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비판 연구서 펴내
`안경환 위원장`으로 바뀐 인권위

'안경환(사진) 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 인권 문제에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권위는 그동안 북한 문제에 대해 극히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 사회 일각으로부터 비판을 받아 왔다.

인권위는 6일 '북한 인권 법제 연구'라는 제목의 단행본을 발간, 북한의 인권 실태를 공개했다. 인권위가 북한 인권에 대해 연구한 자료를 내기는 처음이다. 북한 법제의 인권 관련 조항을 검토한 이 책은 인권위가 국내 법학교수와 북한 전문가 등 8명에게 의뢰한 것이다.

안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국정감사에서 "적절한 절차를 거쳐 북한 인권에 대한 의견을 이른 시일 내에 정리하겠다"고 말해 인권위의 입장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 북한 인권 첫 거론=건국대 김영철(법학) 교수는 이 책에서 "북한은 정치범 수용소와 공개처형을 운영해 죄형법정주의.형사절차법정주의를 유린하고 있다"며 "20만 명 정도가 수용돼 있는 정치범 수용소는 임산부와 영아 살해가 이뤄지는 등 '인권침해의 종합창고'"라고 비판했다.

통일연구원 이금순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한국의 역할'이란 글에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논의를 기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한국은 호혜적 차원의 경제 지원과 인권 개선 설득을 병행하는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4억여원 예산에 결과물은 없어=인권위는 2004년부터 매년 1억4800만원의 예산을 북한인권사업에 책정해 연구를 해왔지만 연구실적물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해엔 '탈북자 증언을 통한 북한 인권 실태조사'를 의뢰해 용역보고서를 받고도 공개하지 않아 비판을 샀다.

인권위는 "책자의 내용이 공식 입장은 아니다"면서도 "'북한 인권 법제 연구'가 북한 인권을 체계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라고 설명했다.

한애란 기자

◆ 안경환 위원장=헌법.영미법을 전공한 법학자로 1987년부터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재직해 서울대 법대 학장과 한국헌법학회장 등을 지냈다. 참여연대 운영위원장과 아름다운재단 이사 등 시민단체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해 왔다. 내부 문제로 자진 사퇴한 조영황 전 위원장의 후임으로 지난달 말 취임(임기 3년)했으며, 중도적 성향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aeyan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