5. 오바마 당선과 한국의 진보운동

오바마 당선을 한국의 진보운동진영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첫째 주체적 관점과 입장에 서서 바라보아야 한다.
오바마 당선에 대해 진보개혁세력들은 환영일색이다.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는 언론들도 오바마 당선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며 환영하는 기사로 도배질하고 있다. 이것은 부시행정부의 일방주의적 군사패권주의의 폐해를 피부로 느꼈던 우리들로서는 당연한 감정적 반응이라고 본다. 그렇지만, 오바마 당선에 우리들의 운명을 맡기는 것과 같은 태도야말로 비주체적인 태도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분명 오바마 당선은 한반도 평화통일 정세발전에 유리한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 주는 측면이 많다. 하지만 오바마 정권의 계급적 성격자체가 미국의 독점자본가 계급 이익에 충실한 정권이며, 제국주의적 지배질서의 유지 온존 강화를 지향하는 정권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들의 한반도 정책도 그 목표가 한반도의 자주와 평화, 그리고 통일에 맞추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지배종속질서의 유지 온존에 맞추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대화와 협상을 추구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한반도에 대한 제국주의적 지배질서를 효율화하기 위한 방편이다.
한반도의 자주와 평화, 그리고 통일은 오바마 정권의 정책의 결과물이 아니라, 철저히 한반도 자주와 평화세력의 힘과 노력의 산물이며, 한반도를 둘러싼 제 세력 간의 냉엄한 힘의 역관계에 따라 그 방향과 내용이 결정된다. 따라서 향후 한반도 정세도 역시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세력(미국과 한반도 자주평화세력)사이의 치열한 대결전을 통해 한반도 자주 평화세력이 지배주의 세력의 힘을 압도하고, 대화와 협상을 강제해 나갈 때에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듯 오바마 정권과 부시정권이 무엇이 다르냐는 것도 잘못된 관점이다. 구체적 현실에서는 특히 정치와 역사의 현장에서는 작은 사건 하나가 역사의 향방을 좌우하는 법이며, 작은 정책적 차이가 커다란 역사적 사변을 낳는 법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계급적 본질에서 동일하다고 해서, 양당이 정치경제적 정책과 노선의 차이가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양당의 정책과 노선의 차이가 우리들에게 전혀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들의 대한반도 정책의 변화와 차이가 한반도를 둘러싼 다양한 민족적 계급적 대립과 투쟁의 변화발전에 커다란 궤적의 차이를 가져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둘째 실천적 관점과 입장에 서서 대해야 한다.
한반도의 자주와 평화, 그리고 통일은 오로지 자주 평화세력들의 힘과 투쟁에 의해서 쟁취되는 것이다. 투쟁 없이 한반도의 미래는 개척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오바마 당선 그리고 그의 대한반도 정책 자체가 한반도의 자주와 평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환상에 젖어서는 안 된다. 한반도 자주와 평화세력들이 매케인의 낙선과 오바마 당선을 환영하는 것은 그것이 전 세계 평화세력과 전쟁세력사이의 대결전에서 평화세력이 승리한 결과이며, 그에 따라 향후 세계정세가 평화세력에게 유리한 환경과 조건이 만들어졌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유리한 환경과 조건에 불과할 뿐이다. 아무리 유리한 환경과 조건이 갖추어졌다고 하더라도 각각의 주체들이 그것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리한 환경과 조건이 갖추어져 있을 때일수록 더욱 더 전투적이고 투쟁적인 활동이 절박하게 요구되는 법이다.
한반도 자주와 평화에 유리한 환경과 조건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은 전적으로 주체에 달려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바마 당선으로 한반도 자주와 평화에 유리한 환경과 조건이 갖추어져 있는 지금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인 활동과 투쟁을 펼쳐나가야 한다. 반전평화 기치를 내리지 말고, 더욱 더 높이 들고 반전평화투쟁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가야 하며, 자주통일의 기치를 내리지 말고, 반미자주화 투쟁과 6.15공동선언 10.4선언 지지 이행투쟁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