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에 대한 성과 총화 (10%)
● 2009년 사상동원(40%)
● 부분별 과업 (10%)
● 선군시대 인민군의 과업 (10%)
● 당, 행정, 로동계급, 청년, 직맹 등 일군들에 대한 호소(20%)
● 남북관계 및 국제관계 (10%)
빈약한 성과, 2008년
“우리 혁명과 강성대국건설에서 력사의 분수령을 이루게 될 희망찬 새해 주체98(2009)년이 밝아왔다.”
2009년 신년공동사설은, 어제와는 다른 새로운 ‘력사의 분수령’이 될 새해가 밝았다고 선포하며 시작된다. 지금껏 경제 강국 건설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분명히 새로운 역사가 펼쳐질 것이라는 선포이다.
“지난 해 주체97(2008)은 60년에 걸치는 우리 공화국의 긍지 높은 년대기 우에 빛나는 승리의 장을 기록한 력사적 전환의 해였다.”
2009년 ‘력사의 분수령’을 이루기 위해 할 일을 열거하기 전에, 도입부에서는 2008년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지난해에도 무한대한 정력을 지니시고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우리 군대와 인민의 투쟁을 진두에서 현명하게 이끄시였다.”
2008년의 가장 큰 성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지도에서 비롯된다고 밝히면서 이 부분을 상당히 길게 할애하고 있다. ‘무한대한 정력’, ‘전설적인 강행군길’, ‘력사에 류례없는 애국헌신의 장정’, ‘불멸의 로정’ 등 김위원장의 현지지도가 얼마나 왕성하게 펼쳐졌는지 다양한 수식 어구를 동원하고 있다. 그 결과 “정치사상전선, 반제군사전선을 비롯한 모든 전선에서 빛나는 승리가 이룩된 것”이라고 김위원장을 경모한다.
이 부분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대한 대응으로 읽을 수 있다. 외부에서 전해진 건강설에 대해 내부에서 왜곡 전파되는 것을 의식해 김위원장이 그 어느 해보다 왕성한 활동을 벌였음을 얘기한다. 해마다 현지지도를 약 80여 회 다니는데, 작년에는 그 보다 10여 회가 더 많은 90회 이상이었다. 이런 적극적인 현지지도를 통해 인민들을 ‘정치사상전’에서 결집시키고(대내사업), ‘반제군사전선’에서 ‘남조선괴뢰군’과 ‘미제’에 대항했으니(대외사업), ‘력사적 전환의 해’가 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는 말이다. 이것이 2008년의 가장 주요한 성과다.
성과점이 추상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다만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를 비롯한 수많은 공장, 기업소의 현대화, 례성강청년1호발전소, 원산청년발전소, 녕원발전소와 같은 중요대상 완공, 대홍단과 미곡협동농장, 평양시 꾸리기 등이 “모든 분야에서 놀라운 전변이 일어났다”는 성과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성과라고 하기에는 다소 약하다는 인상을 준다. 일례로 례성강청년1호발전소는 10만 kw에 불과한 용량이고, 원산청년발전소와 녕원발전소는 발전량이 1만 kw에도 못 미친다. 중요대상이 완공됐다고 추켜세우기에는 한참 떨어지는 중소형발전소들이다. 천리마운동의 발원지이자, 천리마대고조운동의 봉화를 다시 일으킬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강선제강소)는 어떤가. 2008년 12월 24일, 김정일 위원장이 현지지도를 하기 전까지 이 곳 역시 다른 공장, 기업소와 마찬가지로 노동자 배급사정이 원활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생산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오늘의 북한소식」은 2007년 11월부터 2008년 6월까지 배급 완전 중단으로, 강선제강소 노동자들이 하루 세 끼를 풀죽으로 연명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제164호).
대홍단과 미곡 협곡 농장, 평양시 잘 꾸리기의 사례 등이 ‘력사적 전환의 해’에 과연 부합한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2008년 총화가 여기까지다. 인민생활제일주의를 내세우며 ‘기쁨의 해’로 만들자고 했던 포부는 어디에도 언급이 없다.
