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 신분 불안하고 너무 외로워" 방글라데시 10대 청소년 전동차에 투신
중상 입어… 형 고국으로 간 뒤 한국에 혼자 남겨져

김성민 기자 dori2381@chosun.com


방글라데시 출신 10대 청소년이 운행 중인 국철 전동차에 뛰어들어 중상을 입었다. 불법체류자 신분이란 것이 불안하고 한국에 홀로 남겨진 처지가 너무 외롭다는 이유에서였다.

국토해양부 철도공안사무소 서울분소 조사과에 따르면, 25일 오후 8시50분쯤 서울 국철 신도림역에서 영등포역 방향 850m 지점에 미리 숨어있던 미잔 모하메드(16)군이 천안에서 청량리로 향하던 738번 전동차에 달려들어 두 발목과 손가락 일부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미잔군은 지난해 9월 한국에 3개월짜리 관광비자로 입국했다. 그의 형 말론(40)씨는 "내가 한국에서 의류 무역일을 한 적이 있는데 동생도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해 지난해 가을 관광비자로 한국에 데려왔다"고 했다.



미잔군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얻은 직장은 책을 제본하는 일. 한국에서 일하던 방글라데시 노동자 한 명이 미성년자인 미잔군의 나이를 25세라고 속여 직장을 소개시켜 줬다. 책을 복사하고 속지를 붙이는 단순한 노동의 연속이었지만 한 달 월급 115만원을 받고 방글라데시에 남겨진 8명의 가족에게 60여만원을 매달 송금했다.

지난 10월부터는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M사에서 옷에 부착하는 로고를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10대 청소년인 미잔군을 힘들게 한 것은 불법체류자 신분의 불안이었다.

사건을 조사 중인 철도공안사무소 서울분소 조사과는 "미잔군이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일하는 게 너무 힘들어 자살을 시도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형 말론씨가 지난 11월에 고국 방글라데시로 돌아가자, 홀로 남겨진 미잔군은 외로움도 많이 탔던 것으로 보인다.

미잔군을 고용했던 M사 사장은 미잔군이 "의지할 데가 없어 불안하다"란 말을 종종 했다고 전했다. 전동차에 치인 미잔군은 병원으로 옮겨져 26일 발목과 손가락 봉합수술 치료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