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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 활동가 구속영장실질심사 재판부에 보내는 의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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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 례 >

I. 인권운동사랑방 소개
1. 인권운동사랑방의 사명
2. 인권운동사랑방의 주요 활동

II. 피의 사실에 대한 의견
1. 집회·시위는 내용과 형식을 분리할 수 없습니다
2.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의 활동
3. ‘MB악법 저지 비상국민행동’의 활동
4. ‘이명박 정권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의 활동

III. 인권운동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을 촉구합니다
1. 인권운동가에 대한 탄압의 부당성
2. 박래군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청구는 부당합니다
3. 인권운동가 박래군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기각을 촉구합니다

[별첨] 인권운동사랑방의 주요 활동 소개

2009년 3월 9일
인권운동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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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재판부에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청구한 박래군 씨는 우리 단체의 창립 초기부터 헌신적으로 활동해 온 인권운동가입니다. 우리 단체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국 사회의 인권 현실을 진일보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으며 부족하나마 기여해 왔습니다. 인권의 실현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역사의 진보라면, 인권이라는 가치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에 현행법의 잣대를 대는 것은 최대한 신중해야 합니다.
인권운동가 박래군의 구속은 한국사회 인권 현실을 가늠하고 미래를 내다볼, 중대한 의미를 가진 정치적 사건입니다. 인권운동가 박래군의 구속 여부는 법원의 인권옹호 의지를 판단할 가늠자 역할도 하게 될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이번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인권운동가 박래군의 구속영장청구 기각 결정이 내려질 것을 촉구하면서, 귀 재판부에 우리 단체의 의견을 밝힙니다.

I. 인권운동사랑방 소개

1. 인권운동사랑방의 사명

인권의 역사는 인권을 억압당한 사회적 약자들이 부정의한 사회구조와 인식에 맞서 인권의 개념과 주체를 확장해온 역사였습니다. 이러한 역사를 거치면서 인권은 다음과 같은 원칙과 성격을 승인받아 왔습니다. ①보편성(모든 사람은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마땅히 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②기본성(인권의 본질적 내용은 어떠한 이유로도 제한·침해될 수 없다), ③불가분성(모든 권리는 상호불가분적으로 얽혀있으며 인간의 존엄성은 시민·정치적 권리와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의 동시적 보장과 실현을 요구한다), ④상호의존성(모든 사람의 권리는 상호의존하며 이에 따라 인권을 침해당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할 의무가 나온다) ⑤실정법에 대한 우선성(인권은 국가권력과 실정법에 우선하며, 인권을 보호·증진·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실의 법보다 정의의 법이 우선되어야 한다), ⑥역사성(인권의 개념과 범주는 폐쇄적인 것이 아니라 부단히 새롭게 규정되고 창조된다)이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 단체는 위와 같은 인권의 원칙에 근거하여 ‘모든 사람의 인권이 차별 없이 보장되는 질서 창출’을 목표로 1)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을 외면하지 않고 우선적으로 옹호·연대하고, 2) 인권을 침해하거나 인권침해를 묵인·방조하는 모든 부당한 권력을 감시·비판·견제함으로써 정의의 법을 현실에 뿌리내리게끔 하며 3) 현실의 법과 구조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새로운 인권의 개념과 영역을 창출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아 인권운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2. 인권운동사랑방의 주요 활동

