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이주노동자 10명중 6명 "사업장 옮기고파"

외노협 설문조사...응답자 20% "한국 동료 폭언에 힘들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 10명 중 6명은 기존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곳에서 일하고 싶어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 이주ㆍ운동 협의회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지역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33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3.8%(164명)가 다른 사업장으로 일자리를 옮기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10일 밝혔다.

사업장 변경을 희망하는 이유로는 `더 나은 작업환경으로 옮기길 원해서'라는 대답이 32.8%(54명)로 가장 많았고 `한국 동료들의 폭언이 견디기 어려워서'라는 대답도 19.5%(38명)나 나왔다.

또 응답자 중 65.7%(175명)는 사업장을 옮긴 경험이 있었으며 이 가운데 56.5%(99명)가 `사업장을 옮기는데 매우 힘들었다'고 대답했다.

이들은 그 이유로 사업주의 비협조(24.1%), 언어 소통의 어려움(17.7%), 새 일자리에 대한 정보부족 (15.8%)을 꼽았다.

협의회 측은 "이 설문 결과는 이주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들이 내국인과 같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이주노동자 76%, 미란다 원칙없이 단속"(종합)

인권위, 단속과정 적법절차준수 등 권고키로
안경환 위원장 "다문화정책 변화 이끌어야"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 국내에 불법으로 체류하다 단속되는 이주노동자의 대부분이 '미란다 원칙'을 고지받지 못한 채 구금되는 등 정부의 단속 과정에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7월부터 국내 외국인 보호시설 4곳의 이주노동자 510명을 설문조사해 18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76%는 단속 과정에서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 등이 있다는 미란다 고지를 듣지 못했다.

단속 이유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아 63%는 영문을 모른 채 강제연행됐고 단속반원이 연행 근거가 될 수 있는 긴급보호서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복 차림의 단속반원에게 걸리거나(48%) 단속반원이 신분증을 보여주지 않은 채 무작정 끌고 간(37%) 경우도 적지 않았다.

전체의 절반 정도가 근무지(43%)나 거주지(18%)에서 단속당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근무지에서 단속당한 이주노동자의 72%는 단속반원이 고용주 동의없이 무단으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또 집에서 단속된 외국인의 32%는 신분을 밝히지 않은 단속반원에게 문을 열어줬다가 붙잡히게 됐다고 답했다.

단속 직후 80%가 수갑이 채워지는 등 이송 과정의 적법절차도 준수되지 않았으며 27%는 차량 내에서 수갑을 차고 있어 힘들었다고 말했다.

전자충격기나 그물총을 사용한 단속반원에게 걸린 이주노동자(2.9%)도 있었다.

특히 4명의 여성 외국인은 호송 차량에 장시간 대기하면서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요구를 묵살당하거나 단속반원의 성희롱에 시달리기도 했다는 것이 인권위의 설명이다.

전체 보호 외국인 중 한국어를 듣고 말하는 데 문제가 없었던 35%를 제외한 나머지는 자신의 의사를 확실히 표현할 수 없는데도 한국어로 조사를 받았고, 내용을 알 수 없는 문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받은 경우도 28%나 됐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보호시설 내부도 자유로운 이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열악한 것으로 지적됐다.

지난해 초 화재로 10명이 숨진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는 방마다 출입문 통제장치가 이중으로 돼있어 긴급대피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는 "이주노동자의 단속 과정에서 인권침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단속과정 적법절차 준수에 관한 제도와 공무원 통보의무 제도, 보호시설 내 처우 등을 개선할 것을 법무부에 권고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안경환 인권위원장은 이날 '세계이주노동자의 날'을 맞아 발표한 기념메시지에서 "인권위의 이런 노력에도 국내 이주민이 부대끼는 현실은 녹록지 않다"며 "진지한 태도로 다문화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유엔 인종차별철폐협약 등 국제사회의 비판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min76@yna.co.kr



3.정부, 외국인정책 5개년 계획 첫 마련

`엘리트 외국인'에게 이중국적 허용 방침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정부는 17일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외국인정책위원회를 열고 향후 5년간 시행할 `제1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2012년까지 시행될 기본계획안은 ▲개방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 ▲질 높은 사회통합 ▲질서 있는 이민행정 ▲외국인 인권옹호 등 4대 정책목표와 13개 중점과제로 구성됐다.

세부 내용을 보면 정부는 경제ㆍ문화 등 각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이 있는 우수한 외국인이 이중국적을 갖는 것을 인정하고 창업비자, 구직비자 등의 제도를 만들어 우수 인재에 대한 입국 문호를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처럼 외국인 우수 인재를 적극 유치하고 해외 동포를 입국 및 취업에서 우대하는 반면 단순 기능 인력은 우리나라의 필요에 따라 들여보내되 일정 기간 이상 머무르며 정주하는 것을 막을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불법체류 대책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외국인 집단 거주지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외국인 유학생도 체계적으로 관리키로 했다.

정부는 외국인 차별 방지 및 권익 보호 차원에서 `이주 여성 자활 공간터'를 설치하는 한편 강제출국이 예정된 외국인들이 머무는 외국인보호소의 시설도 개선하기로 했다.

