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투자전략연구소 자료





사뭇 비장감마저 느껴진다. 2009년 북한 신년사를 본 뒤의 소회이다.
우선 ‘천리마 대고조’, ‘혁명적 대고조’ 등 ‘대고조’라는 표현을 무려 25회나 사용하며, 강조한 것은 2009년도 상황을 북한이 간단치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올해를 강성대국을 향한 비약의 해로 만들겠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제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현실을 감안하면 달리 해석할 필요가 있다. 즉, ‘대고조’의 강조는, 역으로 올해의 열악한 상황을 주체적 노력으로 극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닌가 한다.
더욱이 올해 신년사에는 작년까지 명시했던 ‘경제 운영의 중심은 내각’이란 언급이 전혀 없다. 오히려 ‘사회주의계획경제의 우월성 발양’을 강조하여 당이 경제 운영을 책임져야 함을 시사했다. 물론 계획체제를 유지할 자원이 없는 상태에서 이것을 과거와 같은 당 중심 경제로의 환원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당 중심론의 재부각은 그만큼 북한이 올 한해의 전망을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반증한다.
그렇다면 북한이 2009년의 경제 전망을 밝게 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외부에서 공급될 자원의 양이 절대적으로 감소할 것을 예상한 듯하다. 올해 신년사에 ‘대외경제관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것도 이것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2008년에는 외부에서 자원이 들어올 선행 합의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남측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동안 인도적 지원을 포함하여 남측이 공급한 자원은 북한의 경제 운용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의도적 무시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 북한은 당국간의 협력은커녕 인도적 지원조차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 올해 북한이 유달리 ‘자립’과 ‘자력갱생’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정이 이렇다면 올해에는 북한이 식량과 비료 지원을 먼저 요청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어떤 일이 있어도 자체의 힘으로 먹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신년사에서까지 유기질비료 생산을 강조한 것에서 북한의 결의 수준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올 신년사에서 이해하기 쉽지 않은 내용이 있다. ‘금속공업의 선차적 발전을 중심 고리로 틀어 쥐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금속공업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할 뿐만 아니라 원석 채굴과 원료 및 생산품 운송 등을 위해 SOC시설이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금속공업을 중심고리로 삼기에는 에너지난과 SOC시설의 취약에 시달리는 북한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
그러면 북한이 금속공업 선차적 발전론을 주장한 의미는 무엇일까?

우선 선군노선에 입각한 ‘사회주의계획경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금속공업은 선군경제의 주축인 국방산업 혹은 중공업의 기간이 되는 분야이다. 그런데 중공업은 IT와 함께 북한이 2012년 강성대국을 향해 ‘단번 도약’하는데 중심이 되는 산업이다. 그러므로 금속공업을 선차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은 선군경제가 북한경제의 핵심이라는 강조를 넘어 실제 경제구조를 그렇게 정비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한다.