우리 단체는 ‘인권의 전문화, 대중화, 국제화’를 기치로 1993년 창립된 이래 인권을 억압당하는 이들과 함께 인권옹호활동을 펼쳐 왔습니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Office of the UN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이 발간한 『Human Rights Defenders: Protecting the Right to Defend Human Rights』(2004)를 보면 인권운동가의 활동 내역을 ①모든 사람의 모든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 ②세계 각처의 인권을 위한 노력 ③지방, 국가, 지역, 국제적 활동 ④인권침해에 관한 자료수집과 배포 ⑤인권침해 피해자 지원 ⑥책임소재 확보와 면책 방지 ⑦올바른 정부운영과 정책 지원 ⑧인권조약 시행에 기여 ⑨인권교육과 훈련, 이렇게 9가지로 유형화하고 있습니다.
우리 단체는 지난 16년간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이 망라한 활동뿐만 아니라 새로운 영역의 활동까지 벌여 왔습니다.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와 인권실태조사,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옹호활동 지원, 국제인권기준의 국내 보급과 실현을 위한 활동, 진실을 위한 과거청산 활동, 인권문화 확산을 위한 교육·문화 활동, 인권사건 발굴 보도와 교육을 위한 매체 발간, 인권의 상호의존성에 기초한 국제연대활동, 새로운 인권개념의 연구·확산 등 우리 단체는 인권옹호활동에 힘써 왔습니다. 우리 단체의 주요 활동에 대해서는 별첨 문서로 소개하겠습니다.


II. 피의 사실에 대한 의견

1. 집회·시위는 내용과 형식을 분리할 수 없습니다

집회와 시위는 민주사회를 만들어 온 중요한 인권의 영역입니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이루어진 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원회의 명예회복 결정을 보면, 정권의 억압에 맞서 처벌받은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집시법과 관련되었습니다. 즉, 집회와 시위를 통해 부당한 인권침해에 침묵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한국사회의 민주화도 가능했던 것입니다.

지난 3월 4일 서울지방검찰청 공안2부 윤웅걸 검사가 제출한 구속영장신청서는 △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네트워크’ 관련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 ‘MB 악법 저지를 위한 비상국민행동’ 관련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 ‘이명박 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 관련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일반교통방해를 범죄사실로 들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물론 현행 집시법의 위반 여부를 물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인권의 역사는 실정법에 갇히지 않고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찾아온 수많은 사람들이 만들어온 역사입니다. 재판부가 인권의 기본적 성격을 보지 못하고 현행법 위반 여부만을 묻는 데에 그친다면 결국 인권의 역사를 후퇴시키는 중대한 과오로 남게 될 것입니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를 좌시하지 않는 것은 인권운동가 본연의 역할입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가속화되면서 현대 사회의 인권 침해 문제는 더욱 구조적이고 복합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아래 사회권)의 침해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습니다. 한국사회 역시 급속하게 신자유주의적 경제 체제로 전환되는 동안 빈곤과 불평등은 매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또한 최근의 한국사회는 절차적 민주주의마저 훼손될 정도로 시민·정치적 권리(아래 자유권)가 침해되어 총체적인 인권 후퇴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인권운동가로서 이와 같은 상황에 직면해 권리당사자들과 함께 인권을 옹호하고 실현하기 위한 활동을 벌이는 것은 ‘존재’를 배반하지 않기 위한 숙명과도 같은 것입니다.

우리 단체는 창립 초기부터 자유권과 사회권의 상호불가분성에 주목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세우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지금 인권운동가 박래군의 피의사실을 보며 우리 단체는 자유권과 사회권의 상호불가분성을 다시금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노동권, 주거권 등을 침해하는 정책에 맞서 집회를 열어 주장을 전달하는 것이 봉쇄당하고 결국 사회권의 박탈이 심각해집니다. 생존의 벼랑에 내몰린 사람들은 경찰의 폭력에 목숨까지 잃게 되는 상황입니다.