“우리 당이 이끄는 선군의 길이 인민의 행복과 후손만대의 번영을 위한 참다운 사회주의길이며 강성대국을 건설해나가는 우리의 힘찬 진군은 그 무엇으로써도 가로막을 수 없다는 것이 지난해 투쟁의 긍지 높은 총화이다.”
결국 ‘당이 이끄는 선군의 길’이 2008년의 ‘긍지 높은 총화’가 되고 말았다. 이렇게까지 전년도 총화가 빈약한 적이 있었던가 싶게, 2008년도의 성과 사례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2008년의 성과를 현란한 수식어구로 치장하고 서둘러 봉합했다는 인상이다.
제2의 천리마운동을 향한 2009년
뚜렷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지만, 어찌됐건 ‘력사적 전환의 해’를 이룬 2008년이 지나고, 이제 2009년은 어떤 해가 되어야 하는가.
“전후 천리마대고조를 일으키던 그 때처럼 온 나라 전체 인민이 당의 두리에 한 마음 한뜻으로 굳게 뭉쳐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기 위한 진군의 나팔을 불며 총공격전을 과감히 벌려나가야 합니다.”
강성대국건설을 위해 ‘력사적인 비약을 이룩하여야 할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의 해’를 만들려면, 천리마운동으로 돌아가자는 말이다. 여기서부터 사상동원사업에 대한 호소가 주를 이룬다.
“오늘 우리는 당의 혁명위업수행에서 중대한 력사적계선에 서있다”며, 강성대국을 건설하느냐, 하지 못하느냐의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는 이 때, 천리마대고조를 대대적으로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 주 요지이다. 금년도 전투구호로 “혁명적대고조의 위대한 전통을 계승하여 선군조선의 빛나는 전성기를 펼쳐나가자!”를 내세웠다.
그 비법으로 ‘비약의 룡마’가 있다며, 첫째 사상의 위력, 둘째 일심단결, 셋째, 애국심,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국주의 사상문화침투와 심리모략전 배격 등 4가지 사상분야를 제안한다. 여기에 ‘집단주의와 자력갱생’, 그리고 ‘선군시대의 총진군속도’(속도전)를 방법으로 제시했다.
첫째, ‘사상의 위력’은 선군사상과 주체사상을 일컫는다. 자주로선과 선군정치에 대한 신념을 확고히 하고 사회주의 건설로 나가자는 말이다.
둘째, ‘일심단결’은 위 선군사상과 주체사상을 전 인민이 일치한 견해와 확실성을 갖자는 뜻이다.
셋째, 이번에 처음 등장한 ‘애국심’은 “사회주의 조국을 목숨처럼 귀중히 여기고 끝없이 사랑”하라는 주문이다.
넷째, ‘제국주의 사상문화적침투와 심리모략전을 단호히 짓부시자’는 말은 황색바람을 없애고, 사회주의생활양식을 더욱 철저히 확립하라는 요구이다.
모두 ‘사상전’을 4가지 변주곡으로 만든 비슷한 말들이다. 집단주의, 자력갱생, 속도전 등도 새로울 것 없는 레퍼토리다.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으나, 결국 사상전으로 무장해 천리마대고조운동을 다시 발양시키자는 것이 올해 2009년 신년공동사설의 핵심으로 정리할 수 있다. 여기까지가 신년공동사설의 절반 비중을 차지하는 내용이다. 다음 호에서는 나머지 부분인 부분별 과업, 인민군의 과업, 각 단위 일군들에 대한 호소, 그리고 남북관계 및 국제관계에 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총진군의 나팔소리 높이 울리며 올해를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의 해로 빛내이자
2009년 신년공동사설의 구성
● 2008년에 대한 성과 총화 (10%)
● 2009년 사상동원(40%)
● 부분별 과업 (10%)
● 선군시대 인민군의 과업 (10%)
● 당, 행정, 로동계급, 청년, 직맹 등 일군들에 대한 호소(20%)
● 남북관계 및 국제관계 (10%)
공허한 ‘사회주의계획경제’회귀
2009년 신년공동사설 전반부에서는 2008년 성과를 간략히 언급한 뒤 2009년 천리마대고조운동을 발양하자고 전투구호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 주체사상과 선군사상의 위력에 힘입어 일심단결하고 애국심을 발휘해 제국주의 사상문화적 침투와 심리모략전을 단호히 짓부시자고 사상전을 나열했다. 또 집단주의와 자력갱생, 그리고 속도전을 그 방법으로 제시했다. 이어 주공전선인 경제강국건설을 위한 각 부문별 과업을 언급하기에 앞서 ‘승리할 수밖에 없다’는 신념을 불어넣고 있다.