정부는 5개년 계획을 실행하는 데 2012년까지 모두 6천127억원의 예산을 들일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기본계획은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에 따라 수립된 것으로 각 부처가 개별적으로 추진한 외국인정책을 중장기 관점에서 실행할 기틀을 마련한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4.문화예술계 300인 "불법체류자 단속중단해야"

'세계 이주민의 날' 문화.예술.지식인 선언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 "정부는 이주 노동자에 대한 강압적인 단속을 중지하고 노예제와 다름없는 이주 노동자의 고용허가제를 개선하라."
도종환(시인), 박찬욱(영화감독), 박노자(오슬로대 교수), 홍세화(한겨레신문 기획위원) 씨 등 문화, 예술계 인사 300명이 17일 유엔이 정한 '세계 이주민의 날'을 맞아 외국 이주민의 인권보장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오전 서울 명동성당 옆 포탈라 레스토랑에 모인 이들은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민교협)의 박상환 의장이 낭독한 '차별 대신 차이를 존중하는 다문화 사회를 위하여 - 세계 이주 노동자의 날에 즈음한 문화.예술.지식인 선언' 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법무부가 최근 '불법' 외국인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이주민의 인권을 철저히 유린했다고 비판했다.

성명서는 이어 정부가 지난 9월 발표한 '비전문 외국인력 정책개선방안'은 "`노예허가제'로 불려 온 고용허가제를 한층 개악한 것"이라며 열악한 노동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보호 등을 위해 전향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성명서는 또 "이주 노동자 문제는 다문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의 의식이 어디에 와 있는지 검증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라며 "후진국 출신 노동자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폐쇄적인 순혈 민족주의 담론에서 벗어나자"고 호소했다.

문화.예술인들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압적인 단속 중지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개선 ▲중국국적 동포에 한해 재외동포법을 적용하지 않는 차별 시정 ▲사회통합교육 이수 의무화 내용의 국적법 개악 방침 철회 ▲다문화 인권사회를 위한 종합적인 청사진 마련 등 5개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이날 선언에는 구효서, 공지영(이상 소설가) 씨 등 문학인과 정지영(감독), 문소리(배우) 씨를 비롯한 영화인, 손호철(서강대), 오세철(연세대) 교수 등 학계 인사, 또 홍성담 씨와 박준 씨 등 미술 및 음악계 인사가 참여했다.

duckhwa@yna.co.kr



5. <"일자리 없나요?"..경기고용지원센터 북적>


(수원=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최저임금 수준의 일자리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깁니다."
18일 오후 경기 수원시 인계동 수원종합고용지원센터에서 만난 A(50.수원시) 씨는 벼룩시장의 구인란을 뒤지며 "아무 일이라도 좋으니 자리만 나면 당장 하겠다"라고 절박한 심경을 드러냈다.

중소기업에서 관리직 사원으로 일하다 3개월 전 퇴직한 A 씨는 "채용공고를 보고 전화를 하면 나이가 많다며 면접 볼 기회도 안준다"며 "좋은 일자리를 바라는 것도 아닌데 일자리 얻기가 너무 힘들다"고 한숨지었다.

이날 종합고용지원센터는 오전부터 실업급여를 신청하려는 사람과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고용상담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종일 북적거렸다.

기업들의 구인공고로 메워져 있어야 할 취업게시판은 채용 공고보다 빈 공간이 더 넓어 보였다.

고용지원센터 관계자는 "기업들의 채용공고가 작년의 3분의 1 수준 밖에 안나는 것 같다"며 "하반기 들어서면서 실업급여 신청자가 급증해 이들이 교육을 받아야 할 100석 규모의 교육장에 좌석이 모자라 간이의자 10여개를 더 채워 넣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4년제 대학 전산학과를 졸업한 뒤 들어간 회사가 부도나 어쩔 수 없이 그만뒀다는 B(35.오산시) 씨는 "직장을 알아본지 1년이 지났지만 성과가 없어 경력을 포기하고 취업할 생각"이라며 "정부 지원 직업훈련을 마치게 되는 6개월 후에도 사실 뾰족한 수는 없을텐데.."라며 근심스런 표정을 지었다.

실업급여 상담 대기석에는 중년의 구직자들이 많았지만 20대 젊은이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수원의 한 중학교에서 기간제 직원으로 일했다는 C(25.여.수원시) 씨는 "계약직 신분이라 삼년째 자리를 옮기고 있다"며 "올해 취업이 돼도 내년에 또 옮겨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지친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30여명이 대기하고 있는 외국인근로자 상담 창구 앞에서 필리핀 출신 D(27) 씨에게 인사를 건네자 답례대신 "도와주세요. 일자리 좀 주세요. 돈 벌어야 되요"라는 말이 돌아왔다.

지원센터 외국인력팀 관계자는 "기업들이 감원 1순위로 외국인 근로자를 꼽는 경우가 많아 이들의 고용환경이 열악하다"며 "상담 건수가 상반기에 비해 30% 이상 증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는 실직 후 2개월 안에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출국해야 하는데 많은 수의 외국인이 돈을 벌기 위해 그대로 남는 추세여서 앞으로 불법체류자가 증가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