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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북한 인권 문제,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번호 420
이름 솔 등록일 2010년 03월 16일 21시 51분 조회수 903  
분류 일반자료
출처 : 민족화해 웹진





기고 2010/03/04 (통권 제43호)


북한 인권 문제,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서보혁 이화여대 평화학연구소 연구교수

탈냉전기 들어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을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이다. 유엔 인권소위원회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이 두 차례 채택되었다. 이때 남한은 민주화 10년을 보내고 있었고 북한은 극심한 식량난으로 대량 탈북사태가 빚어지고 있었던 시기이다. 이 둘이 맞물려 남한에서도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높아진 관심, 많아진 쟁점

그러나 당시 남한사회에서 일어난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은 다양한 측면에서 연유하는데, 가령 북한의 식량난에 대한 인도주의 정신, 남한의 민주화(곧 인권 신장) 이후 북한 인권 개선으로의 관심 전환, 그리고 북한의 남침 위협에서 북한 인권으로 반북(反北) 소재의 변화 등 서로 엇갈린 의도들이 섞여 있었다. 이런 대립되어 보이는 점들이 오늘날 북한 인권을 둘러싼 한국사회의 갈등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북한 인권에 대한 개념 정의 혹은 논의 범위도 논자의 시각이나 주 관심사를 반영하여 북한 내에서 일어나는(주로 정권에 의해 자행되는) 인권 침해, 혹은 거기에다가 탈북자 문제를 포함하거나 또 거기에 이산가족, 탈북자, 국군포로 등 인도적 사안을 합쳐 파악하는 경우도 있다. 아니면 그런 범위 설정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북한 주민의 생존권에 일차적으로 관심을 두는 경우도 쉽게 보게 된다. 이렇게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과 그를 반영한 범주에서 발생하는 차이는 북한 인권에 대한 시각과 접근 방법에 대한 입장 차이, 심지어는 사회·정치적 갈등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북한 인권과 관련한 쟁점은 적지 않다. 쟁점 자체는 이 분야의 연구를 살찌우는 자양분이 될 수 있지만 그와 관련한 사회·정치적 현실은 실질적인 북한 인권 개선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해서는 비록 특정 사안의 경우 사실 확인의 측면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열악하다는데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북한 인권이 열악하게 된 게 북한 정권 탓이냐 미국 탓이냐 혹은 분단 체제의 영향이냐 등 다양한 의견이 있다. 또 탈북자가 난민이냐 이주민이냐 혹은 탈북자 문제의 해법(가령 강제 송환 중단, 국내 입국, 북한 경제 발전 등)을 둘러싸고도 입장 차이가 크다. 또 유엔의 북한인권 결의안 채택과 미국, 일본의 북한 인권법 제정과 같은 방법이 북한 인권 개선에 유용한지를 둘러싸고 양보 없는 논쟁이 있다. 최근 남한에서도 북한 인권법 제정 움직임이 있는데 그에 대한 논란이 뒤따르고 있다. 그러나 논쟁의 핵심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어떤 접근과 방안이 적절하냐의 문제이다.


연구동향 - 실태 파악에서 정책 연구로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관련 학계는 물론 시민단체에서도 연구사업이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북한 인권 연구는 처음에는 인권 상황에 대한 자료 수집 및 평가로 시작하였으나 실태 파악에 대한 분석력이 높아진 것은 물론 관련 국내외 동향과 북한인권 정책 등 연구범위가 확대되어 갔다.

북한 인권 상황에 관해서는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매년 발간해오고 있는 『북한인권백서』가 대표적이다. 국·영문으로 발간되는 백서는 북한 인권 상황을 주기적으로 관찰해오면서 탈북자의 증언을 추가하고 국제인권협약에 기준을 둔 평가 등 연구를 진전시켜 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제심포지엄, 실태조사 용역연구 등을 통해 북한 인권 상황을 분석 평가해오고 있다. 민간단체로는 북한인권정보센터에서 북한 인권 침해사례를 영역별로 꾸준히 수집 정리해오고 있다. 좋은벗들은 식량권을 중심으로 보고서 작업을 해오다가 북한 내부의 소식통을 활용한 『오늘의 북한소식』을 발간하며 전반적인 북한 인권상황을 빠르게 전하고 있다. 인권운동사랑방과 천주교인권위원회가 공동으로 발간하는 온라인 『한반도인권 뉴스레터』는 북한 인권을 대상화 시켜온 논의 경향을 비판하며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외에도 북한 관련 인터넷 언론과 시민단체 등에서도 북한 인권 관련 소식과 보고서를 발간해오고 있다. 한편, 북한 인권에 대한 범주를 폭넓게 본다면 국내 입국 및 해외 체류 탈북자, 이산가족, 납북자, 국군포로 등에 관한 실태 조사는 관련 단체나 전문 연구자들에 의해 꾸준하고 깊이 있게 진행되어 왔다.

이상과 같이 북한 인권 상황에 관한 정보 수집 및 평가 작업이 활발하게, 경우에 따라서는 경쟁적으로 진행되면서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런 반면 확인되지 않은 내용(특히 북한 내의 인권상황)이 반복적으로 전달되면서 정보의 신뢰성을 훼손하거나 실태 파악 노력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부작용을 빚는 경우도 때때로 발생했다.

