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문제를 느닷없이 꺼내들어 세인의 주목을 끌었던 레프코위츠 미국 인권특사가 7월 중순 개성공단을 방문한다는 소식이다. 다시 한번 개성공단 노동자의 착취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빚어질 것인가.
이른바 네오콘의 핵심인사이기도 한 그는 북한 인권 차원에서 개성공단 노동자의 임금 및 근로조건을 문제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그의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절반의 진실에 지나지 않는다. 또 다른 반쪽의 진실, 아니 보다 큰 진실이 있음에 눈을 돌려야 한다. 임금직불제와 임금수준이라는 두 가지 점에 대해 살펴보자.
임금 직불제의 미실시에 따른 불투명성은 부정하기 어렵다. 북한 노동자들이 실제로 받는 임금이 얼마인지는 외부 사람들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직불제 그 자체를 문제시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또 다른 차원의 것이다. 중국의 경우, 가장 먼저 경제특구가 건설된 심천에서도 임금 직불제가 실시되기까지 3년이 소요되었다. 왜 그랬을까.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주민의 임금뿐 아니라 사회보장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진! 다. 교육, 의료, 주택, 식량배급 등에 대해서는 국가가 무상에 가까운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게 되어 있다. 그만큼 국가 부담이 큰 것이다. 이는 개인이 국유기업에 취업한다는, 즉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노동자가 외국기업에 취직을 하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국가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해당 노동자에 대해 국가는 사회보장을 계속해 준다. 자국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당 노동자로부터 일정 금액의 돈을 가져갈 권리가 발생한다. 취업 이전에 국가가 교육, 의료 등의 형태로 사회보장을 해 주면서 개인에게 투여했던 자금의 일부를 국가가 회수할 수 있는 권리도 발생한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대외개방 초기에 별도의 인력공급회사를 만들어 외국기업으로부터 임금을 일괄적으로 받아 그 중 일부를 국가가 가져가고 나머지를 노동자 개인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이렇듯 임금 직불제를 실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국제노동기구(ILO)에서 문제제기를 한 적이 없었다. 사회주의 사회의 특수성을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북한도 현재 각? ?사회보장에 대한 보상의 차원에서 사회문화시책비라는 명목으로 임금의 3 0%를 제한 후에 나머지를 노동자들에게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사회주의 사회의 특수성으로 인해 임금직불제가 다소 지연되고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개성공단의 경우, 임금직불제는 남한과 북한이 이미 합의한 사항이다. 현재 실시를 위한 기술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 단계라고 한다.
이제는 북한의 임금 수준에 대해 생각해 보자. 우선 개성공단의 노동자 임금은 북한의 타 지역 임금보다 높다. 최저임금 50달러에서 사회문화시책비 30%(15달러)를 제외하면 35달러에 달한다. 이를 북한의 공식환율(1달러=150원)로 환산하면 5,250원이 된다. 북한 노동자들의 평균적인 기본임금이 3,000원 안팎임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액수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최저임금뿐 아니라 야근·휴일수당 등을 합쳐서 실제로 지급된 액수가 작년의 경우에 평균 67달러였다. 이 때 사회문화시책비 30%를 제외하면 대략 7,000원 선에 이른다. 따라서 개성공단의 노동자 임금은 북한의 타 지역 임금보다 적어도 2배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사회문화시책비를 제외한 모든 임금이 노동자 개인에게 지급된다는 가정! 하에서 산출되는 금액이다.
이 정도의 설명만으로 충분히 납득이 가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이제는 보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이야기로 옮겨가 보자. 북한 노동자들이 개성공단에서 일하기 이전과 이후의 생활수준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추적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입주 기업 A사는 지난 5월에 북측 노동자들의 사원증용 사진을 재촬영했다. 그런데 사진이 나온 것을 보고 한국측 관리자들은 다들 자신의 눈을 의심치 않을 수가 없었다. 북측 노동자들은 불과 1년 2개월 만에 완전히 딴 사람들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얼마 전에 사원증을 다시 만든 B사도 똑같은 경험을 했다.
처음에 왔을 때 북한 노동자들은 대부분 얼굴이 시커멓고 윤기가 없었다. 그런데 불과 2~3개월만 지나면 얼굴이 조금씩 하얗게 변하기 시작한다. 얼굴에 윤기가 흐르고 볼에는 살이 오른다. 젊은 여성들은 기미, 주근깨도 많이 없어진다. 한국측 관리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북측 근로자들의 때깔이 달라졌다”고 전한다. 개성 시내에 다니는 북한 주민들 가운데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외! 모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고 한다.
영양상태 뿐만 아? 求? 체력도 좋아지고 있다. C사의 경우, 초기에는 노동자들의 체력이 부족해서 공장이 실제로 기계를 돌릴 수 있는 시간이 5시간 30분 정도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노동자들의 체력이 회복되면서 실 가동시간이 6시간 30분 수준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먹는 게 달라졌다. 이들이 싸오는 점심용 도시락 하나만 놓고 보아도 그렇다. 처음에는 도시락이 똑같은 밥에 똑같은 반찬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사람에 따라 메뉴가 다양해졌다. 반찬 가짓수도 늘어난 것은 물론이다. 고기반찬을 가져오는 사람도 나타났다. 이는 임금이 종전보다 크게 높아지지 않았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개성공단 노동자들은 타 지역 노동자들보다 적어도 2배 이상의 임금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또 달라진 것은 남측 기업으로부터 받는 각종 복리후생이다. 우선 점심시간에 국을 제공받는다. 그런데 이 국은 대개 고기국이다. 때로는 떡국이나 만두국도 나온다. 오후 휴식시간인 3시 경에는 간식으로 초코파이 등이 제공된다. 어떤 회사에서는 계란, 미숫가루도 나온다. 야? 謀?때는 국수, 라면이 나온다. 때로는 정식도 제공된다.
이러한 음식 복리후생은 남한이나 미국의 노동자에게는 복리후생 축에도 끼지 못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논하고 있는 대상은 만성적인 식량난으로 배급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월급도 다 받지 못하고 있으며 극심한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이 정도의 음식만으로도 복리후생이 엄청나게 개선된 셈이다. 돈으로 환산한다 해도 상당한 액수에 달할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개성공단을 어떠한 눈으로 바라볼까. 개성 출신 새터민들에게 “개성공단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듣고 당시 개성시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이제는 우리도 잘 살겠구나”며 기대와 희망에 부풀었다고 답했다.
실제로 지금 북한에서는 개성공단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취업 청탁도 상당하다. 주민들 사이에는 ‘개성 드림’이라는 말조차 나오고 있다. 20대 젊은 여공이 개성공단에 취업하면 네 식구를 다 먹여 살릴 수도 있다고 한다. 영양상태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체력? ?눈에 뜨게 좋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노동자들에게 “당신들은 착취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레프코위츠 특사 등이 주장하듯 개성공단은 북한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공간일까. 아니면 개성공단은 북한 노동자들의 생활 조건 향상을 통해 인권을 개선하는 공간일까. 답은 이미 나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