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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좋은벗들]오늘의 북한소식 32호 번호 58
이름 씨진 등록일 2006년 08월 03일 15시 26분 조회수 465  
분류 일반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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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만의 대홍수, 수해 피해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

7월 초부터 퍼부은 장맛비로 북한 지역의 수해 피해가 심각하다. 조선중앙텔레비전은 100년 이래의 대홍수로 북한 지역 곳곳에서 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특히 강원도 금강군과 평안남도 양덕군과 신양군 사이에 큰 피해가 발생했으며, 북한 전역에 걸친 큰물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님을 사람들이 등짐으로 흙과 돌을 나르며 복구하는 장면과 함께 방영했다. 북한 주민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평안남도·강원도·함경남도·황해남북도 지방 곳곳에서 많은 피해를 입었으며, 텔레비전에 방영된 것보다 실제 피해규모가 훨씬 큰 것으로 추정된다.

7월 16일 강원도 금강군에서는 제방이 무너지면서 그 아래에 있던 살림집은 물론 논밭 수백 정보가 떠내려가고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들 대부분은 사망하거나 실종되었는데, 그 수가 수백 명에 달한다고 한다. 7월 14~16일 사이에 내린 비로 평안남도 양덕군, 신양군, 맹산군, 함경남도 요덕군에서도 수천 명의 사람들이 실종되거나 사망했다고 한다. 장시간 내린 집중 호우로 대동강 상류 인근의 아파트가 무너지고 단층집들이 떠내려가는 등 피해가 컸으나, 평양을 비롯한 하류 지역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대홍수로 평남 양덕군의 양덕-거차 사이의 기차굴과 철다리(철교) 기둥이 무너지고 교량이 내려앉아 기차운행이 중단되었다. 긴급 복구에 나서고 있지만 두 달 안에는 열차 운행이 힘들 것 같다고 한다. 이로 인해 기본 철도인 평양-고원사이가 막혀 버려, 물량 유통에도 큰 차질이 오고 주민들도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인명피해 1만 명, 수재민만 130-150만 명

이번 홍수로 인해 130-150만 명의 수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등록된 실종자 수만도 벌써 4천 명에 달한다고 하니, 최종 집계되는 실종자와 사망자는 1만여 명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황해남도 해주시에서만도 200여 명의 시체를 건져냈다. 함경남도 요덕군에서는 구읍리에 있는 마을이 계곡물에 떠내려가 학교와 아파트 2동만 남고 나머지는 전부 자갈밭으로 변해 버렸다. 실종된 사람들은 어디로 떠내려갔는지 아직 파악도 하지 못하고 있다. 금강군 제방 복구장에서는 진펄이 많아 물에 떠다니는 시체를 보면서도 위험해서 건져내지 못하고 있다. 한편, 대홍수 이후 7월 말부터는 고원, 단천, 원산 등지의 노인과 어린이들이 질병으로 매일 여러 명이 죽어가고 있다. 의료지원이나 방역대책이 전혀 없어 사망자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홍수로 양덕, 맹산, 신양, 요덕, 금강군이 제일 많은 피해를 입었는데, 나라 안팎의 정세가 긴장되고 민심이 동요하는 것을 우려해 신문 방송에서는 피해실태를 상세히 보도하지 않고 있다. 집을 잃은 수재민들은 학교나 농장 작업반 휴게실 같은데 거처하거나 토굴집을 만들고 초막을 지어 살아가고 있다. 지금은 여름철이라 비가 들이치지 않는 곳을 찾아 대충 잘 수 있지만, 먹을 것을 찾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현재 상황은 고난의 행군 말기인 1990년대 중·후반과 비교해볼 때 더욱 심각하다. 북한 당국에서도 비상대책을 세우고 긴급 복구와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워낙 피해가 심하고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으로 인한 경제제재 후유증으로 재정 여력이 바닥난 상태라고 한다. 주민들은 이러다 돌발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수해지역 식량공급 대책마련 시급

수해피해 지역에 대한 식량공급 대책이 서지 않아 주민들이 감자나 보리, 남새(채소)로 근근이 연명하고 있다. 함흥 이남의 전체 피해 지역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으나 논과 밭이 물에 잠기거나 떠내려 간 것이 십만여 정보 이상에 이른다고 한다.

도로와 철길이 끊겨 피해지역에 비상구호미를 실어 나르는 문제도 여간 심각하지 않다. 게다가 정부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이후 준전시상황으로 돌입하는 바람에, 주민들을 지원하고 챙기는 일에 거의 신경 쓰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 지역에 남아있던 꽃제비들도 고원과 원산, 단천 등지로 이동하고 있다. 거기에 가서 사람들 속에 있어야 빌어먹을 수도 훔쳐 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6월까지 회령시에서는 옥수수로 식량공급이 일부 이루어진 바 있으나 그 외 지역은 공급할만한 식량조차 없는 상황이었는데, 대홍수가 발생하여 식량난으로 인한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설상가상 준전시 동원령이 내려져 있어 전쟁예비물자인 2호미는 손도 댈 수 없는 상황이다. 미사일 발사 후 취해진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 대응해 북한 당국이 준전시 상황을 발동하는 바람에 전쟁예비 물자를 활용해 수해지역 피해자들을 구제할 도리도 없다. 주민들은 이번 수해로 농토 유실과 농작물 피해 때문에 식량난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식량을 해결할 방도를 찾아 나서고 있다. 북한 당국이 지난봄부터 여름의 식량 상황을 염려해 정상배급을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어, 이미 수해 직전에도 주민의 45% 정도는 먹을 식량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던 차에 큰 수해가 발생하여, 주민들의 식량 사정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인성 전염병 예방대책 전무

