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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명> 유엔인권위원회의 대북 인권결의안 채택에 부쳐 번호 199
이름 운영자 등록일 2004년 04월 17일 11시 45분 조회수 7015  
분류 인권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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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운동사랑방 성명>

유엔인권위원회의 대북 인권결의안 채택에 부쳐

모든 사람은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해야 하며, 인류는 지구상의 어느 사회에서나 인권이 신장될 수 있도록 공동의 노력을 경주해야 함이 마땅하다. 한편으로 우리는 인권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특정 사회를 옭죄는 수단으로 삼는 시도에 대해서도 경계해야 한다. 정치적 의도에 의해 편집된 인권공세가 인권증진에 기여할 수 없음은 물론, 도리어 인권상황을 후퇴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난 역사를 통해 보아 왔기 때문이다. 유엔은 어떤가. 유엔은 인권의 증진을 위한 훌륭한 인권기제를 갖추고 있지만, 때때로 강대국의 입김에 휘둘려 인권의 개선보다 정치적 대립과 반목을 부추기는 장으로 악용되어 왔다는 점을 지나칠 수 없다. 이와 관련, 제60차 인권위원회가 4월 15일 채택한 대북인권결의는 인권개선을 위한 공정하고 균형잡힌 시각보다 편향되고 이중적인 시각을 보여줌으로써, 강대국들이 주도하는 정치공세의 혐의를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이번 대북인권결의는 북 인권 문제만을 전담하는 특별보고관을 신설한 것이 가장 특징적인 것으로, 지난해 결의에 비해서도 훨씬 강도가 높아졌다. 지난 1년 동안 북 정부는 사회권규약 및 아동권협약에 따른 보고서 제출과 관련 심사회의 참석 등을 통해, 유엔 인권기구들과의 협력 의지를 보여준 바 있다. 이는 매우 고무적인 일로서, 유엔인권위원회는 북 정부의 이러한 협력적 노력이 북 인민들의 실질적인 인권 신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함이 마땅했다. 그러나 유엔인권위원회는 이와는 반대로 북 정부가 사실상 수용할 수 없는 더 강경한 결의안을 채택함으로써, 유엔과 북 당국의 협력 속에 인권개선을 도모할 수 있는 여지를 오히려 축소시킨 꼴이 되었다. 미 의회 내에서도 정치적 의도가 농후한 ‘북한인권법안’이 논의되고 있는 점을 상기할 때, 이제는 인권 문제조차 북을 압박하고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키는 수단의 일환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 탄식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대북인권결의문이 담고 있는 내용의 편향성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북인권결의문은 북 인권 문제를 묘사하는 단락에서 수용소의 문제 및 자유권의 억압 등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이와 관련 실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북 정부가 나서서 인권침해를 근절하기 위한 긴급하고도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결의문에는 치밀한 사실 확인 과정 없이는, 한 나라에 대한 비방이 될 수 있는 치명적인 내용들도 기정사실처럼 묘사되고 있어, 결의문의 권위와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북 인민 전반에 걸쳐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식량권․생존권․평화권의 문제는 무척 소홀히 다루어지고 있다. 또한 식량 지원과 관련 분배의 투명성을 지나치게 강조해, 시급한 인도적 지원마저도 도외시하는 결과를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 우리는, 세계식량계획(WFP)이나 유니세프(UNICEF)가 최근 보고들에서 북의 식량 분배의 투명성이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다른 한편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식량 부족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대량의 인도적 지원을 호소하고 있음을 주목한다.

이번 결의안을 주도한 유럽연합, 미국, 일본 등의 윤리적 정당성의 문제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이들 국가들은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의 가해자이거나 방조자였고, 수십 년 동안 체계적인 인권침해를 자행하고 있는 대이스라엘 인권결의안에 반대하거나 기권하였다. 그리고 정작 미국 등은 가입하지 않은 국제인권조약을 북에게 비준 혹은 이행을 요구하고 있는 이중성은 가히 놀랍다. 이러한 불공정한 잣대와 태도는 북 인권 개선 요구가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는 의구심을 가일층 확대시킬 뿐이며, 대북 인권 결의안의 진의가 의심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북 인권 문제가 발생하게 된 배경과 원인을 따져보더라도, 공동의 책임을 져야 할 국가들이 남을 향해 손가락질만 하고 있는 지금의 형국에 비애마저 느껴진다. 한 나라의 인권 상황이 열악하다고 할 때, 그 가장 큰 책임이 해당 정부에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북도 예외라 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인권의 악화를 낳게 된 다양한 요인들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마저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반세기가 넘는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전쟁 위협, 그리고 남북 분단체제 등이 북 인권 상황에 미친 영향에 대한 성찰과 변화의 노력은 북 인권 개선에 필수적이다.

우리는, 정치적 의도 속에 너무나 많이 혼탁해져버린 북 인권에 대한 논의가 지금이라도 제자리를 찾기를 바란다. 북 인민들의 기본적 인권과 자유의 향유, 그리고 이를 위해 어떠한 사회적, 국제적 질서가 조성되어야 하는지가 그 논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에, 인권운동사랑방은 북 정부와 국제사회에게 다음을 요구한다.

1. 고립과 압박을 통한 인권 개선은 불가능하며, 온전한 인권의 향유는 국내적 노력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지원과 협력을 통해 성취할 수 있다. 북한사회가 처해 있는 국제적 상황은 전쟁위협과 긴장으로 점철되어 있다. 한 나라의 인권신장을 위해서는 대내외적 평화의 확보가 중차대한 과제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으며, 북의 인권신장을 위해서는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유엔의 노력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나아가 유엔은 상호 신뢰 증진에 기반한 전문 협력(technical cooperation) 프로그램을 통해 북이 실질적인 인권 개선을 도모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2. 국제사회는 북의 열악한 식량권 상황이 다른 기본권 침해로까지 이어지고 있음에 주목하며, 조건 없는 인도적 지원을 통해 북 인민의 생존권 보장을 도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조치들은 장기적으로 북 인민들의 정치적 자유의 신장을 돕게 될 것이다.

3. 우리는 북 정부가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 및 인권조약기구들과의 대화와 협력 노력을 중단하지 말 것을 요청한다. 그리고 내부적으로도 인권의 향유를 저해하는 법제와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나가기를 기대한다.

4. 한국 정부는 한반도의 평화, 남북 공동의 인권신장을 위해 어떠한 경로를 밟아야 하며, 국제사회가 어떠한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 우리의 방안과 입장을 유엔무대의 장에서 적극적으로 표명해야 한다. 그것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해야 할 역할이다.


2004년 4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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