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인권 앞에 역시 비겁한 국가인권위

국가인권위원회가 11일 전원위원회 의결을 거쳐 발표한 ‘북한 인권에 관한 입장’의 결론은 한마디로 비겁하다. 인권위는 “북한 지역에서의 인권 침해 행위는 위원회 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2003년 4월 사무처에 북한인권연구팀을 만든 지 3년9개월, 지난해 12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공식의견을 정부에 제출하기로 하고 북한인권특위를 구성한 지 1년간 숱한 토론을 거쳐, 그나마도 지난 5월 발표하겠다던 일정을 6개월 이상 지체하면서 갈무리한 결론이 ‘북한인권은 소관 밖’이라는 발뺌인 것이다. 지난 9월 처형 위기에 놓인 북한 주민을 구해달라는 진정을 “조사영역에서 벗어나 있다”고 각하하던 비겁함을 재연했을 따름이다.

인권위가 둘러댄 법리 근거부터 상식에도 미치지 못한다. 헌법의 영토규정을 들면서도 국제법으로 볼 때 북한은 엄연히 다른 나라라고 했다. 그래서 인권위법 해석상 북한은 조사 대상에서 배제한다는 ‘꼬인 화법’을 동원하고 있다. 국제법과 인권위법을 그 상위규범인 헌법에 우선시키는 해괴한 법리를 전개하고 있다.

법리에 앞서 인권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라는 측면에서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안경환 위원장은 10월 국회 인권위 국감에서 인권의 보편성을 강조했고, 북한인권에 대한 인권위 입장 발표에 앞서서도 “인권 측면에서 생각할 뿐”이라고 했지만 그가 수장으로 있는 인권위는 결국 ‘남북관계의 특수성’ 운운으로 인권을 정치의 영역으로 돌리고 만 셈이다.

북한에서 고문, 낙태, 처형이 무차별로 자행되고 있다는 ‘고발’이 줄을 잇고 있는데도 인권위는 ‘국경 너머의 일’이라며 눈길조차 거두어왔다. 그런 인권위에 대해 이라크 국민의 인권을 앞세워 국군부대 파병을 반대한 전례를 들어 북한 아닌 이라크는 ‘관할권’이 있느냐고 물어야 하는가. 동포의 인권 실상에는 아예 눈을 감는 것을 세계시민은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10일은 세계인권선언 제58주년이었다. 이틀 앞서 기념식에서 인권위는 ‘인권의 국제화’가 시대적 필연이고 진정한 인권 선진국 반열에 오르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지난달 유엔총회 제3위원회의 대북 인권결의에 정부가 처음으로 찬성하면서 전향적인 움직임이 짚이는가 했더니 인권위는 역시 아무 것도 바뀌지 않고 있다. 우리는 인권위가 인권의 대의를 좇지 못하는 것은 노무현 정권의 ‘코드’로 무장한 의사결정 구조 그 자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열린 성향의 위원장이라 하더라도 남북 정권의 눈치를 살피는 식의 ‘코드 인권위’를 벗어날 수 없는 인적 구조를 수술해 ‘국가’와 ‘인권’의 조직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고 믿는 것도 그 때문이다.

기사 게재 일자 2006/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