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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00 성폭력과 신뢰파괴 사건’을 종결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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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7일 인권운동사랑방 홈페이지 등 온라인을 통해 공개된 ‘박○○ 성폭력과 신뢰파괴 사건’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당시 우리는 대책위와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가해자의 책임과 각성을 촉구하기 위해 사건 공개와 박○○의 자원활동가 자격 박탈을 결정한 바 있습니다. 그때만 해도 가해자가 이제는 변하겠지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있었습니다. 공개 후 1개월 반이 지난 지금, 우리는 참담한 심정으로 사건이 전혀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을 매듭짓기로 결정합니다. 대책위 활동을 통해 가해자를 변화시키고 사건을 해결할 길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지금, 이 결정문은 우리의 무력함에 대한 고백이자 여전히 남아있는 가해자의 책임 환기와 운동사회에 대한 기대가 될 것입니다.


1. 사건 공개 이후 일어난 일들

1) 부채 상환 약속 또다시 파기
- 2007년 2월 27일 대책위는 사건을 온라인을 통해 공개하고 평택 미군기지 반대운동(아래 평택운동) 관계자들에게도 직접 사건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사건이 주위 활동가들에게까지 알려지자, 박○○은 대책위에 대한 민형사상 대응 등을 언급하며 반발하다가 다시 3월말까지 부채를 일부 상환하겠다는 등 사건 해결에 나설 것이라고 주위 사람들과 대책위에게 말했습니다. 이후 박○○은 수차례에 걸쳐 3월말까지 부채의 일부를 상환하겠다고 스스로 밝혀왔지만, 3월을 훌쩍 넘긴 4월 19일 현재까지도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2) 사건 해결 촉구한 지원자들에 대한 위협
- 가해자 박○○은 2월 17일 공개 결정문에서 밝힌 평택운동의 중단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활동을 계속했습니다. 그러던 중 3월 4일 평택운동 현장에서 박○○과 우연히 마주친 몇 명의 인권활동가들이 대책위 요구에 따라 현장에서 떠날 것과 사건의 시급한 해결을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박○○이 이에 반발하면서 인권활동가들과 박○○ 사이에 언쟁이 오고갔습니다.
- 이후 박○○은 3월 4일 상황으로 자신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며 현장에서 떠날 것을 요구한 활동가들이 자신에게 사과하지 않는다면, 명예훼손을 이유로 민·형사상 고소를 진행할 것임을 알려왔습니다. 이에 대책위는 약속 이행을 요구한 인권활동가들의 행동은 잘못이 아니므로 사과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후 박○○은 스스로 고소 계획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3) 대책위의 존재에 대한 거듭된 무시
- 박○○은 사건 공개 이후에도 대책위의 요구를 무시한 채 평택 관련 활동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가, 평택운동을 함께 하던 다른 몇몇 활동가들이 나서 대책위와의 약속 이행을 요구하자 마지못해 평택운동 현장을 떠났습니다. 또 3월 4일 상황을 이유로 대책위의 존재를 다시금 부정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책위가 대책위를 통한 사건 해결만이 유효하며 이것이 피해여성의 요구이기도 하다는 점을 환기시키자, 이를 받아들이는 듯하였습니다. 그러나 대책위에 추가로 한 약속을 지금까지도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으면서 다른 운동의 현장에 계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2. 사건의 주요 개요

‘박○○ 성폭력과 신뢰파괴 사건’은 가해자 박○○이 과거 연인관계에 있던 피해여성을 상대로 3년이 넘게 스토킹과 부채 미상환, 피해여성을 위축시키는 환경적 폭력 등을 통해 성폭력을 자행하고 인간에 대한 신뢰를 파괴시킨 사건이었습니다. (사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2월 27일 공개 결정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스토킹에 의한 성폭력
- 가해자 박○○은 자신의 거듭된 잘못으로 피해여성과 연인관계가 끝난 직후 스토킹 행위를 통해 피해여성을 공포상황에 몰아넣었습니다. 다행히 대책위 결성 이후에는 스토킹 행위가 중단되었으나 대책위가 결성되고 사건 해결을 추진하고 있는 와중에도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여성과의 관계를 낭만적 사랑으로 포장하여 거듭 이야기해 왔습니다.

2) 부채 미상환
- 박○○은 피해여성과 연인관계에 있는 동안 신분증과 카드 도용 등 피해여성의 의사와 무관하게 발생시킨 부채를 여러 이유를 둘러대며 갚지 않았으며, 반복적 스토킹 행위를 통해 피해여성이 돈을 돌려받기를 포기하고 박○○을 피해 연락을 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부채를 상환하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을 수차례 어기며 부채 상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3) 환경적 성폭력
- 위와 같은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박○○은 피해여성을 통해 알게 된 인권운동사랑방을 찾아와 자원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평택운동에 적극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대책위는 박○○에게 활동 중단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박○○은 활동을 계속했고, 이후 활동을 잠시 중단했다 대책위와의 약속을 몰래 파기한 채 일방적으로 활동을 재개하는 등의 행보를 보였습니다. 이에 따라 피해여성은 물론, 이 사건을 알고 있는 지인들과 많은 여성활동가들은 가해자와 마주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평택 관련 활동 현장에서 불쾌감과 위축감, 심지어 두려움까지 갖게 되었습니다.
- 사건 공개 이후 마지못해 평택운동 현장을 떠난 뒤에도 가해자 박○○은 사건 해결 약속은 이행하지 않으면서 여러 집회 현장에 연거푸 나타나는 등 지속적으로 피해여성과 다른 여성활동가들에게 적대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3. 사건을 ‘종결’짓는 이유

사건이 여전히 미해결 상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 종결’을 결정한 데 대해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종결’ 결정은 대책위를 통한 사건 해결이 불가능함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일 뿐, 결코 사건이 해결되었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대책위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대책위 활동을 통한 사건 해결 희망을 접고, 사건을 종결짓고자 합니다.

