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민족화해 웹진
인권개선을 위해서는 직접 개입과 포용전략이 상호 보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김수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북한인권 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
1990년대 들어 북한인권문제는 국제사회의 관심 대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북한인권은 세계질서의 변화와 북한 내부 경제난이라는 2가지 요인이 작용하면서 ‘문제’로서 부각되었다. 첫째, 세계질서 요소로서 1990년대 이전 냉전적 대결로 인해 군사안보 문제가 압도적인 이슈였기 때문에 북한인권은 주목받지 못했다. 그런데 냉전이 종식되면서 상대적으로 군사안보 이외에 인권과 환경 등 다른 가치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둘째, 북한체제 요소로서 폐쇄적 북한체제의 속성으로 인해 북한 내 인권실상이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그런데 배고픔에 지친 북한 주민들의 탈북 행렬이 급증하는 가운데, 이들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북한인권의 열악한 실상이 국제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북한인권은 2가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 영역으로 규정할 수 있다. 첫째, 본질적 ‘문제’로서 열악한 북한인권 실태를 개선하는 핵심 과제로서의 영역이다. 둘째, 파생적 ‘문제’로서 북한인권 실태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인식, 개선방식을 둘러싸고 발생하고 있는 국내 갈등의 해소영역이다.
파생적 차원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발생되는 것은 북한인권이 이슈화되는 과정과 남한의 대북정책 및 인권에 대한 북한의 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북한인권 문제는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 등과 같은 저명한 국제비정부인구기구 등의 북한인권 실태보고서를 통해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유엔인권소위원회, 유엔인권위원회, 유엔총회 등 유엔인권기구에서 북한인권 상황을 비판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활동들이 구체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서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는 50년 이상 지속된 분단으로 고착화된 남북적대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화해·협력정책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데 주력했다. 그렇다고 보편적 가치인 북한인권 개선의 필요성을 외면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북한당국이 외부세계의 북한인권 문제 제기에 대해 인권을 명분으로 한 체제전환, 정권 교체 전략으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인권과 남북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를 종합적으로 고려, 전략적으로 접근하면서 상대적으로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소극적으로 접근했다.
보수·진보의 북한인권 문제 논란
한국정부는 국제사회의 인권문제 제기와 보편적 가치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북한의 반발을 초래할 개인의 자유권보다 충분한 식량을 공급받을 권리(right to food) 등 생존권 개선에 중점을 두고 북한인권문제에 접근했다. 대신 북한주민의 자유권에 대해서는 교류·협력을 통해 북한주민의 인권인식을 함양하고 시민사회를 형성하여 북한 내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점진적·실질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반면, 국내 보수성향의 시민단체는 생존권의 중요성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자유권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와 같이 총체적으로 열악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접근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적 논쟁이 전개돼 왔다.
우선순위 논쟁은 구체적인 개선전략과 연계돼 갈등을 유발했다. 먼저 북한주민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북 지원에 대해서도 취약계층과 취약집단에게 제대로 전달되는 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문이 제기되면서 소위 ‘퍼주기’ 논쟁이 촉발돼 왔다. 그리고 자유권 개선전략에 대해서도 점진적·실질적 개선이라는 한국정부의 전략과 달리 국제사회는 공개적 개선 요구 등 직접적 개입방식으로 접근하여 왔다. 잘 알려져 있듯이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유엔인권위원회,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되었다. 이 과정에서 보수진영은 국제사회와 강력하게 연대를 형성하여 정부에 대해 공개적인 개입을 요구했다. 그렇지만 우리 정부가 표결에 불참, 기권하면서 진보진영의 지지 입장과 보수진영의 소극적 태도라는 비판 입장이 대립되면서 갈등이 고조되었다. 그리고 2004년 미국에서 북한인권법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북한인권법의 실효성과 제정의도를 둘러싸고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상에서 보듯이 국제사회의 공개적인 개입방식과 비교하여 우리 정부의 대북인권정책이 소극적으로 비쳐지면서 국제사회의 동향이 국내 인권논의에 영향을 주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여 왔다. 이 과정에서 국제사회와 연대를 형성한 보수진영과 한국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는 진보진영이 논쟁을 넘어 갈등의 양상을 보이게 되었다.
현 정부와 북한인권문제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제사회의 동향이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국내 논쟁에 영향을 미치던 양상에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인권을 포함하는 남북간 인도적 사안의 해결을 100대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북한인권 개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에 따라 2008년 유엔인권이사회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임기 연장을 위한 북한인권결의안 찬성, 2008년 유엔 총회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 및 찬성 등 국제사회의 북한인권개선 활동에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이명박 정부가 국제사회의 접근방식에 동조함으로써 국제사회와 한국정부 사이의 접근방식 차이로 인한 국내논쟁은 약화되고 있다.
