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적 입장서 인권 거론말라
한국정부 대북인권결의안 찬성표는 외교실종 단면

2006/11/20
주종환 기자

유엔인권위의 북한 인권상황 개선을 요구하는 결의안에 한국정부가 과거 4년에 걸쳐 불참 내지 기권했지만, 이번에는 찬성으로 돌아섰다. 북한 핵실험 이후의 국제적 상황변화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즉각 한국정부의 인권결의안 찬성이 남북관계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확실히 인권은 인류사회의 보편적 가치로서 누구든 이를 보호할 책임이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인권문제에 관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인권유린 미국과 일본이 더 하다

첫째 편파적 기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히 자기의 문제는 덮어두고 남을 비난하는 행위는 절대로 피해야한다. ‘X묻은 개가 Y묻은 개를 나무라는’ 꼴이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이런 기준에서 볼 때, 이 결의안 채택에 앞장서 온 미국의 인권상황도 도마에 올라있다. 이라크에서의 비인도적 행위, 관타나모 수용소에서의 잔학행위, 유색인종에 대한 각종 차별 등은 미국의 인권보장 수준이 반드시 합격수준이 되지 못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더욱이 이번 유엔 인원결의안에는 일본정부의 요청으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한 비난이 들어있다고 한다. 과거 일본 군국주의 시대에 저질러진 수십만에 달하는 한국인 납치문제에 대해서는 이를 극구 부인하고 은폐해 온 일본이, 몇 안 되는 일본인들에 대한 북한의 납치문제를 북한인권결의안에 끼어 넣은 것과, 이를 알면서도 찬성표를 던지려고 하는 한국정부의 행위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지극히 편파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정부는 일본의 이런 불합리한 행동에 제동을 걸어야만 한다.

둘째 인권보호에서 가장 으뜸가는 기준은 인간의 생존권 보호다. 사람의 생명이 있고나서 인권도 있다. 현재 사람들은 일정한 국가 또는 민족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가치가 국가 또는 민족의 자주성과 독립성이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가 또는 민족에게 자주성이 보장되지 못할 때, 인권이 결코 보장되지 못한다는 사실은 우리 민족의 36년간에 걸친 일본식민지시대를 되돌아보면 의문의 여지가 없다.

북한이 막강한 미국의 도전을 막아내고 국가와 민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반(半)전시체제 아래 놓여있다는 이유로 인권의 일부를 유보하고 있는 행위를 무조건 비난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떤 나라도 전시체제 또는 이와 유사한 반전시체제 아래서 인권을 완전히 보장해준 경우는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북이 하면 무조건 잘못인가

셋째 인간의 생존권과 관련해서 존중되어야 할 가치는 일할 권리와 일을 하기 위한 에너지원으로서 먹거리를 보장받는 일이다. 그런 관점에서 북한에 대한 경제봉쇄를 인권문제와 연계시키면서 인권을 논할 수는 없다. 북한은 경제봉쇄로 대외무역을 제한받아 인간의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식량을 확보하지 못해 대다수 인민들이 크게 고통 받아 왔다. 이런 상황에서 식량과 비료의 대북지원마저 북핵문제와 연계시켜 중단시키면서 인권을 운운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북핵문제가 불거진 이후, 미국정부는 개성공단사업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북한 근로인민의 일할 가회를 원천적으로 저지하고 그들의 생존권마저 위협하는 것으로서 지극히 비인도적인 요구임이 분명하다. 개성공단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지급이 북한관리들을 통해 지급되기 때문에 북의 핵개발에 자금원이 될 소지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으나, 지급된 임금의 대부분이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의 생필품 구입 등에 매우 투명하게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 전에 소상히 보도된바 있다. 북한이 하는 일이면 무엇이건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보려고 하는 습성을 버려야한다. 더욱이 남북 간 평화공존의 상징으로서 개성공단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내야 한다.

북한은 줄곧 자기들의 안보상 요구가 충족되면, 굳이 핵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비핵화가 국가의 일관된 기본방침(유훈)이라고 거듭 밝혀왔다. 비핵화와 이에 따른 안전보장문제는 북미 사이에 풀어야할 과제이기 때문에 북미 직접대화가 필요하다고 끈질기게 요구했으나, 미국은 선 핵 포기 아니면 안 된다고 구두선처럼 외치면서, 직접대화를 거절해 왔다.

그것은 북을 넘어뜨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사실상 외교를 포기한 태도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런 초강경정책이 북한의 핵무기 축적을 오히려 부추겼다는 평가도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민족화해>지 최근호에서 미국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상황’을 자초했다고 분석한바 있다.

앞으로 열릴 6자회담을 통해 동북아 집단안보체제에 대한 주변 강대국들의 보장이 실현되고, 남북한과 일본을 포함한 비핵중립지대화가 실현되어 북한에 대한 체제위협이 사라진 이후에도 북한정권이 인권문제의 개선을 계속 외면한다면, 당연히 비난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북한이 체제위협을 실감하고 이에 대처하여 준(準)전시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 상황에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미국에 편승하여 북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비칠 위험성이 있다.

찬성표, 이건 아닌데...

때마침 미국 중간선거에서 대북 강경기조를 고집해온 부시진영이 패하자, 북미직접대화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6자회담의 재개도 눈앞에 다가와 있다. 이런 민감한 시점에 유엔의 인권결의로 북을 압박하는 데 한국정부가 찬성표를 던짐으로써 북을 자극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정착에 과연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만 한다.

더욱이 일본정부가 수십만에 달하는 한국민을 비롯한 아시아 사람들을 2차대전 중에 납치해 놓고, 이에 대한 확실한 사죄를 외면한 가운데, 몇 안 되는 일본인 납치문제를 대북 유엔 인권결의안에 끼워 넣은 것을 알면서도 이에 찬성표를 던진다는 것은 한국외교의 실종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문제는 간단하지가 않다. 깊은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주종환

동국대 명예교수, 민족화합운동연합 대표.

2006년 11월 20일 오후 15시 38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77호 18면에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