건강을 해치지 않을 노동 조건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권리, 단결하여 쟁의하고 협상할 권리, 살던 집에서 쫓겨나지 않을 권리 등은 사람답게 살 권리의 주요한 영역입니다. 이런 권리들의 침해를 막기 위해 인권 활동가들은 실태조사를 벌이기도 하며 토론회나 간담회를 열어 해결책을 모색하기도 합니다. 정부 부처에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하며 권리 당사자들이 스스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각종 활동들을 벌입니다. 이런 주장을 담아 집회를 여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인권옹호활동의 하나입니다. 집회를 불온시하는 것은 결국 정치적 주장을 묵살하는 것이며 이럴 때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불평등과 빈곤의 심화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우리 단체는 인권운동가 박래군의 활동에 부족함이 있을지언정, 부끄러움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재판부가 현행 집시법 위반 여부만을 놓고 박래군의 ‘범죄사실’을 논할 때 그것은 집회 및 시위의 자유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모든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인 인권옹호활동을 부정하는 것이며 일방의 정치적 주장에 손을 들어주는 것이 됩니다. 부디 재판부에서 지금 우리 모두가 직면한 시대적 요청에 공감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2.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의 활동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2007.8)’를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는 861만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54.2%. OECD가입 국가들 중 최고치를 달리며, 이조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이들 중 32~35%만이 사회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며, 정규직 노동자의 근속년수가 7.8년인데 비해 비정규직 노동자는 단 1.9년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본적인 사회 보장 체계 바깥에 존재하면서 늘 해고의 위험에 시달립니다.

이렇듯 많은 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은 매우 불안정합니다. 그러나 누구든지 차별받지 않고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권리는 기본적인 인권이며, 사회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사회 구성원들에게 이러한 사회적 권리를 보장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한국 사회가 외형적 성장을 지속하는 동안 빈부격차는 커져만 왔으며, 그 핵심에는 비정규직 등 불안정 노동의 확대가 있었습니다. 특히 전세계적 경제 위기가 다가옴에 따라, 가장 고통받는 것은 경제적/사회적 약자들이기에, 비정규직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을 모색하는 것은 인권활동가로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당연한 의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에게 이것의 해결을 촉구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종교 단체 등 사회 각계와 함께하는 촛불문화제나 집회 등을 평화적으로 개최한 것입니다. 평화적인 촛불문화제는 집시법의 의율 대상이 아니며, 설령 이것이 집시법의 적용이 배제되지 않는 옥외집회라 하더라도 평화적인 집회였던 만큼 단지 신고 의무를 해태한 것에 불과하며, 이로 인한 공익의 침해는 전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현행 집시법의 문제와 경찰 행정의 관행 상, 평화적인 야간 집회라 하더라도 그 신고가 금지될 것임이 명약관화한 점을 참작해야 할 것입니다.

3. ‘MB악법 저지 비상국민행동’의 활동

2008년 12월 말 경 정부 및 여당이 한미FTA비준안, 신문/방송법 개정안,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 개정안, 국정원법 개정안 등 100여개에 달하는 법안들을 국회에 제출하였습니다.

이는 경제, 사회, 언론 등 전 사회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법안들이나, 여당 의원들조차 내용을 잘 모를 정도로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 과정은 전무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야당의 반대는 물론 국민적으로 반대여론이 우세하였으나, 여당은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이를 강행하여 통과시키려 한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러나 대의제 민주주의 하에서 의원들에게 입법권이 주어진 것은 사실이나, 이것이 국민들의 뜻과 유리된 채 국회의원들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입법부가 국민의 뜻에서 벗어나려 할 때, 집회 시위 등의 수단을 통해 국회를 견제하는 것은 국민들이 갖는 시민/정치적 권리로서, 침해될 수 없는 기본적 인권입니다.

따라서 12월 28일~29일, 여의도 국민은행 앞 인도에서 신고된 집회를 평화롭게 진행한 것은 인권활동가로서 당연한 의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때는 법안들의 국회 처리 시한이 임박하여 여야가 밤늦게까지 국회에서 날카롭게 대치하던 시점으로, 매우 비상한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새로이 집회 신고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으며, 시간을 넘겨 집회를 계속해서 진행해야 할 긴급한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또한 비록 미리 신고한 시간은 넘겼을지라도, 여전히 평화롭게 진행한 것 역시 중요한 점입니다.

