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단속 피하다 다치면 산재…‘영장없이 단속’ 인정 안해
입력: 2008년 08월 13일 23:29:48



ㆍ법원, 잇단 전향적 판결

법무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강경 일변도의 정책을 펴는 것과 달리 법원에서는 잇달아 전향적인 판결을 내놓고 있다.

의정부지법은 지난 4월 “출입국관리공무원이 불법체류자 단속을 위해 제3자의 주거나 사업장을 검사할 때는 주거권자나 관리자의 사전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결했다.

방글라데시 출신인 A씨는 올 1월 경기 포천의 한 공장에서 단속을 피해 도망가다 붙잡히자 작업대 위에 있던 작업용 칼로 단속원의 허벅지를 찔렀다. 검찰은 폭력행위 및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A씨를 기소했으나 법원은 폭력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하고 공무집행방해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출입국관리직원들이 공장장의 사전 동의 없이 공장에 들어가는 등 불법체류자 단속업무가 위법하게 개시된 이상 공무집행행위 전체의 적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출입국관리공무원이 주거권자나 관리자의 의사에 반해 주거나 사업장, 영업소 등에 들어가 조사할 권한을 갖고 있다고 인정할 근거 규정이 없다”고 밝혔다. 출입국관리소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단속할 때 영장 없이 단속하는 관행에 대해 재판부가 경종을 울린 것이다. 고용주의 지시에 따라 단속을 피하다 다쳤다면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도 있었다. 중국 출신으로 경남 창원의 한 전자회사에서 일하던 B씨는 2006년 5월 단속을 피해 달아나다 2층에서 떨어져 뇌손상으로 인한 언어장애를 입게 됐다. 왼쪽 팔과 다리도 쓸 수 없게 됐다.

부산고법은 “한국인 노동자를 고용하지 못한 사업주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사업을 위해 B씨에게 도주하도록 지시했으므로 업무상 재해로 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로 B씨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치료비와 보상금을 받게 됐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2월 이주노조의 합법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주노동자 노조가 서울지방노동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불법체류자라도 실질적인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다면 노조를 설립할 수 있는 근로자”라고 판결했다. 이 건은 서울지방노동청이 상고해 현재 대법원의 최종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장은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