또한 금속공업은 에너지와 SOC를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금속공업에서 계획을 확정하면, 계획 달성은 전력과 석탄 등의 에너지와 철도와 도로 등의 SOC와 같은 나머지 선행 부문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자연스럽게 이들 부문의 생산 독려와 함께 산업적 연관성을 매개로 이들 분야에 대한 계획의 통제도 강화할 수 있다. 북한이 신년사에서 ‘금속공업을 중심고리로 틀어쥠으로써 인민경제 중요부문의 생산잠재력을 최대한 동원’하겠음을 표명한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러므로 금속공업의 선차적 발전론은 결국 사회주의계획경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북한의 의도가 과연 진정 현실성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계획경제를 운영하려면 국가가 경제 각 분야에 자원을 제대로 공급해주어야 하는데, 현재 북한은 그럴 능력이 없다. 따라서 자원 공급의 한계를 극복하지 않는 한 계획경제로의 환원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다음은 풍부한 지하자원의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북한은 경제난으로 금속공업이 낙후하여 부가가치를 높이지 못한 채 원광석 상태로 수출해 왔다. 앞으로는 이러한 저효율성을 탈피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북한의 정책 방향이 경협사업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먼저 투자 협력에서 북한이 개별 광산에 대한 직접적인 개발 형식보다는 점차 금속공업 시설에 대한 현대화 방식을 지향할 것인 바, 광산을 개발해서 광석을 가져가는 기존의 방식보다 광산과 제련시설을 연계한 개발, 금속공업에 대한 직접 투자 방식의 사업 모델이 더 유의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이런 차원에서 제18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논의했던 단천 민족공동자원개발 특구를 되살릴 필요가 있다. 납, 아연, 마그네사이트 주산지로 검덕광산과 룡양광산 등이 있는 단천은 단천제련소, 단천내화물공장 등 금속공업 시설도 집중돼 있어 민족공동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지역이다. 물론 본격적인 논의와 추진은 남북관계가 정상화돼야 가능하겠지만 다국다자형 사업 모델 개발, 자원개발 전문 민간 펀드 설립을 위한 제도 정비 등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앞서 할 수 있는 영역도 많다. 따라서 이에 대한 준비도 필요할 것이다.
















남과 북이 연초부터 험한 말을 주고받은 것을 볼 때 올해 남북관계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 북은 신년공동사설에서 남측 당국에 대해 “파쇼독재를 되살리며 남북대결에 미쳐 날뛰는 남조선 집권세력”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맞서 이명박 대통령은 새해 국정연설에서 “북한은 이제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구태를 벗고 협력의 자세로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한해 남과 북이 관계설정을 하지 못하고 갈등을 지속한 데는 무엇보다 6·15공동선언, 10·4선언과 관련한 계승문제를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선언에 대해 북한이 전면이행을 선언하고 협의하자는 데 반해 남측은 이행을 위한 협의를 하자는 입장이다.
북한이 노무현 정부 막바지 정상회담에 나온 것은 남측의 새 정부를 의식한 것이었다. 10·4선언의 대부분은 남측 새 정부와 이행을 협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시 북한이 정상회담에 나온 것은 부시 대통령이 언급한 ‘종전선언’의 진정성을 확인하고 6·15선언의 사문화를 막기 위해서였다. 10·4선언은 6·15선언을 살리기 위한 ‘징검다리’였다. 북측은 10·4선언을 통해서 남북관계에 이른바 ‘대못질’을 해두고 새 정부와 관계설정을 용이하게 해보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남측 새 정부는 임기 말 정상회담을 ‘불순한 의도’로 보고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정부 말 북측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남쪽에 와 정세를 살피고 남북관계 연속성을 추구했지만 남측 새 정부가 차별화를 시도함으로써 결국 북측의 정상회담 추진은 오판으로 확인됐다. 북한 내부논리로 보면 ‘무오류성’이 보장된 북측 지도자의 오판은 있을 수 없다. 때문에 6·15와 10·4선언에 대한 남측 정부의 이행의지 표명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도자의 권위를 절대시하는 북측이 지도자가 서명한 두 선언의 이행을 강조한 것은 유일체제의 속성을 반영한 조치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다른 문제도 풀리지 않게 돼 있다. 대화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대화할 수 없다는 점에서 올해 남북관계 진전 여부는 6·15와 10·4선언에 대한 남측 정부의 이행의지 표명 여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며 기다리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의 ‘상생과 공영의 대북정책´이 표명과 달리 북한 ‘급변사태론’에 근거한 게 아니냐고 의심한다. 남측 정부의 공식 주장과는 달리 일각에서 북한 급변사태를 가정한 시나리오들을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있어 북측은 남측의 주장을 믿지 않으려 한다. 