따라서 신고된 집회를 연장하되 여전히 평화롭게 진행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 시위의 자유의 범위를 넘어서지 않습니다. 실제로 법원 판례 역시 미리 신고를 할 여유가 없이 긴급하게 집회 시위의 요인이 발생한 집회에 대해서는 신고 의무를 면제하고 있으며, 이것이 집회에 대한 허가를 금지한 헌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12월 28일~29일 집회를 시간을 연장하여 평화롭게 진행한 것은, 그것이 갖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견제/보완하는 매우 중대한 필요성에 비해, 이로 인해 발생한 공익의 침해는 전무하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하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입니다.

4. ‘이명박 정권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의 활동

‘이명박 정권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아래 용산 범대위)’는 지난 1월 21일 발족한 연대기구입니다. 아시다시피 전날인 1월 20일 새벽 발생한 참사로 모든 국민이 분노와 슬픔을 느꼈습니다. 많은 사회단체들 역시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고 책임을 물어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며 자발적으로 모였습니다.
용산 4구역뿐만 아니라 재개발 사업의 문제점들은 충분히 지적되어 왔습니다. 무엇보다도 주민들의 20%도 재정착하지 못하는 문제는 재개발 사업이 근본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줍니다. 지역 주민들의 의사가 민주적으로 모이지 못하고 일부 주민과 시공사에 의해 추진되고 그 과정에서 용역업체들의 폭력은 직접적으로 주민들의 삶을 파괴했습니다. 지역에 살던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더욱 많은 개발이익을 내는 데에만 몰두하는 사업이 되다 보니 정작 지역의 주민들은 무기력하게 내쫓기는 것이 일반적인 재개발 사업의 현실입니다.
용산4구역의 주민들은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지역에 남았습니다. 그러나 구청에서도 조합 편을 들고 용역업체 직원들이 폭행을 저질러도 경찰은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철거 시일이 하루하루 다가오는 상황에서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망루를 지어 올렸습니다. 그러나 망루가 만들어진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경찰특공대가 진압을 했고 이 과정에서 철거민 다섯 명과 경찰 한 명이 사망하는 큰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국제인권법이 심각한 인권침해로 규정하는 강제퇴거를 막고 경찰의 진압 관행에 쐐기를 박는 것은 정당한 인권옹호활동입니다. 용산 범대위 역시 돌아가신 분들을 추모하는 문화제를 열어 국민들의 마음을 모았고 참사를 불러온 재개발의 문제점과 경찰의 폭력에 대해 선전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용산참사의 진실을 알리는 소책자와 영상을 제작해 배포하고 있으며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전시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또한 지금까지도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 유족들을 가까이에서 보듬고 지원하는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여전히 용산 참사의 진상이 충분히 규명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용산 범대위는 개발 사업으로 인한 주민의 인권침해가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주민의 정당한 저항에 무리하게 경찰이 개입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집회를 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불법이 될지, 법의 테두리 안에 있게 될 지는 집회 주최자의 의지보다 현행법의 의지에 달린 문제입니다. 현행법이 인권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는지 없는지, 우리 단체는 인권의 원칙에 따라 지켜볼 것입니다.