국제사회 변수의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국내 요인이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논쟁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대북전단지 살포가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일부 탈북자 단체와 납북자가족 단체가 북한내부로 정보를 유입시키려는 방안의 일환으로 대북전단지를 살포하면서 갈등의 핵심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표현의 자유를 중요시해야 한다는 입장과 북한당국을 자극하여 주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시킴으로써 북한주민에 대한 정보전달의 효과는 거두지 못한 채 오히려 남북관계만 경색시킨다는 반대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현재까지 표면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북한인권법 제정을 둘러싸고 국내 논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나당의 황우여 의원이 ‘북한인권법안’, 황진하 의원이 ‘북한인권증진법안’을 대표 발의하여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돼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북한인권법 제정에 대해 북한은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을 남한 정부에 전가하는 명분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2008년 12월 13일 통일신보는 북한인권법 제정 움직임과 관련하여 “동족대결의 악법이 만들어질 경우 북남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가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만일 남북관계 경색 국면이 해소되지 못하고 북한이 북한인권법을 명분으로 반발을 지속한다면 북한주민의 인권개선을 위한 북한인권법의 실효성을 둘러싸고 국내적으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 인권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 마련
그렇다면 북한주민의 인권 개선과 북한인권으로 인해 파생되는 갈등이라는 북한인권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인가? 북한주민의 인권의 실질적 개선 ‘효과’, 국제사회의 인권원칙 적용, 상호보완적 개선전략이라는 관점의 정립이 필요하다.
먼저 1993년 비엔나 세계인권회의에서 보듯이 국제사회에서는 인권의 보편성, 불가분리성, 상호의존성, 상호연관성 등 4가지를 인권에 접근하는 주요 원칙으로 삼고 있다. 북한인권문제에 대해서도 우선순위 논쟁에서 벗어나 불가분리성, 상호의존성, 상호연관성 원칙에 입각하여 자유권과 사회권을 통합된 관점에서 바라보는 인식을 정립해나갈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북한체제의 폐쇄적 성격을 고려할 때 다양한 접근방식이 상호 보완적으로 병행해서 추진돼야 한다. 어느 특정 전략만으로 북한의 인권을 효과적으로 개선하기는 어렵다. 북한인권 상황이 효율적으로 개선되기 위해서는 압박을 통한 직접개입과 포용전략이 상호 보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이와 같이 상호 보완적 관점에서 볼 때 타자의 접근방식을 인정하지 않는 이분법적 태도는 지양돼야 한다.
북한체제의 폐쇄적 성격을 고려할 때 단기적 현안과제 해결을 위한 직접 개입 방식, 자유권의 궁극적 신장을 위한 개방전략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지난 정부에서 점진적 개선전략을 취하면서 단기 현안과제의 해결에는 소극적이었다. 따라서 공개처형, 고문 등 단기 현안과제의 해결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수령중심의 유일지배체제와 시민사회가 형성돼 있지 않은 북한의 특성상 북한당국의 자발적 개선의지와 아래로부터의 개선요구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므로 공개적 개선 요구를 통하여 북한당국으로 하여금 단기현안과제를 해결하도록 압박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공개적 개선 요구에 대해 정치적 음모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극단적 국제고립을 우려하여 형법을 개정하고 송환 탈북자 처벌을 완화하는 등 긍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에서 보듯이 단기 현안과제에 대해서는 유엔기구 중심의 공개적 개선요구라는 직접 개입전략의 필요성을 인정해야 한다.
북한주민의 자유권이 궁극적으로 신장되기 위해서는 북한 내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우리의 민주화와 인권투쟁의 역사에서 보듯이 북한 내 여건이 조성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지난 정부도 여건 조성이라는 정책방향을 설정했지만 구체적인 전략이 결여돼 있었다. 따라서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북한 사회 내부에 인권인식이 형성·심화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북한주민의 인권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북한 내에 정보를 확산시키는 것도 유효한 방안이라는 점을 인정하되, 실질적 정보 유입의 효과를 고려한 지혜로운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북한인권법은 북한인권의 ‘실질적 효과’를 기준으로 필요성을 판단하고 충분한 국내여론 수렴과정을 거쳐 제정 여부를 결정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 당국의 인권인식과 정책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여건 조성 전략과 함께 다양한 포용전략도 병행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유럽연합과 북한과의 인권 대화 등 양자간 인권대화,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과의 인권분야 대화 및 기술협력, 유엔 특별절차와의 협력이 확대될 수 있도록 인권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