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공장의 기계로 전락시키지 마라!





최근(2008. 9. 25.) '대통령 자문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7차 회의를 개최하고 세 번째 안건으로 '비전문 외국인력 정책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본 회의에서 보고된 사항은 정부가 이주노동자를 기계의 부품으로 전락시키고, 노예로 부리겠다는 의도로 해석 할 수밖에 없으며,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는 이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회의 자료를 보면 추진 목표와 전략 가운데 '고용비용은 합리적'이고 '고용 체류지원은 수요자 중심'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정부가 이주노동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떠하지 보여주는 것으로 이주노동자를 기계 부품으로 보는 것이다. 한국노동시장의 필요에 의해 노동력을 부를 때에는 기계가 오는 것이 아닌 사람이 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람을 기계로 볼 때 인권, 노동권 침해는 불 보듯 뻔한 것이다.



'안정적인 고용 여건 강화' 부분에서 '근로자들이 지나친 사업장 변경을 자제하도록 유도' 하겠다고 하고, 그 방안으로 교육과 안내를 명확히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노동자들은 원천적으로 사업장 이동이 금지되어 있다. 단 예외조항으로 사업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직장이동이 3번 허용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마저도 차단하겠다는 것은 이주노동자들에게 더욱 족쇄를 조여 노동권을 박탈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결국, 정부의 교육과 안내는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의 피해를 묵인하는 도구로 악용하겠다는 것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최저임금제 역시 이주노동자를 기계 부품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드러내 준다. 이미 2007년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숙식비를 임금의 일부로 하고, 최저임금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노동법 무지의 소치로 치부되어 버렸다. 사업주는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때 근로기준법의 임금지급 4대원칙(통화불, 직접불, 전액불, 정기불)에 따라 지급해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숙식비를 임금에 포함 시키겠다는 것은 임금지급 4대원칙을 깨는 것으로 근로기준법의 근간을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특별법으로 이 내용을 담겠다 하더라도 헌법11조 평등권을 침해하여 위헌 소지를 낳을 수밖에 없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는 노동부가 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하겠다고 하니 차라리 '기업부'라는 명칭이 더 어울릴 것이다.



또한 수습기간 연장, 숙식비 임금 포함과 같은 것은 정부는 내국인 보안의 원칙과도 상충되는 것으로 외국인력 정책의 기조를 흔드는 것이다. 이주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줘도 되는데 어떤 사업자가 내국인을 고용하려 하겠는가? 이주노동자에게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내국인 노동자 보호 차원에서도 필수적인 요소인 것이다.



중소기업의 경쟁력강화 논리의 저급성으로 저임금으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유지시키는 것은 결국 기술개발과 시설투자를 저해시켜 산업구조조정에 악영향을 줄 것이고, 정부가 찬양, 고무하는 시장경제원리에도 반대되는 정책이다. 외국인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약화시킴으로써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논리는 정부의 외국인력정책에 대한 계획성과 일관성을 상실한 우려스런 정책이다.



'불법 체류자 감소 대책'은 5년 이내에 국가가 제도권 내에서 관리 가능한 10% 이하로 감소시키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 이유로 '불법체류자 증가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를 들고 있다. 이는 국민을 호도하는 내용으로 미등록 체류자는 오히려 경제인구의 증가요인으로 봐야지, 사회적 비용 증가로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한국에서 오랫동안 체류한 사람일수록 본국에 송금하는 비용보다, 한국에서 지출하여 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은 사회공공부조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엄격히 막혀있어,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이 사회적비용을 증가시킨다는 것은 그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비합리적인 근거를 들어 미등록이주노동자 정책을 밀고나가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무엇을 위함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정부에서 미등록 체류자 감소를 위해 실시하고 있는 강제추방 정책은 부상, 사망 등 끊임없는 인권 침해를 낳았고, 단속을 위해 정부조차 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먼저 해야 할 것은 먼저 미등록 체류자가 발생하는 요인부터 제거하는 것이다. 고용허가제 하에서도 구직기간 제한, 직장이동제한 등 제도적 결함으로 인해 미등록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현재의 미등록 체류자 대부분은 심각한 제도적 결함을 가지고 있던 산업연수생제도 때문 아니었는가! 미등록 체류자 발생의 책임을 전적으로 이주노동자에게 부과하는 것은 적절한 조치가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아마추어리즘을 감추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외국인력정책 개선 방안으로 기업이 필요한 수준의 인력 도입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기능보유여부와 기업이 필요한 경력 등을 고려하겠다는 것인데, 미등록이주노동자의 합법화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듯하다. 생산현장에서 사업주는 신규 이주노동자 보다 임금이 더 높더라도 한국에서 오랫동안 체류한 미등록이주노동자를 선호한다. 노동시장에서 원하는 수준을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등록체류자를 강제단속으로 해결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미등록 체류자를 합법화하여 정부와 산업현장, 이주노동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실용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다만 '고용절차 간소화 방안'과 '편안하고 따뜻한 체류환경 조성'에 대해서는 그동안 인권단체에서 지속적으로 요구 했던 사안으로 시급히 시행해야 할 것이다. 특히 '고용절차 간소화 방안'의 내용은 그동안 사업주와 이주노동자가 법무부 노동부 두 곳에 신고해야 하는 불편이 제기 되어 왔고, 어느 한곳에 신고가 되지 않으면 미등록 이주체류자가 되는 등 그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진정으로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찬양하고 있는 시장경제원리에 충실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찬양하고 있는 원리에도 부합하지 않는 정책을 '수요자 중심' 정책인냥 들고 나오는 것은 정부의 아마추어리즘을 또 다시 드러내는 것이다.





2008. 9. 29.



우리의 요구



- 비전문 외국인력정책은 비노동권, 비인권적정책이므로 즉각 폐지하라!

- 국가경쟁력강화를 빌미로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정책을 펴는 이명박 정부는 각성하라!

- 국가경쟁력강화를 위해 숙련된 장기체류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을 합법화하라!

-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고용허가제' 독소조항을 즉각 폐지하라!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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