“전체 인민의 무궁무진한 창조력과 새 기술로 장비된 강위력한 주체공업이 있기에 경제강국건설을 위한 총공격전의 승리는 확정적이다.”
승리가 확정적인 이유는 ‘강위력한 주체공업’이 있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강위력한 주체공업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지 본문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현 시기 경제건설에서 중요한 과업은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우월성’에 의거해 ‘인민경제 모든 부문에서 최고 생산 수준을 결정적으로 돌파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부분은 북한 내부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첫째, ‘강위력한 주체공업’이 과연 존재하느냐의 의문이고, 둘째, 사회주의계획경제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허물어진 현실 때문이다. 북한 내부에서 계획경제의 중추라 할 수 있는 국가계획위원회에 실권이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중앙당 집권의 계획경제 대신 그 자리에 분할경제가 이미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중앙당의 방침에 따라 당, 군부, 지역별 행정조직 등 경제 단위가 쪼개져있다. 중앙당은 38호실과 39호실을 포기하기 힘들고, 제2경제는 제2경제대로, 내각이 감히 끼어들 수 없을 만큼 각 조직별 경제는 상호배타적이며 그만큼 굳건하다.
사회주의계획경제의 근간이 이미 무너진 마당에 각 부문별 과업을 열거하는 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금속공업, 전력,석탄,철도운수부문, 전력공업부문, 채취공업부문, 식량문제, 수산부문, 경공업부문, 평양시살림집건설 등에 대한 각각의 주문은 구호 이상의 내용을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 강연제강들을 통해 여러 번 얘기됐던 내용들이 또 한 차례 반복되고 있을 뿐이다.
“경제건설에 대한 국가의 중앙집권적, 통일적지도를 강화하고 계획화사업을 현실발전의 요구에 맞게 더욱 개선하여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 중앙집권적 계획화사업을 회복시킬 복안이 과연 있는지 의문이다. “경제관리를 개선하여 사회주의계획경제의 우월성을 남김없이 발양시켜야 한다”고 한 것이 종합시장 폐지, 국영 수매상점 부양, 그리고 량정사업소 배급소에서의 식량판매 등의 정책을 예고한다고 볼 때, 중앙집권적 계획화사업은 협소하게 진행될 것이다. 당경제, 군경제, 특수경제 등 크고 굵직한 분할 경제는 건드리지 못하고, 그저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인민들의 제한적인 장마당 경제만 단속하게 된다. 이것을 과연 사회주의계획경제의 회복이라 이름붙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는 인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 인민군 교양
지난해와 달리 경제 부문별 과업과 문화예술, 교육, 체육 등을 의례적으로 언급한 뒤에 인민군을 거론한다. 2008년도 신년공동사설에서는 이례적으로 군대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는 그만큼 군 기강이 해이해졌음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군 기강(전군)을 바로 잡아 사회 전체(전당, 전민)의 기강까지 바로잡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수 있었다. 올해 신년사설에서는 군대 얘기가 부문별 과업 다음으로 빠지고, 그 비중도 낮아졌다.
