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국가인권위(위원장 안경환)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북한인권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한다.
2004년 이후 연례행사이기는 하지만 의제 자체의 민감성에다 지난 18일 정부가 유엔총회 3위원회 북인권상황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이후라는 시기성 때문에 여러모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행사 취지이기도 한 "정부-비정부 차원에서 북 인권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정부의 찬성표결 결정 입장에 대한 검토를 중심으로 정부 및 비정부 차원의 과제를 살펴본다.
득보다 실이 많은 북인권결의안 찬성
인권단체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북인권결의안 찬성표결이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찬성결정 이유가 납득하기 어렵고 △결의안이 기대했던 효과가 현실화되기 어려우며 △무엇보다 남북 당국간 대화재개에 걸림돌이 되었다는 점 등이 이러한 평가의 근거들이다.
지난 27일 평화네트워크 주최 '북인권결의안' 관련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찬성결정 이유로 든 △북핵실험 이후 국제여론 악화 △반기문 장관의 유엔사무총장 선출 △유엔인권이사회 초대 이사국 진출 등이 '인권개선'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아울러 '나라별결의안'이라는 형식과 결의안의 내용, 양자 모두 정부의 기존입장과 배치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납득할만한 설명이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나라별결의안'과 관련, 정부는 유엔총회에서 인권이사회 신설결의안이 통과된 직후인 지난 3월16일 "인권이사회는 그간 유엔 인권위원회의 선별성, 정치화 경향 등의 제반 문제점을 시정하고"라고 하여 비판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특정국가에 대한 '망신주기식(naming and shaming)' 접근 대신 모든 회원국이 정기적으로 보고서를 제출, 검토받는 '보편적 정례 검토'가 도입된 것을 환영했다.
따라서, 정부가 무슨 이유로 기존 '나라별결의안'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접고 북한이라는 나라를 대상으로 한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는지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유엔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는 '나라별결의안' 존치여부에 대한 논쟁이 가닥이 잡힐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채택된 '결의안의 내용'과 지난 6월19일 반기문 당시 외교부 장관이 유엔인권이사회 연설에서 "북한 인권상황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서는 '대화, 협력 및 포용'의 자세가 요구된다고 강조"한 것과 상호 배치된다는 점도 문제시된다.
적대적이며 일방적 비난에 가까운 유엔총회 3위원회 북인권상황결의안에 대한 정부의 찬성표결이 어떻게 '건설적이며 상호협력적 인권개선 방침'과 조화를 이룰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나라별결의안' 폐지 논의 주도해야
'결의안의 기대효과'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지난 16일 "북한과 국제사회간 인권분야의 대화와 협력을 구체적으로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구체적으로는 비팃 문타폰(Vitit Muntarbhorn) 북인권특별보고관의 방북을 허용하라는 촉구였던 셈이다.
그러나, 북이 해당결의안을 전면배격함으로써 이러한 기대는 무산되었다. 실제로 적대적 결의안에 의거 임명된 보고관을 북이 받아들일 리 없고 문타폰 보고관에 대한 북 당국의 신뢰 또한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이러한 기대는 현실화되기 어려웠다고 볼 수 있다.
결의안 찬성이 남북 당국간 대화재개에 또 하나의 장애를 조성했다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와 관련, 북 조평통은 18일 "남조선 당국의 유엔 대북 인권결의안 찬성은 6.15공동선언의 기초를 파괴하고 북남관계를 뒤집어엎는 용납 못할 반통일적 책동"이며 "북남관계에 또 하나의 장애를 조성한 범죄행위"라고 비난했다.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정부가 찬성표결 결정 이유로 든 "보편적 가치로서의 인권신장에 기여하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면서, 신설된 유엔인권이사회 초대 이사국의 지위를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인권이사회 차원에서 논쟁중인 '나라별결의안'에 대해 적극적인 폐지입장을 개진하면서, 한편으로는 북이 보편적 정례검토를 통해 인권상황을 검토받도록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이 '시민.정치적권리에관한국제규약' 등 4대 규약위원회에 정기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인권개선에 협력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모든 회원국이 동등한 지위에서 인권상황을 검토받는 '보편적 정례 검토'는 북이 회피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에서는 "있는 제도를 없애기 힘든 현실적 조건(외교부 관계자)"을 감안, 보충적인 모니터링 제도로서 '나라별결의안'이 살아남을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주장도 있다.
이와 관련 지난 15일 조성렬 국제문제조사연구소 기획실장은 '북한인권 전담대사'를 두어 문제제기국(EU)과 당사국(북한)이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상호협력을 전제로 하는 인권개선안"을 이끌어내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보안법 폐지해야
또 대북인도적 지원재개를 통해 남북당국간 대화를 복원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정부가 찬성결정을 하면서 "대북 화해협력정책 기조를 견지하면서 식량권 등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인 인권상황의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만큼 그에 걸맞는 실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정부의 역할에는 두 가지 전제가 따른다는 것이 인권단체 관계자들 및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첫째는 북인권개선에서 남측의 지위와 관련된 것이다. 이에 대해 지난 27일 서보혁 코리아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인권개선 방법에서 국제사회의 역할과 관련해서, 북한 자신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고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조력자, 협력자, 촉진자, 지원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 순서가 바뀌거나 상황에 따라 자의적으로 판단될 경우에 부작용이 생긴다"고 설명한 바 있다.
두번째는 조력자.촉진자로서 남측 정부나 비정부기구가 북인권개선에 나설 때, 상호협력적 인권개선을 주창하면서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는 제도를 유지한다는 것은 형용모순이라는 지적과 관련된다.
따라서, 남측 정부는 남북 주민들의 상호 인권개선을 제약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등을 과감하게 폐지함으로서 한반도인권개선의 주도자이자 북 인권 촉진자로서의 진정성을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작성일자:2006-11-29 오후 4:26:06 / 수정일자:2006-11-29 오후 4:2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