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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국기에 대한 맹세, 경례 폐지 촉구 기자회견문 번호 358
이름 인권운동사랑방 등록일 2007년 06월 11일 17시 17분 조회수 16437  
분류 인권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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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을 획일화하고 맹목적 충성을 강요하는
‘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를 폐지하라!




국가에 대한 맹목적 충성을 강요하는 ‘국기에 대한 경례’가 올해 초 법률의 지위로 옷을 갈아입더니, 이제는 ‘국기에 대한 맹세’마저 법률의 지위로 격상돼 강제될 위험에 놓여 있다. 정부는 맹세문의 구절을 약간 손질함으로써 존치 쪽으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지만, 문구 몇 자를 손질한다고 해서 ‘국기에 대한 맹세’의 본질적 위험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행정자치부는 올해 1월 신규 제정된 ‘대한민국 국기법’(2007.7.27 시행)의 시행령을 지난 4월 23일 입법예고한 바 있다. 그런데 시행령 안에는, 그동안 법률이 아닌 ‘대한민국 국기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1984 공포)으로 시행되고 있던 ‘국기에 대한 맹세’가 버젓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지난해 12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국기에 대한 맹세’ 존폐에 대한 입장 차이에 따라 각각 법안을 발의하고 국회 행정자치위가 각 법안을 병합 심의했던 과정에서 비롯됐다. 국회는 ‘맹세’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입법부로서의 책임을 회피한 채, 정부에게 법률에서는 빼되 신중한 과정을 거쳐 시행령에 넣을지 여부를 결정하라며 법안을 떠 넘겼다.

그러나 행정자치부는 이 권고를 묵살하고, 국기법 본법에서 사라진 ‘국기에 대한 맹세’를 되살려 시행령 통과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 본법 시행이 임박한 상황에서 행정자치부는 각계의 비판에 부딪치자 신중한 여론 수렴의 과정 없이, 단지 몇 개의 ‘맹세문’ 수정안을 내놓은 채 여론몰이를 하고 있을 뿐이다. 만약 ‘국기에 대한 맹세’가 시행령에 포함된다면 지금까지 규정에 불과하던 ‘맹세’가 오히려 법령의 지위로 격상된다. 이는 썩은 이 하나를 뽑으려다 나머지 이빨까지 모두 썩게 만드는 꼴로서, 애초의 입법 취지와도 크게 벗어난다.

정부는 ‘국기에 대한 맹세’를 통해, 국가가 개인에게 ‘애국’을 강제하는 잘못을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된다. 개인의 애국심은 자신의 국가가 떳떳하고 자랑스러울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지, 그 국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니다. 하물며 어떻게 국가와 개인의 관계가 오직 ‘충성’만으로 맺어질 수 있겠는가?

더욱이 중국과 일본 정부가 배타적 민족주의에 힘입어 치열한 군비경쟁을 하고 있는 마당에 ‘조국과 민족에 대하여 충성을 다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동아시아의 평화와 연대의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아울러 갈수록 다문화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이 땅의 현실에서 어떻게 배타적인 ‘민족’ 개념으로 국민을 규정할 수 있겠는가?

특히 애국을 강제하는 형식이 여전히 교육 현장에 함부로 끼어들어 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국기법’ 시행령은 위험하다. 박정희 유신체제와 함께 전 국민의 일상으로 파고든 맹세는 국가에 대한 굴종을 강요해온 주문이었다. 일제시대 천황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던 ‘황국신민서사’와도 다를 바 없다. 국가의 명령을 통해 양심을 획일화하고 애국을 강요하는 교육은, 애국심을 높이기는커녕 오히려 청소년의 인권과 자유를 억압하고 국가의 범죄를 정당화해줄 수 있다는 역사적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극단으로 당겨진 애국의 활시위는 역설적으로 방향을 틀어 청소년들에게 토론 없는 진리와 대립 없는 주체성에 호명하게 할 뿐이다. 그럼으로써 개인 스스로 정립해야 할 양심과 도덕을 거부하게 만든다.