‘당의 선군령도를 앞장에서 받들어나가는 혁명의 기둥’이라든지 ‘일당백의 총폭탄용사’라든지, ‘오중흡7련대칭호쟁취운동’을 따라배우자든지, ‘관병일치, 군정배합을 더욱 확고히 실현’해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는 해마다 반복되는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이다. 다만 올해 눈에 띄는 것은 “‘인민을 돕자!’라는 구호를 높이 들고 선군조선의 자랑인 군민단결을 강화”하라는 문구이다.
예전부터 군대와 인민의 관계를 물과 물고기의 관계로 비유해왔으나, 경제난이 지속되고 선군정치가 강조되면서 군과 민의 관계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고난의 행군 이후 군대 식량 역시 부족하기 때문에 대민 범죄 사례가 급증하면서 주민들의 피해가 심각하다. 따라서 ‘인민을 돕자!’는 구호는 군부대에 의한 인민 피해가 그만큼 심하기 때문에 나온 역설적 표현으로 생각할 수 있다. 지난해 ‘오늘의 북한소식’에서도 식량난이 극심한 상황에서 군인들이 주민들의 식량을 털어가거나, 집단 폭행, 강도 등의 사례가 심심치 않게 소개된 바 있다. 군인들이 “사상과 정신, 도덕과 문화의 모든 면에서 사회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군민관계 개선을 호소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 군민관계 훼손 사건이 발생할 경우 보다 엄중하게 처벌할 것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편 ‘우리의 자주권과 존엄, 사회주의제도를 건드리는 자들에 대한 인민군대의 립장’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계급적 각오와 적개심이 서리발치는 우리의 총대는 원쑤들의 그 어떤 도발도 용납하지 않고 무자비하게 징벌할 것이다.”
직접 명시되지 않았지만, ‘자주권과 존엄, 사회주의제도를 건드리는 자들’은 ‘남조선’으로 읽을 수 있다. 남한 사회에서 북한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일부 ‘반북’ 활동에 대한 군사적 경고인 셈이다.
당 역할,‘1970년대처럼’주문
인민군에 대한 교양이 끝나면, 당과 행정조직, 로동계급, 청년, 직맹, 녀맹 등 일군들에 대한 호소가 이어진다.
당 조직은 ‘1970년대처럼 새로운 전환’을 가져와야 하며, ‘당의 유일적령도체계를 세우기 위한 사업’을 더 심화시키라고 요구한다. 제2의 ‘천리마대진군’을 성공시키려면 당이 1970년대처럼 제 역할을 다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는 역으로, 당이 현재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북한 지도부는 당조직이 분할 경제처럼 분할돼있어서 옛날처럼 일사분란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중앙배급체계가 무너지면서, 중앙당-도당-시당/군당으로 이어지는 ‘1통보’ 체계가 약화됐다. 군당(시당)은 도당에, 도당은 중앙당에 매일 보고하는 통보 체계가 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군당은 군당대로, 시당은 시당대로, 도당은 도당대로 ‘자력갱생’하는 방식으로 변하면서, 하부 단위에서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중앙당은 이미 지방당을 장악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중앙당은 지방에 집중지도 또는 비사회주의검열그루빠 등을 수시로 내려 보내 보완하려고 하지만, “그 때 뿐”이라는 간부들의 자조어린 말처럼 개선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
북한 당내 민주주의가 사라진 지도 오래됐다. 아래에서 더 이상 의견이 올라가지도 않지만 올라간다 해도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어머니 역할을 해야 할 당(중앙당)이 인민대중을 포용하기는커녕 하위 지방 당조차 포용하지 못할 때가 많다. 문제제기를 해도 풀어줄 능력이 안 되니 당에 대한 신임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1970년대 당 규율로 복귀하자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 1970년대 김영주가 ‘당의 유일사상 10대원칙’을 제창하며 당조직사업을 담당했을 당시에는 배급체계, 당내 민주주의, 내각 경제의 안정성 등이 그런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와해된 뒤에 다시 1970년대의 영광을 재현하려면, 먼저 조건들을 하나, 둘 갖춰나가야 할 것이다.
