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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영화제 뉴스레터 울림 제6호
인권영화제 관객에 의한 직접 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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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울림
2008년 5월 21일 수요일 제12회 인권영화제 뉴스레터 "울림" 제 6 호 (전체 68호)

영화제 공지

인권영화제와 장애인접근권

인권영화제는 비장애인은 물론 장애인 관람객도 함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습니다. 그 동안 개막작 더빙과 화면해설 방송 그리고 수화통역을 진행해 왔으며 작품 설명 책자를 점자로 제작해 무료로 나누어 드렸습니다. 또한 국내작에 우리말 자막을 넣어 상영하였고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는 문자 통역을 했습니다. 더불어 영화제 상영장에는 활동보조인을 배치하였습니다.
올해에는 표현의 자유를 위해 야외상영을 결정하게 되면서, 부득이하게 장애인접근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제12회 인권영화제에서는 해외 상영작 한 작품을 한국어더빙으로 상영하고, 국내작품에 한글자막을 제공합니다. 또한 점자로 된 해설책자를 제작하고,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수화 통역과 문자통역을 함께 진행하며, 활동보조인을 배치합니다. 장애인접근권을 위해서 아직 가야할 길이 너무 멀지만,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차별 받지 않고 영화를 볼 수 있는 날을 위해 인권영화제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등급분류를 심의하는 관객

인권영화제 관객에 의한 직접 심의

제12회 인권영화제는 영화제 기간 중에 ‘관객에 의한 심의’를 병행하기로 하였습니다. 현행 영등위의 심의절차와 기준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대안적인 심의제도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관객에 의한 심의’는 상영관에서 영화를 관람한 뒤, ‘표현의 자유 19조 위원회’가 제시한 심의기준을 참고로 관객들 스스로 참여와 토론의 과정을 거쳐 영화를 심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관객에 의한 심의 결과는 폐막식에서 발표할 예정입니다.

관객 심의 일정: 5월 31일(토) 11시부터 19시, 매회 상영 끝난 후
장소: 미디액트 대강의실

기획

감독을 만나다③『밥』의 정세진 감독

“컵이 놓였던 자리에 남겨진 흔적마저도 표현할 수 있는...”

햇살좋은 날, 인사동의 한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얼마 후 머리를 질끈 묶은 웬 소녀가 걸어 들어왔다. 소녀가 아니라 정세진 감독이었다! 이 소녀 같은 감독은 무슨 말을 쏟아놓을까.

'밥' 중 영화에서 독거노인에 대해 다루셨는데, 독거노인 얘기를 하고 싶었던 이유가 뭔가요?
제가 예전에 살던 아파트는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옆집 소리가 새어나오기도 했는데, 물리적으로는 그렇게 가까우면서 사실 관계는 단절되어 있거든요. 그런 관계를 표현하고 싶어서 어떤 인물로 얘기를 할까고민하다가 노인을 선택한 거예요. 저의 할머니가 떠올라서요.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혼자 사시는 할머니 얘기를 다큐로 찍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치더라고요. ‘누군가가 불쑥 찾아와서 인연을 맺는 건 그녀에게 어떤 일일까, 그런 인연의 한계는 무엇일까’ 하는. 경험에서 나온 얘기들을 하고 싶었던 거죠.

노인이 사는 아파트가 특별히 408호인 이유는 있나요? 엔딩 크레딧에 감사하는 분들 올라갈 때 408호 할머니, 아버지 이런 문구가 보여서 일부러 408호를 찾았나 싶기도 해서요.
예전에 영화를 찍으면서 집 분위기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혼자 사는 남자, 혼자 사는 여자와는 또 다른 독거노인의 집 분위기가 분명히 있거든요. 그런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 실제로 혼자 사는 노인을 섭외하려고 애썼어요. 그러다 찾은 게 408호 심할머니 집이에요. 할머니 사시는 모습 거의 그대로예요. 세팅한 것도 있지만 약봉지가 널려있다거나 하는 분위기는 거의 그대로죠.

할아버지 캐스팅은 어떻게 하신 건지.
독거노인이라고 해서 몸에 힘도 없고 암울한 이미지의 노인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캐스팅에 고민을 하던 차에 PD가 연극 포스터를 보게 된 거에요. 「꽃마차는 달려간다」는 연극이었는데 그 포스터의 노인 이미지가 맞을 것 같아서 연락을 취하게 됐죠. 연극배우신데 어렵게 부탁을 드렸어요.

라디오 소리나 트럭생선장수 소리처럼 잔잔한 소리가 배경음악처럼 영화 전반에 깔린 느낌인데요, 숨겨진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메시지인가요?
버스에서 독거노인 자살 뉴스를 들은 적이 있어요. 저한텐 굉장히 뇌리에 남았던 뉴스였는데, 사람들은 그냥 흘려보냈거든요. 사실 우리는 정말 많은 소리에 노출되어 있지만 흘려보내는 소리가 대부분이잖아요. 그런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라디오소리를 넣었던 거예요.