신뢰가 무너지고 감정이 많이 상해 당장 남북대화를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경험에 의하면 북한은 본질적 변화 요구를 수용하기보다는 다른 대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새해 북한과 중국은 외교관계 60돌을 맞아 ‘조중친선의 해’로 선포하고 전통적 우호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또 북한은 신년공동사설에서 ‘조선반도비핵화 실현’과 함께 북·미 적대관계 해소에 주력할 것임을 밝혔다. 올해 북한의 최대 화두는 경제다. 경제재건을 위해선 대외관계 확장이 불가피하다. 북한이 남한당국 배제정책을 지속하면 북·미관계 진전도 어려울 수 있기에 남북관계를 일정 정도 유지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남측에선 우선 민간교류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늦어도 다가올 봄까지 금강산과 개성관광부터 재개해 신뢰를 쌓고 당국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의 원문은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090109031005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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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용승(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
통계상으로 보면 사회주의 붕괴 이후 급감했던 북한의 대외무역은 90년대 초반 수준으로 회복됐다. 여전히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고수하는데도 북한의 대외무역이 이 정도로 회복한 것은 구소련의 역할을 90년대는 중국과 일본이, 2000년도에는 일본 대신 한국이 담당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북한은 상대적으로 수출산업 육성의 절실함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세계경제의 침체와 한국의 정권교체로 중국과 한국이 앞으로도 계속 이런 역할을 담당하지 않을 것이므로 북한 스스로 수출산업을 육성해야 할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즉, 그동안 북한의 대외무역은 국가독점의 중앙집권 무역체계에 의해 이루어졌고, 가격에 의한 무역보다는 쌍무적 바터거래에 기초한다는 원칙에 기반해 왔다. 따라서 시장경제 방식의 무역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적자를 면치 못했으며, 수지 적자로 인한 부족 외화는 해외 인력송출, 개성공단과 금강산 등의 임대수익, 제3국을 통한 중계무역 등을 통해 벌충해 왔다.
이러한 탓에 북한의 수출품 구조 역시 수출산업 육성을 통해 생산된 품목이 아니라 추가적인 생산 재원이 필요 없는 국내 잉여를 활용한 생산품이나 채취산품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3대 주요 수출품인 섬유류는 국내 잉여인력을 활용한 임가공 수준이며, 광물성 제품이나 송이, 약재 등도 단순 채취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입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수출’의 계획경제 방식으로는 수출산업 발전에 한계가 있고, 이 한계는 2012년 강성대국으로 가는데 결정적인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북한도 수출산업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욕은 크지만 극복하기 힘든

정치적 딜레마 때문에 현실적인 한계 역시 만만치 않다.
북한이 수출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첫째, 북한당국 스스로 변화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북한은 사회주의권 붕괴로 변화에 대한 현실적인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여 지금까지 경제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중국과 일본 혹은 일본을 대신한 한국의 역할로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버텼으나 앞으로는 한국과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 수 있다.
둘째 북한이 가지고 있는 훌륭하고 풍부한 인력이란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임가공, IT분야 개척, 해외 건설 분야 등에 대한 인력 송출 등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인력의 해외 활용에 필요한 정치적 한계를 풀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셋째로는 외자 특히 한국자본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외국자본은 북한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으며, 북한의 투자유치 정책에 대해서도 믿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자본은 여타 국제자본에 비해 북한시장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이며, 북한시장의 수준에 맞추어 진출할 수 있는 다양한 산업군이 있다. 그러므로 북한도 한국자본에 특히 폐쇄적인 태도를 바꾸어 오히려 한국자본을 앞세워 외국자본을 유치할 수 있도록 정책을 변화해야 한다.
이렇듯 북한 수출산업의 발전과제는 결국 북한의 개혁개방문제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북한 스스로 변화를 택하여 민물(계획경제)을 바닷물(시장경제)로 바꾸는 의지를 보여야 할 시점에 다다른 것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이 발간하는『수은북한경제』2008년 겨울호에 실릴 이 글의 원문은
http://www.koreaexim.go.kr/kr/file/publication/01_논단(2008겨울호)_북한수출산업의~1.pdf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