로동계급, 이례적 역할 강조
그 밖에 행정일군, 청년, 직맹, 녀맹 등 각 단위별 일군들에 대한 언급이 나열되고 있는데, 이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것은 로동계급이다.
“로동계급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대고조력사의 주인공이며 경제강국건설의 기본전투부대이다.”
로동계급은 혁명의 전환기에 ‘시대를 앞장에서 개척하는 영웅’으로 묘사되고 있다. 제3차 7개년 계획 이후 로동계급을 ‘믿을 수 없다’고까지 평가했던 것에 비추어보면 대단한 찬사가 아닐 수 없다. 로동계급에 대해서는 ‘강계정신’을 언급하며 찬사로 일관한다. ‘강계정신’이란 다른 말로 하면 ‘자력갱생정신’이다. 군인들에게는 ‘인민들을 돕자’고 하며, ‘사상정신, 도덕과 문화 모든 면에서 본보기’가 돼야 하는데 왜 그렇게 하지 못했느냐는 추궁이 묻어있다면, 로동계급에 대해서는 찬양과 격려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이는 천리마대고조운동을 실질적으로 집행할 대상이 로동계급이기 때문이다. 당이 사상전으로 이끌어주고 행정일군과 청년들이 모범을 보이면, 대다수 로동계급이 일어나야 한다는 주문이기도 하다. “혁명적군인정신, 강계정신을 지닌 선군시대 돌격투사의 본때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요구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당 간부 및 주요 부문 일군들이 주역이라고 했던 것과 비교하면 주목할 만한 변화인 셈이다.
남북관계 개선의 시작은 ‘6․15와 10․4 공동선언’에서부터
천리마대고조 운동을 일으키자는 호소가 끝난 뒤, 바로 이어지는 것은 남북관계 및 국제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매우 인상적인 것은 “조국통일은 겨레의 한결같은 지향이며 민족지상의 절박한 과업”이라고 단언한 것이다. 통일에 대해 먼저 언급하고 나선 것은, “지난해 남조선 보수당국의 집권으로 엄중한 도전에 부딪히게 되었다”는 평가를 하기 위해서다. 북한 당국은 ‘자주통일의 대강인 6.15 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전면부정’한 ‘남조선’ 집권세력에 6.15와 10.4공동선언만이 통일의 실천 강령임을 역설한다. 나아가 “우리는 력사적인 북남공동선언에서 탈선하는 그 어떤 요소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나라의 통일과 민족의 번영을 바란다면 북남공동선언들을 옹호하고 성실히 리행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한 정부가 6.15와 10.4 공동선언을 인정해야 상대하겠다는 의사 표현으로 읽을 수 있다.
북한 당국의 의사 표현이 명확한 만큼 남한 정부도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6.15 공동선언과 10.4 공동선언은 어느 한 쪽의 정치선전물이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가 정상간 합의이니만큼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 다만 세부 항목에서 의견 차가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므로, 대화를 통해 조율해나가면 된다.
북한 당국이 남한 정부에 대해 극언을 자제하고, ‘남조선 보수 당국’으로 표현한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파쑈독재시대를 되살리며’ 등의 표현은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로 보이지 않는다. 한 개인의 글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대내와 대외에 발표하는 문서니만큼,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한 정부에 합당한 외교 언사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남북한 양 정부는 서로 ‘네 탓’이라는 구태의연한 싸움에서 벗어나, 새해엔 서로 화합하며 민족의 통일을 향해 진일보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지금까지 2009년 신년공동사설을 살펴봤다. 신년공동사설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 ‘구호’가 바로 북한의 1년을 움직이는 주요한 잣대이기 때문이다. 올해 북한은 천리마대고조운동의 불을 지폈다. 작년 12월 24일, 김정일 위원장이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를 방문한 것이 그 예고였고, 신년공동사설이 공식 선포했다. 이제 남은 것은 전국 각지에서 각 단위별로 천리마운동이 활활 타오르는 일 뿐이다. 그러나 처한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 북한 당국이 모든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강성대국을 실현해나갈 것인지 앞으로 지켜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