북한 인권 상황과 관련한 정보들에 비해 관련 대내외 동향이나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연구는 조직적이고 지속적이지 못하고 개별 연구자들에 의존하고 있는 것 같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5년 펴낸 두 권의 참고서(『북한의 국제인권협약 이행 자료집』, 『북한 인권에 관한 국제사회의 동향 자료』와 통일연구원에서 2006년부터 반년간지로 발간하는 『북한 인권 국제사회 동향과 북한의 대응』이라는 간행물이 눈에 띌 정도이다. 북한 인권 관련 동향 연구는 주로 유엔에서의 북한 인권 논의와 미국의 북한 인권 정책에 편중되어 온 문제와 함께 관련 행위자들의 정책에 대한 비판적 논의가 부족한 점도 지적될 수 있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정책 개발은 각 분야별로는 실태 조사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되어 왔으나 종합적인 차원에서의 연구는 아직 활발하지 못한 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북한 인권 개선 방안에 관한 논의가 다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현 정부 들어 이 문제에 대한 관심 증대와 그간 축적되어 온 연구 결과에 바탕을 두고 있다. 북한 인권 개선 방안은 크게 미시적, 거시적 접근 등 두 가지로 분류해볼 수 있다.

미시적 접근이란 인권 침해 중단, 피해자 보호, 가해자 비난 혹은 처벌 등 인권 침해 사례 및 그 원인 제공자에 집중하는 개선 노력을 말한다. 미시적 접근은 가해자를 북한 정권으로 보기 때문에 인권 개선을 위해서는 북한 정권 교체 혹은 북한 민주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연결되는데, 그런 점에서 이 접근을 행위자 중심적 논의라 말할 수도 있다.

그에 비해 거시적 접근은 북한 인권이 전반적으로 열악하다는 판단 하에 그 원인을 비민주적 정치, 낙후한 경제·기술 수준, 인권과 거리가 먼 법제도, 반봉건적 관행 등 대내적 요인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미국의 경제 봉쇄 등 대외적 요인, 그리고 자연 재해 등 복합적으로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거시적 접근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서는 북한 정권 교체와 같은 간단한 방법으로는 불가능하고 인권 친화적인 정치 개혁 및 법제도 도입, 경제 발전,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 남북 관계 및 대외 관계 개선 등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이 두 접근 틀은 현 정부와 지난 두 정부 사이의 북한 인권 정책상 차이를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다. 두 접근은 상호 대립적인 입장이기 때문에 미시적 접근은 거시적 접근으로는 인권 개선이 요원하다고 비판하고, 거시적 접근은 미시적 접근을 대증요법 아니면 위험한 접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성찰과 대안

북한 인권 상황, 관련 동향, 개선 방안 등 북한 인권 연구는 논자의 대북관, 인권관, 나아가 남한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호불호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그에 따라 연구 방향이나 범위, 결론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 중 북한 인권 개선 방안에 관한 논의는 주관적 견해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연구분야이다. 결국 북한 인권 연구는 연구자의 인권관과 대북관, 정부출연기관 등 연구용역 발주기관이 제시하는 연구 목적, 그리고 정부의 대북 정책 및 사회 여론과 같은 연구 환경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 인권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갈등은 북한 인권에 관한 객관적 연구의 폭을 더욱 협소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북한 인권 연구는 정치·사회적 갈등 혹은 정치적 목적과 의도적으로 거리두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비록 그것이 완전하지는 못하겠지만 가능한 한 객관적 연구를 수행할 최소한의 필요 조건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북한(인권)연구는 사회·과학계의 영원한 화두인 객관성과 주관성의 관계를 연구자들에게 부단히 상기시키는 회중시계처럼 보인다. 그런 가운데서 앞으로 북한 인권 연구는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을 바탕에 두면서 관련 국내외 행위자들의 대응과 인권 개선 방법에 대한 연구가 더욱 증가할 것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은 북한 인권의 실질 개선 외에도 논자의 이익 추구, 논자의 이미지 개선 및 대상(북한)의 이미지 악화 등 다른 의도를 포함할 수 있다. 남한에서 그것은 정치적, 이념적 회로를 거쳐 이제는 유력한 사회·정치적 갈등의 원인이자 현상으로 비춰지고 있다. 그 사이 북한 인권의 실질 개선에 대한 기대는 하향 조정을 강제 받고 있는 형편이다.

북한 인권을 둘러싼 과도한 갈등을 최소화 하고 실질 개선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과 자기 주장에 대해 정직하게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권의 발달사는 약자의 자기 권리 획득 노력과 그에 대한 연대이다. 인권을 명분으로 상대를 비난하고 심지어는 짓밟고 나의 목적을 추구하는 것은 인권과는 무관한 일이다. 인권은 보편적이기 때문에 우리도 북한 인권을 논한다. 그러나 나와 공동체의 인권이 침해되는 ‘오늘 여기’의 현실을 도외시하고 북한 인권만 겨냥한다면 그것은 인권 보편성의 곡해에 불과하다.

요컨대 북한 인권에 관한 높아진 목소리에 비해 실질 개선이 미진한 것에 대해 그 대상인 북한은 물론 우리 자신의 자세와 행동도 살펴볼 일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남한의 북한 인권과 관련한 일체의 논의와 행동은 남북한을 망라해, 소위 ‘코리아 인권’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인권의 보편성을 한반도 차원에서 적용하는 동시에 인권 친화적인 통일을 예비하는 의미를 갖는다. 그럼으로써 북한인권을 둘러싼 남북간, 우리 사회 내 갈등은 크게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문제는 북한인권 연구자들에게도 하나의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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