III. 인권운동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을 촉구합니다

1. 인권운동가에 대한 탄압의 부당성

모든 사람은 단독으로 또는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인권을 보호하고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권리를 가집니다. 그러나 인권운동가에 대한 탄압이 전 세계적으로 심각하게 자행되어, 유엔에서도 인권운동가 보호를 위한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인권운동가에 대한 탄압으로 인권옹호활동이 제약될 경우 인권의 존중, 보호, 실현이 이루어지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1998년 12월 9일 유엔총회는 ‘인권옹호자 선언’을 채택(결의안 53/144)한 데 이어, 2004년 4월 선언의 이행을 감시․지원하기 위해 ‘인권옹호자 특별대표부’를 설치했습니다(결의안 2000/61). △국제인권기준의 국내 이행을 위해서는 개인과 단체에 대한 인권운동가의 지원이 필수적이고 △국가가 나서 인권침해를 적절히 막지 못할 경우 인권운동가가 최후 보루가 될 수밖에 없으며 △인권운동가는 자신이 펼치고 있는 인권옹호 활동으로 정치적 표적이 되는 등 인권침해의 대상이 될 위험에 노출돼 있는 만큼 각별히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 유엔의 기본 인식입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인권옹호자 선언 12조 1항은 “모든 이들은 개별적으로 공동으로, 인권과 기본적 자유의 침해에 저항하는 평화적인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고 하여 평화적 저항권을 재확인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권옹호자 선언 제5조는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증진, 보호하기 위하여, △ 평화적 회합 또는 집회, △ 비정부기구, 협회 또는 단체의 결성, 가입 및 참여, △ 비정부 또는 정부간 기구와 의견 교환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모든 사람이 가진다고 확인하고 있습니다. 인권운동가 박래군이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네트워크’, ‘MB악법 저지 비상국민행동’, ‘이명박 정권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를 다른 사람들과 공동으로 결성하고 참여하여 집회를 열고 다양한 활동들을 한 것은 인권옹호자의 기본적 권리를 넘어서지 않는 정당한 활동입니다. 이 활동들은 오히려 국내법에 의해 효과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활동들입니다.

2. 박래군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청구는 부당합니다.

피의자에 대한 구속이 피의자에 대한 처벌이 되어서는 안되며, 형사 재판 절차를 올바르게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행사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 현재 대법원도 불구속 수사 원칙을 밝혀오고 있으며, 배임/횡령 등 사회적으로 큰 책임이 있는 이들의 범죄 혐의에 대해서도 법원은 이러한 원칙을 엄격히 지켜온 바 있습니다. 이러한 원칙이 사회적 약자들과 인권활동가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기를 희망합니다.

형사소송법 제70조 1항은 구속의 사유로 1.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2.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을 때, 3.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을 때로 명확히 한정하고 있습니다. 피의자 박래군은 주거가 분명하며, 혐의의 성격 상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없습니다. 또한 이번 사건으로 경찰의 소환 요구가 있을 때마다 피의자는 매우 성실히 조사에 응해왔으며, 이로 인해 체포영장도 발부된 적 없음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따라서 검찰의 사전구속영장 청구는 형사소송법상 구속의 사유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부당한 청구입니다. 피의자 박래군은 인권활동가로서 신념에 따라 공개적으로 인권 옹호 활동을 한 것인만큼, 불구속 상태에서도 재판에 성실히 응할 것입니다. 다만 피의자가 사정 상 자신의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한 영장실질심사에 오늘은 출석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를 도망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안될 것입니다.

제70조 2항에서 규정한 고려사항은 구속 사유가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70조 2항에서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를 고려하여야 한다고 되어있으나, 이런 것들이 곧바로 구속 사유가 되지 않음은 명백합니다. 이는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를 판단할 때 고려되어야 할 참고 사항에 불과합니다.
설령 구속 사유를 심사함에 있어 이러한 것들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검찰에 따르면 피의자가 책임져야 할 부분은 미신고 집회 개최와 일반교통방해 입니다. 그러나 미신고 집회 개최 혐의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인 집회 시위의 자유를 행사하면서 단지 신고 의무를 해태한 것 뿐입니다. 일부 참가자들이 도로 행진을 시도하거나 경찰 병력과 충돌을 빚은 것은, 피의자가 집회 주최자로서 집회 종결을 선언한 이후의 일인만큼, 피의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별도의 구체적인 정황과 증거가 드러나지 않는 이상 피의자의 책임 범위를 벗어난 것입니다. 설령 집회 종료 후 도로 행진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 하더라도, 이로 인한 피해는 도로 행진으로 인한 일시적인 교통 불편에 불과한 것으로, 이는 일반적인 민주주의 사회가 집회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수인해야 할 불편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 병력과 충돌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물으려면 이것이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피의자 또는 피의자가 책임지는 단체에서 주도하였거나 사전에 계획하였다고 볼만한 구체적인 증거나 정황이 반드시 드러나야 할 것입니다.
또한 검찰은 피의자가 대정부 투쟁을 선동하였다고 하나,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정부 투쟁은 하등 문제될 것이 없으며, 단지 그 방법을 살펴야 할 것인데, 피의자가 주장한 것은 대부분 정부를 상대로 끝까지 싸우자는 추상적인 내용이거나 기껏해야 단순한 집회 참가 독려일 뿐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 시위 그 자체를 범죄시 하지 않는 이상 피의자가 범하였다고 하는 범죄가 중대하다고 볼 이유도 없습니다.
또한 재범의 위험성의 경우, 원칙적으로 이는 행정청이 방지할 의무를 지는 것이지,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는 예상만으로 인신을 구속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피의자가 그 범죄에 대해 책임이 있음이 명명백백하고, 그 범죄가 사회적으로 중대한 위협을 끼칠 수 있을 경우에 한해 극히 신중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의자가 범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는 범죄로 인한 피해는 기껏해야 일반적인 민주주의 사회가 수인해야 할 불편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또한 헌법 상 보장된 집회 시위의 자유를 행사하면서 단지 신고 의무를 해태한 것에 대해, 정부가 바뀐 이후 정상적인 집회 신고가 어려워진 정황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는 이 건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피의자 박래군을 구속해야 할 이유가 없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3. 인권운동가 박래군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기각을 촉구합니다