홍수 이후 전염병 확산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수재민들은 근처 시장이나 농장에 나가 감자나 보리를 캐다 먹고 있는데, 물이 깨끗하지 못해 수인성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장마로 물이 더러워져 곳곳에서 대장염 환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전염병이 돈다는 소문은 없다. 그러나 아직까지 수습하지 못한 사체로 인해 물이 오염되어 있어 수질 오염으로 인한 전염병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당국에서는 예방할 수 있는 예산과 약이 없어 수해 이후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단지 전염병이 돌지 않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 현재 해주와 개성 지역에는 모기로 인한 말라리아가 주민들에게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
수해 복구로 분주

현재 수해 지역 곳곳에서 복구사업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기계와 장비가 턱없이 부족해 대부분 인력으로 진행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홍수로 인한 사망자와 실종자들이 발견되고 있으나, 변변한 도구 없이 주민들이 손으로 사체를 수습하는 상황이다. 아직 물이 빠지지 않은 지역이 많아 수해 복구 작업도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도로 복구 수리 실태를 보면 수해로 도로 둑이 끊어진 곳은 돌과 흙으로 메우고, 감탕(진흙)이 쌓인 곳은 감탕을 쳐내고 모래나 석비례(백토의 일종)로 길을 다지고 있다. 도로 시설대는 공장, 기업소 단위들에 분담된 담당구간을 감독하고, 담당 단위의 노동자들이 삽과 달구지, 밀차를 가지고 가서 흙과 모래를 펴고 있다. 수리를 하고 있다고는 하나 비가 조금만 내려도 금방 패일 정도로 보수상태가 좋지 않다. 도로 위에 석비례를 보기 좋게 깔아놓는 식이다. 이렇게 보수하는 도로는 완성되더라도 한 달 넘기기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보수공사가 시작된 곳은 다행이지만 대다수의 도로는 자재가 제때 운반되지 못해 공사조차 착수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무너지거나 떠내려간 집들을 원상으로 복구하는 일은 상당 기간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으로 수재민 돕기 한창

큰물피해와 관련해 전국적으로 기업소, 인민반, 학교 단위별로 피해 지역 주민들에 대한 지원운동이 이뤄지고 있다. 지원품은 밥그릇, 숟가락, 젓가락, 치약, 칫솔, 이불, 밥솥, 옷, 신발 등 각종 생활필수품들이다. 전반적으로 주민들 살림 형편이 좋지 않다보니 지원 물품의 양이나 종류가 뻔하다. 당장 필요한 비상식량은 보낼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당장 자신들이 먹을 식량도 구하기 어려운데다 교통상태가 나빠 운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도와줄 곳은 많고 뭐든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아도 보내 줄 만한 것이 별로 없어 주민들의 안타까움이 크기만 하다.

증명서 발급 제한 이후 이동 통제 강화

각 도·시·군 2부(증명서 발급부서)에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증명서 취급을 하지 말라는 조치가 취해졌다. 이런 증명서 제한조치는 철도의 기본선이 마비되는 등 열차운행이 중단된 이유도 있지만, 수해로 생긴 수재민들이 먹고 살기 위해 여기저기 다니며 피해 관련 소문을 내지 못하도록 차단하는데 있다. 그래서 증명서를 완전하게 갖추고 긴급출장을 나선 사람들이라도 심한 몸수색과 짐 검사를 받고 있다. 한편 중국 국경에도 전례 없이 단속이 심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경경비대, 변방경비대, 공안들 모두 나서서 국경을 넘는 불법 월경자들을 단속하고 있는데, 의심되는 차량들을 일일이 검문하고 있다.



철도교통 복구 지연

긴급 철도 복구에 나선 결과, 7월 21일 황해남도에서는 해주-장연, 해주-배천, 해주-사리원간 철도 운행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양덕-고원선이 복구되지 않아 함경남북도, 량강도, 자강도에서 평양이나 사리원, 개성, 황해남도 방면으로 가려면 원산까지 가서 자동차나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여 북한 당국에서는 7월 25일부터 원산 방면의 임시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수해로 거의 모든 철교의 기둥이 흔들리고 노반이 내려앉는 바람에 인력으로 보수할 수 있는 능력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 철도가 정상 복구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 같다.

