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문제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2006-06-19 윤여상 /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북한인권 문제는 인도주의적 사안이면서 중요한 정치적 사안이다. 북한인권문제는 인도주의적 성격을 강조할 경우와 정치적 성격을 강조할 경우에 따라 목표수준과 접근방법에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최근 북한인권 문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정치의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데, 북한인권문제가 국제정치의 중심 무대인 미국과 유엔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것은 일단 북한인권 개선의 중요한 진전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북한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 방법과 주요 행위자 구성에 있어서는 복잡성을 증가시키고 있다.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접근은 몇 가지 기본 원칙에 대한 합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먼저 ‘객관적 기초 자료’에 의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 현재 북한인권 실상에 대한 정보는 국내외적으로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으나, 대부분의 정보들은 북한생활 경험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보들에 대한 신뢰성과 대표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인권 실태에 대한 객관적 정보 습득을 위하여 다양한 정보 제공수단을 확보해야 하며, 제공된 정보들의 상호검증 절차? ?활성화 되어야 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북한인권실태 증언 중 다소 과장되거나 개연성이 낮은 증언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8,000명이 넘는 탈북자가 한국에 거주하는 조건에서 이들의 증언은 북한인권의 전반적인 현황을 보여주는데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북한인권에 대한 논의는 인권개선을 목표로 하여야 한다. 따라서 북한인권에 대한 접근방법에서 우선적으로 중요한 관점은 ‘북한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제안들 중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은 무엇인가?’ 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과 문제제기가 정치적 구호나 북한에 대한 정치적 압력 행사의 수단으로만 활용될 경우 그 진정성에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북한인권 문제 접근방법에 대한 평가는 인권개선을 위한 ‘실현 가능성’ 제고가 중요한 척도가 되어야 한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선언적 의미의 관심과 실천성을 담보하지 않은 실행계획의 발표는 북한인권 개선에 명목적인 동참을 의미할 뿐 실질적인 개선 노력은 될 수 없다. 미국의 북한인권법 통과 이후 미국은 법률안에 포함된 내용에 따라 북한인권특사를 임? 灼構?국제회의를 개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최근 들어 해외 체류 탈북자의 미국 입국을 허용하는 조치를 단행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북한인권법에 책정된 예산의 대부분은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 북한인권법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갖도록 만들고 있다.

북한에 대한 긴급구호와 개발지원을 인권개선의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대북 경제적 지원은 북한주민들의 생존권 유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북한 주민들의 생명권과 자유로운 삶이 보장될 수는 없다. 북한주민들의 인권은 생존권에 대한 위협과 감시와 억압, 그리고 자의적인 사법적 집행이 중단될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논의의 중심은 ‘효과성’에 두어 져야 한다. 현재 사라져가는 생명에 대한 무관심과 외면은 미래의 풍요로운 삶의 보장으로 대체될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실제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대북 경제적 지원과 사법기관 종사자들의 인권의식 함양, 그리고 구금시설 개선 등의 지원 사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논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당사자 주의’를 우선할 필요가 있다! . 현재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당사자는 북한주민들이며, 그 중 직접적인 인권피해를 경험한 사람들일 것이다. 또한 현재 상황에서 북한인권문제를 직접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당사자는 북한 정치지도자와 권력기관 종사자들이다. 따라서 북한인권 개선 활동은 북한주민들의 피해를 예방하고 구제할 수 있는 수단에 주력해야 하며, 북한 정치지도자와 권력기관 종사자들의 인권의식을 높이는 것과 또 이들이 어쩔 수 없이 북한주민들의 안정적인 삶이 가능한 방법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결국 북한인권 문제의 핵심 당사자는 북한주민과 정치 지도자, 그리고 권력기관 종사자들이다. 따라서 북한의 근본적 인권개선을 위해서는 이들의 변화를 유도하고 촉진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직접적으로 북한인권을 개선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되어 있다면 이들의 의식 개선 활동을 먼저 전개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결국 북한 사회의 민주화로 귀결될 수 있다.

미국과 유엔의 북한인권 개선 요구와 한국의 대북지원도 결국 북한사회의 민주화를 통한 인권개선으로 연결될 때 실제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주로 논의되고 있! 는 정부와 NGO의 역할분담, 국내와 국제사회의 역할분담론도 북한사회의 변 화를 통한 인권개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 북한 인권이 근본적으로 개선되기 위해서는 북한의 자발적 변화에 의한 것이든 외부의 압력과 유도전략에 의한 것이든 북한 체제에 대한 전반적인 민주화가 이루어져야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