1890년 메이지(明治) 천황이 반포한 「교육칙어」의 끔찍함은 천황 또는 국가에 의해 선(善)이 정의되고 교육되었다는 사실이다. 그 절대선 앞에 누구도 비판의 목소리를 쉽게 낼 수 없었기에, 천황의 명령 한 마디면 도(道)는 시퍼렇게 날이 선 도(刀)로, 의(義)는 주군의 명령이라면 옳고 그름을 떠나 목숨마저 서슴지 않고 바치는 ‘기리’(義理)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전쟁은 곧 아시아의 평화였고, 충성은 곧 무자비한 학살이 될 수 있었다.

국가가 청소년에게 애국을 가르치겠다며 2006년 교육기본법을 개정한 일본 극우파는 국가주의 교육의 부활이라는 비판에 늘 볼 멘 소리로 “한국을 보라.”고 말해왔다. 한국이 하면 순수한 나라사랑이지만, 일본이 하면 뒤틀린 내셔널리즘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말이다.

“<기립하세요. 노래하세요.>라는 방식은 교육행위가 아니다. 전쟁 기간 교육의 재현이다. 교사로서 이상한 것은 이상하다고 얘기하지 않으면 사회 전체가 이상하게 된다.” 도쿄도의 한 중학교 교사 네쓰 기미코가 2006년 학교 졸업식장에서 ‘국가제창’이란 방송이 나오자 일어서지 앉고 천천히 제자리에 앉으며 던진 이 말을, 이제 우리 사회와 교육계도 진지하게 곱씹고 고민해야 할 때다.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학교에서 기미가요 제창과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하는 교사가 수백 명씩 중징계를 받아왔는데, 이 땅의 학교에서는 용기와 양심을 실천하는 교사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진작 솎아냈어야 할 일제와 유신의 잔재이자 이 땅에 함께 살아가는 소수자들을 배척하는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미래지향적으로 수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쌍두마차의 다른 한편에 자리잡은 국기에 대한 경례 역시 이참에 폐기처분해야 한다. 국기에 대한 경의나 애국은 국가가 법으로 강제하고 훈육할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인권과 평화와 국제연대의 시대에 역행하는 ‘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가 폐지되는 그날까지 싸울 것이며, 끊임없이 토론과 논쟁의 자리를 만들 것이다. 개인의 인권과 생명을 지키는 떳떳하고 사랑스러운 땅에서 살고 싶기 때문이다.


- 형식적 여론조사로 기본권 침해 명문 삼을 수 없다. 기본권 침해 시도 즉각 중단하라.
- 수정이 아니라 폐지다. 행정자치부는 「대한민국 국기법 시행령안」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 조항을 삭제하라!
-「대한민국 국기법」에 포함된 ‘국기에 대한 경례’ 조항 삭제를 위해 법 개정에 나서라!


2007년 6월 11일

경계를넘어/ 고려대 사범대학학생회/ 관악동작 학교운영위원회 발전협의회/ 광주인권운동센터/ 교육공동체 나다/ 구속노동자후원회/ 나와우리/ 노동자의 힘/ 다산인권센터/ 다함께/ 대안교육연대/ 대학생사람연대/ 대항지구화행동/ 동성애자인권연대/ 문화연대/ 민주노동당/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민주노동자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민중학부모회(추)/ 부산인권센터/ 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인권운동연대/ 빈곤사회연대/ 서울지역대학원총학생회협의회/ 사회진보연대/ 서울프린지네트워크/ 선의외침/ 성전환자인권연대 지렁이/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에스페란토 평화연대 카라/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우리생각원정대/ 울산인권운동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이라크평화를향한연대/ 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 인권교육을위한교사모임/ 인권운동사랑방/ 인터넷신문 대자보/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장애인교육권연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공부방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교육대학생대표자협의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전국국립사범대학학생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전국노동자회/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전국학생행진/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전쟁없는세상/ 진보교육연구소/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민주노동당청소년위원회, 인권운동사랑방, 청소년다함께, 청소년인권모임 나르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개인들)/ 팔레스타인을잇는다리/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페다고지/ 평화바닥/ 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 평화인권연대/ 피자매연대/ 학교급식네트워크/ 학벌없는사회/ 학벌없는사회 학생모임/ 학생행동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사회당/ 한국사회당 학생위원회/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공공의약센터,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동성애자인권연대, 인권운동사랑방,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친구사이’)/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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