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북한투자전략연구소, 코리아연구원

10년만에 보수세력이 집권한 2008년은 남북경협에 우려와 기대를 함께 주면서 시작했다. ‘퍼주기론’을 비롯해 평소 대북 강경론을 펴왔던 보수세력의 집권이 남북경협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주었다. 하지만 동시에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강조하는 기업 CEO 출신 대통령이 정경분리 원칙을 지킨다면 오히려 남북경협에 탄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갖게 했다.
북한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한다. 2007년 후반기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면서부터 북한은 이 후보에 대한 개인적인 비난을 하지 않았다. 또한 당선 이후 심지어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통일부 폐지’, ‘PSI 참여 검토’ 등을 언급했을 때조차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조심스런 ‘기대’의 표시였을 것이다.
하지만 기대 뒤에 우려와 경계의 뜻도 분명히 드러냈다. 2008년 신년사에서 북한은 ‘경제 운영의 주체는 내각’라고 하면서도 예년과 달리 ‘경제에 대한 당의 지도’를 강조했다. 보수적인 한국 정부의 출범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될지 모른다는 우려의 반영이라고 보인다. 남북관계 경색으로 경제협력이 위축될 것을 예상하고 사전에 내부 단속을 하려는 것이다.
마침내 침묵을 깨고 북한이 반응했다. 개성공단에서 남측 당국자를 ‘철수’ 형식으로 ‘추방’했고, 당국간의 채널을 폐쇄했다. 그리고 남측의 의도적 무시와 북측의 격한 대응이 에스컬레이트 되면서 마침내 2009년 1월 17일 북한은 "전면대결태세 진입"을 발표하여 무장충돌의 우려까지 낳고 있다.
이처럼 남북관계가 급격히 경색되면서 남북경협 또한 악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개성공단에 설치돼 있던 경협사무소가 사실상 폐쇄된 이후 업무 협의를 하려면 예전처럼 다시 중국의 북경이나 단동을 이용해야 했다. 오전 출경이 금지되면서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은 오전 출하가 불가능해졌다. 더욱이 대북 전단 살포를 빌미로 한 12·1 조치는 사람들에게 심리적인 ‘개성공단 폐쇄’로 이해돼 88년 이후 20년 넘게 이어온 남북경협사에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주었다.
결국 2008년은 중국과 대만의 양안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당국이 정경분리의 원칙에 철저하지 않는 한 남북경협은 원천적인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는 역으로 정경분리의 원칙이 지켜진다면 남북경협은 여전히 가치가 있음을 보여준 한 해이기도 하다.
우선 남북관계 경색은 물론 세계경제 침체 등 사업 여건이 최악인 상태에서도 개성공단을 비롯한 기존의 남북경협은 예년 수준은 유지했다는 점이다. 남북경협의 리스크 노출로 추가적인 투자는 타격을 받고 있지만

기존의 협력 수준은 유지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예를 들어 2008년 남북교역 규모는 18억 2,037만 달러로, 2007년 17억 9,789만 달러와 비교할 때 1.2% 정도 증가했다. 또한 12·1 조치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개성공단의 경우도 2008년 1월 1,887만 달러 수준이었던 월간 생산액은, 10월 2,310만 달러 수준으로 증가했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속에서도 이러한데,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어떠했을까?
다음으로 남북경협, 특히 그 중에서도 개성공단이 남북관계의 파국을 최소화하는 지렛대임이 입증된 한 해였다. 예상보다 높았지만 12·1 조치조차 개성공단의 공식적인 폐쇄를 담지 못했다. 살라미 전술로 볼 수도 있지만 개성공단 폐쇄가 남북관계의 완전한 단절은 물론 국제사회의 투자 유치에 결정적인 악재임을 잘 알고 있는 북한의 곤혹스러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2008년은 남북경협이 강화될수록 남북관계의 파국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가 현실에서 확인된 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2008년의 경험이 남북경협에 주는 가장 큰 교훈은 무엇일까? 남북경협에 내재된 한계가 여실히 확인된 만큼, 그에 대한 해법을 시급히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같은 민족으로 동반자이자 체제 대립을 하고 있는 사이임을 부인할 수 없는 남북간의 경제협력은 내재적으로 리스크를 안고 있다. 따라서 남북관계와 상관없이 사업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다양한 방법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2008년 개성공단 내 B기업에서 발생했던 노사문제의 사례는 확대되고 있는 남북경협만큼이나 남북간 합의된 노사규범의 제정이 얼마나 시급한가를 보여준다.
또한 남북관계가 경색될 경우 남측 기업 단독 투자는 투자의 위험성은 물론 북한의 기피도 우려된다. 따라서 중국과 러시아 등 북한이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 느끼는 국가의 기업과 함께 하는 사업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나진항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러시아철도공사와 조인트벤처를 만들고 있는 (주) 루코의 사례나 대만 정부가 본토 투자를 제지했을 때 홍콩 등을 통해 우회투자를 했던 대만 기업의 사례는 이런 점에서 검토할만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간 불신의 골이 깊어질수록 남북관계 경색이 심해질 뿐만 아니라 남북경협 역시 직간접적인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남북경협사업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남북관계가 해빙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북간 정치적인 신뢰 회복이 필수적이다.
필요한 것은 기싸움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신뢰 회복이다.
