1) 가해자 박○○에 대한 신뢰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습니다.
- 대책위는 지난해 8월 결성 이후 사건 해결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습니다. 어떠한 강제력도 갖고 있지 않은 대책위가 가해자를 단지 ‘징계’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사건의 진정한 해결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가해자가 대책위와의 약속을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는 신뢰가 전제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동안 대책위는 가해자의 거듭된 약속 파기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에 대한 최소한 신뢰의 끈을 놓치지 않고자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인내심이 바닥에 이르렀습니다. 이 사건이 공개된 이후 대책위뿐 아니라 주위 동료들에게 자신이 스스로 밝힌 약속마저 지키지 않는 가해자의 태도를 보면서, 가해자에게 사건 해결을 계속 요구할 만큼의 신뢰를 유지할 수 없음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2) 안타깝게도 가해자를 사건 해결에 나서게 할 수 있는 힘이 대책위에는 더 이상 없습니다.
- 대책위는 성폭력 사건의 ‘해결’이 가해자에 대한 ‘징계’ 과정일 뿐 아니라, 가해자가 자기 잘못을 여성주의적인 시각으로 다시 돌아보며 반성하고 사건의 ‘진정한 해결’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가해자가 대책위의 존재를 무시하고 대책위와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지금 상황에서, 대책위에는 가해자의 변화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법적 대응’도 한 방법일 수 있겠지만, 스토킹조차 성폭력 범죄로 인정되지 않고 있는 현 가부장적인 사법체계를 통해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판단됩니다.


4. 가해자 박○○에게 여전히 남아있는 책임

아무런 강제력도 없는 대책위의 말이 또다시 무시될 가능성이 높겠지만, 그럼에도 가해자에게 남아있는 책임을 다시 한 번 환기하고자 합니다. 비록 대책위 활동은 중단하지만, 이 사건의 해결 책임은 여전히 가해자 박○○에게 오롯이 남아있습니다. 박○○은 여러 차례 대책위와 했던 약속, 그리고 평택운동을 통해 만난 동료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을 반성하고 이후에라도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합니다.

①부채를 상환하십시오. 조금씩이라도 상환하는 진정성을 보이기 바랍니다. ②성폭력 가해자 교육을 통해 여성주의에 대한 고민을 깊이 있게 하기 바랍니다. ③특히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로서, 즉시 운동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고 바로잡는 일부터 해야 합니다. 피해여성의 고통에 진정으로 공감하고 운동과의 신뢰를 회복하지 않고서 이루어지는 활동의 진정성을 누가 신뢰할 수 있을까요?


5. 사건의 종결을 결정하며 드는 대책위의 고민과 활동가들에게 드리는 부탁

대책위 구성원들은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많은 심적 압박과 고통을 받았습니다. 가해자가 진정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해결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는 점차 절망으로 바뀌어갔습니다. 지난 사건 공개문에서 대책위는 운동사회 전반(여기에는 저희 인권운동사랑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이 성폭력 감수성을 높이고 여성인권의 중요성을 성찰하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표한 바 있습니다. 이후 대책위의 사건 공개가 용기있고 필요한 행동이었다며 박수를 보내준 이들도 있었지만, 2차 가해라고 해석할 만한 반응을 보인 이들도 있었습니다. 한 단체 회원은 가해자가 평택운동을 해왔다는 사실을 굳이 공개할 필요가 있었냐고 대책위에 항의하며 그 부분을 삭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고, 가해자를 오히려 격려하는 행동을 보인 이들도 있었습니다. 가해자에 대한 대책위의 징계 결정을 마치 한 사람을 ‘내치는’ 일처럼 받아들이거나, 피해여성의 고통에 공감하는 일보다 가해자에 대한 대책위의 요구가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반응부터 보이는 이들을 대하면서 가슴이 내려앉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반사회와 마찬가지로 운동사회 안에서도 성폭력을 근절시키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지난한 과정을 요구하는지를 다시금 뼈저리게 확인했습니다. 가해자로부터, 사건 공개 이후에는 주위 활동가들로부터 나온 크고 작은 반응들 하나하나가 위로와 희망 혹은 상처와 좌절이 되는 과정을 그렇게 겪어 왔습니다.

사건은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았고, 가해자 박○○은 사건 해결을 제쳐두고 활동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지만 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던 시간이 헛되지는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피해여성이 자신에 대한 책망에서 벗어나 사건 해결의 주체로 자존감을 회복하는 시간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인권운동사랑방 안에서도 성폭력 감수성과 여성주의적 성찰을 통해 조직구조와 문화를 지속적으로 혁신해야 한다는 자각이 높아졌습니다. 대책위 활동은 매듭을 지어도 어디서든 운동의 현장에서 가해자 박○○을 만나면 사건 해결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입니다. 인권활동가들과 평택운동 관계자들께도 가해자 박○○에게 여전히 남아있는 책임이 이행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2007년 4월 19일
박○○ 성폭력 사건과 신뢰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
2007년04월19일 17: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