정세진 감독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시는 것 같네요.
제가, 놓치고 있던 사소한 부분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영화를 좋아하거든요. 컵이 놓였던 자리에 남겨진 흔적마저도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영화... 그래서 디테일에 많이 신경 쓰는 편이에요.

특별히 좋아하는 감독이나 영화 있으세요?
멘토처럼 생각하는 감독이 고레에다 히로카즈에요. 특히 이 감독의 「환상의 빛」을 굉장히 좋아해요. 영화가 정적이거든요. 그래서 좋아한다는 말을 하면 ‘상업영화로 성공하기는 글렀다’는 말을 많이 듣기도해요. 근데, 내면의 얘기를 작위적이거나 불편하지 않게 일상생활처럼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연출력이 저한테는 배우고 싶은 면이죠.

처음으로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건 언제인지.
굉장히 오래 전 일이라... 제 아버지께서 영화에 관심이 많으세요. 강단에서 신문방송학을 가르치시거든요. 주변에 영화를 찍는 분도 많이 계셔서 어릴 때 촬영 현장을 많이 갔었어요. 저는 그 현장이 좋더라고요. 연기하는 사람, 연출하는 사람, 촬영하는 사람들로 북적북적 거리는 분위기가 마음에 남았어요. 그때부터 막연하게 카메라 들고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지금 관심 소재는 있나요?
저와 제 주변사람들을 다큐멘터리로 찍고 싶어요. 여자들에 관한 얘긴데요. 제 엄마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엄마의 엄마, 엄마의 언니 등이 여행을 떠나면서 얘기를 나누는 거예요. 같은 분을 공유하지만 각각이 갖는 기억이 다른 그런 얘기를 생각하고 있어요.

재밌을 것 같지 않은가. 인터뷰를 하는 내내 카페에는 새가 날아다녔다. 불쑥불쑥 예고 없이 날아다니는 새에 놀라 간간이 비명이 오고가기도 했다. "그나저나 얘들(새들)은 괜찮을까요?" 감독이 걱정스레 물었다. 날고 싶은 본능을 채우려 할 때마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또 얼마 못 날아 벽에 부딪히는데 괜찮을 리가 있을까. 인권영화제는 자유를 제한하는 심의의 새장을 걷어냈다. 거리에서 맞는 세상은 혹독하지만, 훨훨 날갯짓 할 수 있는 자연의 집을 찾는 여정이기에 견딜만하다. 새들도 어서 자연의 집을 찾길 바라며 아울러 그날 비명과 짜증을 던져서 미안했노라고 전하고 싶다.

 

 

영재

인권영화제 예고편② '길'

이명진

상영작 리뷰

남아 있는 것들 Remains

아스트리드 스카오 랄슨 & 모베리 사마르 Astrid Schau-Larsen&Morvary Samare/노르웨이/2006/80'/다큐

'남아 있는 것들' 중
영화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당한 세 남매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섬세하고 설득력 있게 표현하고 있다. 생존자들의 일상적 삶에 학대의 기억이 미치는 영향을 그려내는 것에 이 작품의 초점이 있다. 또한 이 영화는 기억에 관한 이야기이며 그 기억과 공존하는 법에 관한 이야기이다. 감독은 가해자가 누구인지 파해치려 하지 않고 또한 그를 적극적으로 단죄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생존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스스로 이야기함으로서 가해자를 단죄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현재를 가로막던 기억은 현재의 삶과 보조를 맞추어 가는 담담한 과거로 남게 되는 것이다. "마음으로 용서한거야. 그렇다고 이젠 힘들지 않다는 게 아니야. 이젠 상황을 내가 컨트롤하고 있다는 거야." 결말부에 다다르면서 생존자들은 더 이상 기억을 버리지 않고도 기억을 극복할 수 있는 법을 찾아 낸다.

<남아있는 것들>는 화려하지 않고도 섬세할 수 있었던 영화다. 소년들 중 하나로 분한 어린 배우가 부르는 민요의 가사를 옮겨 보자. 그의 목소리는 울음으로 뭉쳐 있었고 힘없이 조용했지만 관객들에게는 또박또박 들린다.


Row row row the boat
gently down the stream
merrily merrily merrily merrily
life is but a dream

이 곡은 배 위에서 벌어진 첫번째 추행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며 삽입된다. 기억은 고통스럽지만 노래는 지극히 아름답다. 그 기억까지도 아름답게 느껴질 정도로. 그뿐만이 아니다. 영화의 전반적인 배경 음악은 작은 크기로 시작하지만 전체가 독립된 하나의 곡으로 이루어져 있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야 비로소 증폭되어 가수의 목소리가 등장한다. 힘있는 형식의 곡이다.