이건훈 씨를 처음 만난 건 2006년 봄이었다. 금강산이 있는 북한 고성 금천리. 이건훈 씨는 금천리에 밤나무 숲을 조성하기 위해 부여에서 올라왔다. 금강산을 그저 설악산에서 조금 더 들어가는 우리 관광지로 여겼다. 그래서 밤에 통행금지 시간에 맞춰 서둘러 온천장에서 내려오면서 맘대로 놀지도 못하게 한다면서 투덜거릴 수 있었다. 그 관광 철책 밖 군인들이 오가는 야산을 겁도 없이 혼자 누비면서 밤나무 묘목을 심을 수 있었다. 그때는 그랬다.
2008년 7월 11일. 관광지 해수욕장을 걷던 50대 여인이 북한군의 총탄에 맞아 숨졌다. 금강산을 오가는 길이 사실상 막혀 버렸다. 이건훈씨는 한 달을 기다려 어렵게 방북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8월 19일 저녁,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지고 말았다. 아들은 가슴을 쳤다. 그리고 아버지가 사랑을 쏟은 금천리 밤나무들을 이제 자신이 돌봐야 하지만 그곳에 갈 수 없음을 애통해했다.
한 시라도 잊은 적이 없었던 혈육. 죽기 전에 단 한 번만이라도 만나겠다며 적십자사에 상봉 신청을 한 이산가족은 11월 30일 현재 127,323명이다. 하지만 그중 30%인 38,249명은 가족들을 기다리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세상에 남아 있는 신청자는 89,074명. 하지만 이들이 얼마나 더 기다려야 만날 수 있을지, 아니 살아남으면 기회가 올 것인지조차 기약할 수 없다.
이산가족상봉이 사실상 정례화 되면서 이산가족 상봉이 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논란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산가족 상봉이 16차에서 멈출 줄은, 그리고 완공된 면회소에 이산가족들이 가지 못하게 될 줄은 그 때는 정말 알지 못했다.

2002년 9월, 대한민국 국군과 조선 인민군은 경의선과 동해선 비무장지대에서 지뢰를 제거하는 공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비무장지대를 통과하는 평화의 회랑이 생겼다. 하루에도 통문은 20여 차례 씩 열렸고, 그 문을 통해 사업가와 일반 관광객들이 2천 명씩 들락거렸다. 강원도 최북단 南 고성읍에는 관광객을 겨냥한 식당과 상점이 호황을 누렸다. 이들은 지금 겨울 해변에서 한숨만 짓고 있다. 그리고 금강산에서 남쪽 손님들을 맞던 北 고성군의 북한 종업원들도 지금은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이런 변화의 뒤에는 남북의 협상 일꾼들이 있었다. 다시는 안볼 것처럼 때로는 탁자도 두드리고, 때로는 위협도 하고, 때로는 설득을 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각각 남과 북으로 돌아가서는 내부의 반대 의견을 상대해야 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지금 보이지 않는다. 남쪽에서 잃어버린 10년 운운하며 지난 정부의 흔적을 모두 지우고 있듯이 요즘 북한에서도 ‘남조선의 속셈’을 간과하고 ‘인민들에게 환상과 의존심’을 심어준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총화’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다시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故 이건훈씨가 심어놓은 밤나무에 부여 밤이 주렁주렁 열리는 그 날을 꿈꿀 수 있을까? 남북을 연결하는 철도로 유라시아의 대륙까지 물자가 오가는 그 날, 남북의 군대가 다시 교류와 화해를 보장해 주는 날, 이산가족들이 면회소에서 더 많이 더 자주 가족을 만날 수 있는 날, 그리고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과정에서 남북이 민족의 이익을 바탕으로 손을 잡고 주변국들을 설득하는 그런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원문은 http://www.kcrc.or.kr/?doc=bbs/
gnuboard.php&bo_table=z_column_1&page=1&wr_id=40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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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nton promises to renew U.S. leadership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의 리더십을 새로이 할것을 약속하다]