검찰은 피의사실을 제출하며 박래군의 발언 하나하나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굳이 피의사실에 발언 내용들을 적시하며 마치 박래군이 사회에 위협적인 인물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지만 그가 한 말들은 한결같이 인권을 확인하고 그 실현을 촉구하는 발언들입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가 단결해서 싸워나가자”, “서민과 없는 자를 살해하는 정권, 끝까지 맞서서 투쟁합시다”, “집회 한 번 하는 것조차 이렇게 경찰이 결사적으로 막는 것이 이 나라의 민주주의의 현실이다. 용산 문제만 나오면 무엇이든 불법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 저와 누군가 잡혀가더라도 이 투쟁은 계속 가야 한다” 등은 그 자체로 인권과 민주주의의 진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유엔 인권해설집에서는 정부 당국이 인권운동가의 인권을 침해하는 주범인 동시에 인권운동가를 보호해야 할 일차적 책임을 진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정부 당국이 인권운동가가 행정상의 ‘불법’을 저지르게 하고 이를 근거로 체포, 감금하거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것 역시 인권운동가를 대상으로 한 인권침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경찰이 집회 신고에 대해 금지 통고를 내려 사실상 집회를 열지 못하도록 하는 허가권을 행사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에도 어긋날뿐더러 이와 같은 행정상의 ‘불법’을 이유로 인권운동가를 구속하는 것은 인권운동가를 보호해야 할 책임을 져버리는 것입니다.

작년처럼 촛불시위가 번질까 경찰과 검찰이 부심하고 있다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빼앗긴 권리를 찾기 위해 평화적으로 저항하는 것 역시 소중한 인권입니다. 정치적 이유를 들어 수많은 인권적 요구를 묵살하는 것은 사회의 퇴보를 가져올 뿐입니다. 경찰의 무리한 집회 금지와 원천 봉쇄로 우리는 아직 용산 참사로 돌아가신 분들을 충분히 추모할 시간도 가져보지 못했습니다. 추모문화제를 열기만 하면 불법이라고 끝내라는 통에, 무대에 선 유족들은 눈물을 닦을 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했고 용산 범대위는 차분히 묵상할 시간도 가져보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래군을 구속하는 것은 우리가 응당 죽은 사람들에게 갖추어야 할 예에도 어긋날 것입니다.

한국사회의 인권 현실을 진전시키고 정의가 이 땅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인권옹호활동에 족쇄를 채우는 역할을 사법부가 하지 않게 되기를 다시 한 번 기대하며 사전 구속영장의 기각을 촉구합니다.
2009년03월11일 13:16: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