이 영화를 끌고 나가는 이미지는 크게 인터뷰 장면와 재연 장면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재연 장면에서 이 영화는 일반 다큐멘터리의 문법을 따르지 않으려 한다. 그 뜻이 모호한 영상 클립들을 상호간의 맥락을 약하게, 그리고 감각적인 느낌이 들도록 편집했다. 사적인 영화 혹은 일상적인 영화의 느낌이 든다. 비디오 일기와 비슷하기도 하다. 하여 관객들은 비교적 무거운 이 영화를 보는 것에 큰 부담을 가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소 질서에서 자유로운 편집이 영화를 아름답게 느껴지도록 만든다. 이는 또 다른 다큐멘터리 작가인 요나스 메카스의 많은 작업들, 그 산산한 일상의 순간들에 깊게 닿아 있다.

 

도리

철을 먹는 사람들 Ironeaters

샤힌 딜리아즈 Shaheen Dill-Riaz/독일, 방글라데시/2007/85'/다큐

'철을 먹는 사람들' 중
흙을 밟던 맨발로 쇳덩어리 위에 서다
남방글라데시 치타공 해안의 쉬토풀. 한적한 해안가에 성스러운 평온이 자리한 곳. 그러나 1960년, 격렬한 폭풍 후 큰 선박이 해안가에 좌초되면서부터 평온은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배를 해체해서 나온 쇠를 팔아 부를 쌓았고, 곧 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돈을 벌기위해 모이기 시작했다. 일꾼들의 대부분은 북쪽지방의 사람들인데, 몽가(Monga)라는 기근의 시기가 오면 마을의 남자들은 집을 떠나 선박 해체일을 하러 쉬토풀로 온다. 그들 중에는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도 있지만, 심지어는 동생의 학비를 벌어야 하는 열다섯, 열여섯 정도의 청소년도 있다. ‘돈을 많이 벌어 올테니 아끼지 말고 쓸 때 쓰라’는 말을 남기며 떠나는 아들의 뒤를 하염없이 따라 나서는 늙은 어머니. 그녀의 걱정하는 눈빛은 불안감에 흔들리고 있었다.
“우린 짐승처럼 일해”
풀을 뽑고 흙을 어루만지던 손은 이제 강철을 녹이고 부수고 나른다. 그들은 안전모나 신발, 하다못해 장갑 한 짝도 없이 위험한 일을 한다. 매번 목숨을 내놓고서 그마저도 작업시간이 줄어들까 가슴 졸이지만 그들이 받는 돈은 88 다카(약 1.3 달러)정도로 감독관 일을 하는 남쪽의 토박이들 임금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기근을 나려고 찾아든 쉬토풀에서 일꾼들을 맞이한 것은 차디찬 경멸과 폭력, 지긋지긋한 임금체불뿐이었다.
평화, 행복 그리고 번영
어느 날, 작업장으로 사장의 아버지가 찾아온다. 누군가가 펼쳐든 우산 아래서 그는 말한다. 이곳은 평화, 행복, 그리고 번영이라고. 아, 너무나 아이러니하다. 과연 그 곳엔 누구의 평화와 누가 가진 행복과 누구를 위한 번영이 있다는 걸까. 그의 입에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질병은 바로 소외감이요, 라는 말이 나왔을 땐 차라리 내가 잘못 들은 것이기를 바랬다.
일꾼들에게 살인적인 노동조건은 지독한 가뭄만큼이나 힘들다. 그들은 다신 고향을 떠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쉬토풀을 떠난다. 하지만 고향으로 가는 이들도 그나마 돌아갈 차비가 있는 이들뿐이고 차비조차 없는 나머지는 또다시 작업장으로 나간다. 쉬토풀을 떠난 그들이 고향에서 편안하게 사는 것도 아니다. 가뭄과 기근은 다시 찾아올 것이고 수확기가 끝나면 어쩔 수 없이 또 집을 떠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다. 흙에서 나는 게 없을 때엔 쇳덩어리라도 뜯어 먹고 살아야만 하겠지. 그러다가 팔이 잘려나가거나 유독가스에 질식해 풍선처럼 퉁퉁 부풀려져선 삼일 만에 시체로 발견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강기슭이 없는 강, 너른 바다에 일꾼들의 평온은 보이지 않는다. 자꾸만 발을 삼키려는 갯벌위에서 그들의 노래는 수평선이 아닌 지평선으로 향하기에 더욱 처절하게 들린다.
“오 나의 사공아 내가 이미 알았더라면 가라앉고 있는 너의 배에 절대 타지 않았을텐데... 이 강은 강둑이 없는 듯 하구나 강기슭을 볼 수가 없어...“

얼
울림을 만드는 사람들 : 지원, 아람, 주희, 마토, 영재, 도리, 얼
2008년05월27일 20:1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