NKorea to crack down on markets to stem imports [북한이 수입을 억제하기 위해 시장을 단속하다]

[김정일 총서기 매제 중심으로 … 북한, 집단지도체제의
준비인가?]






권영경(통일연구원 교수)
비교사회주의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사회주의 경제위기에 대응한 북한의 경제체제적 대응방식은 체제내적 개혁의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경제발전전략으로서 체제유지에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선군경제 발전전략, 즉 국방공업우선 발전전략을 채택하고, 기존의 추격발전전략 기조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계획적 조절과 시장적 조절로 이원화된 경제조절 방식을 도입하였다.
그러나 이미 자생적으로 확장된 시장 위에 제도적으로 공급된 시장은 계획경제공간을 축소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시장경제공간의 양적 확대를 초래하였다. 계획적 조절을 통한 공급의 제약이 심각하기 때문에 이 양적 확대는 계획경제 바깥뿐만 아니라 계획경제 내부에도 합법이라는 명분으로 확장되는 경제적 현실을 가져왔다. 추격발전전략으로 채택된 선군경제 발전전략은 경제성장을 가져오지 못했으며, 이원화 전략은 ‘21세기 자력갱생’ 논리에 의해 실질적 개방 효과도 초래하지 못했다.
이러한 7·1조치 개혁 이후 나타난 북한경제체제의 딜레마는 필연적으로 기존 개혁의 성공을 위한 나선형적인 개혁의 지속을 유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 당국이 2005년 10월 이후 개혁 후퇴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이는 정치적 반응으로서 자원배분권과 개혁의 주도권을 갖고자 하는 기득권층의 대응이라고 판단된다. 북한에서 개혁의 나선형적 전개는 제도적 모순 때문에 필연화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주의체제가 미래를 디자인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생존을 위해 개혁을 시작했다고 해서 소극적으로 평가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사회주의

국가들은 생존을 위해 체제 내적 개혁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결국 의도됐든, 의도되지 않았든 ‘보이지 않는 손’으로서의 시장의 자기활성적 운동에 지배되면서 체제전환적 개혁으로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체제전환적 개혁으로의 연결은 급진적일 수도 있고, 점진적일 수도 있으며, 양자를 결합한 또 다른 형태일 수도 있다. 이는 개혁을 실행하는 정치권력의 구조와 권위, 안정성에 따라 달라진다.
북한경제체제는 안보위기의 해소, 수준 및 포스트-김정일 권력구조의 형태에 따라 선군개혁개방 시나리오 혹은 시장지향적 개혁 시나리오로 전망해 볼 수 있다. 전자의 방식은 성장의 파이를 키우는데 제약 요소가 많아 저개발경제에서 탈출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후자의 방식도 포스트-김정일 체제를 포함하더라도 개혁리더의 역할이 많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양 시나리오 어느 것이든 개혁이 더욱 확장된다면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경제적 개입의 필요성을 서서히 공감하는 현 국제정세로 볼 때, 성공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 미흡한 개혁일지라도 국제협력시스템이 가동한다면 성공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본질적으로는 북한의 내부개혁 확대로 개방을 진전해가야 하겠지만 장애 요인을 제거하여 개방을 확대하도록 함으로써 내부개혁이 압박을 받도록 하는 역순의 노력도 한 방법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이 발간하는 『수은북한경제』 2008년 겨울호에 실릴 이 글의 원문은
http://www.koreaexim.go.kr/kr/file/publication/02_논단(2008겨울호)_북한경제체제의복합적~.pdf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