도로 막혀 물가 폭등 우려

열차운행이 제대로 안 되는 상태에서 이동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많지도 않은 자동차와 버스를 이용하다보니 부르는 게 값이라 손해가 막심하다. 긴급 출장을 가거나 바쁜 사람들은 하는 수없이 2-3배 이상의 비싼 돈을 주고 개인 차량이나 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원산-평양 간 대형버스비는 1만 8천 원이고, 청진부터 평양까지 가는 대절 차량의 차비는 12만 원이다. 그러니 장사하는 사람들의 교통물류비 부담이 예전에 비해 대폭 늘어나고 있다. 유통이 어려워 앞으로 시장에서의 식료품과 식량 값도 많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은 물가 폭등과 같이 수해 피해 이후에 닥칠 여러 문제로 벌써부터 시름이 깊다.

준전시체제로 군인은 수해복구 동원에서 예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안 발표 이후 강원도·황해남도·개성에 배치된 일선 군부대들만 아니라 북한 전역의 군대가 전시근무상태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예년과 달리 이번 수해 복구에는 군부대 군인들이 동원되지 않고 있다. 피해 복구를 위한 기계와 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해지역에 배치되어 있는 군부대 군인들의 힘이 중요하지만, 준전시체제로 전투준비를 늦출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북한 당국은 전쟁이 터지면 즉시 전시체제로 넘어갈 수 있도록 비상 동원된 군복 차림의 교도대원들과 민간무력인 로농적위대와 공장·기업소·당·정권기관 일꾼들이 비상용 배낭을 메고, 국방위원회 검열 속에 동원준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방위원회는 각 지방에 전쟁준비를 하달하고 검열을 시작했는데, 7월 28일 현재까지도 검열은 계속되고 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동차에 위장망을 씌우고 소나무나 볏짚을 꽂는 위장 작업을 철저히 하고 있으며, 전쟁 준비 차원의 전국 도로 긴급 복구 작업을 7월 26일부터 전개하고 있다. 도로 복구라는 목표는 같지만, 수해 복구 명분이 아닌 준전시상태 아래 전쟁 대비 도로 복구 작업에 군인들이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7월 28일부터는 중학교 6학년 학생들까지 군대 탄원(지원)에 나서게 하고 있다.

한편, 매일 군부대 시찰을 다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두문불출하자 주민들이 궁금해 하고 있다. 또 미사일 발사와 수해피해 실태가 공식적으로 정확히 보도되지 않고 있으나 주민들 사이에 이에 대한 소문들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외부 소식에 밝은 주민들은 “세상에서 제일 작고 못 사는 처지에 나라를 방위하는 전쟁준비에 돈을 너무 많이 쓰는 바람에 백성들이 점점 더 올가미에 걸려 쪼들려가고 있다. 무기 구입에 들어갈 돈의 몇 %만 인민생활에 돌려도 먹고 살 문제가 풀리겠는데, 나라를 지키자고 선전하면서 백성을 힘들게 하고 있다. 전쟁이 일어나면 나는 모르겠다. 내 살길이나 찾아야지”하는 심정이라고 한다. 현재 북한사회는 준전시체제로 긴장된 가운데 수해 피해까지 겹쳐 이러다 무슨 일 일어나는 것 아닌가라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한다.


논평

수해 피해 예상 밖으로 심각, 한국 정부와 민간단체 긴급구호 나서야 한다.

북한의 수해 피해가 생각보다 심각하다. 북한 당국도 100년만의 대홍수라고 할 정도로 곳곳의 피해가 심하다.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0년대 중·후반보다도 상황이 더 나쁘다. 지난 주 사망실종자가 3천여 명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으나 새로 들어온 소식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실종자 수만 4천여 명에 이르고, 아직 집계가 정확하지 않지만 인명피해는 만 명 이상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번 장맛비로 우리도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최첨단 장비와 긴급구호 체계를 갖춘 상태에서도 큰 손실을 입었다. 집과 논밭을 하루아침에 잃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예전으로 돌아갈 꿈도 못 꿀 정도로 입은 피해는 심각하다. 그러나 아픔을 같이 하는 사람이 있어 피해 복구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의 지원도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을 가져볼 수 있다.

북한의 수해 피해는 우리 사정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그래서 그 심각함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산에 퍼부어진 비는 마을을 삼키는 토사 덩어리로 변해 모든 것을 삼켜 버렸다. 어느 한 곳의 상황이 아니라 집중 폭우가 내린 북한 전역은 모두 그랬다. 얼마나 많은 인명이 죽고 다쳤는지 아직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철길과 도로가 끊겨 이웃 마을의 소식을 알 수가 없다. 핸드폰과 같은 통신망도 없어 신속한 피해 상황이 접수조차 안 되고 있다.

이런데도 북한 당국은 국제사회의 지원을 선뜻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도 미사일 사건 이후 전개된 남북 사이의 긴장 국면으로 인해 인도주의적 지원 얘기를 공식적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 대신 민간단체가 지원하는 것은 좋다는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북한 주민들은 우리와는 달리 제대로 된 복구 지원을 받지 못한 채 기본적인 삶조차 영위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수재민들은 학교나 토굴에 간신히 잠자리를 마련했지만 먹을 것이 없어 하루하루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수해로 더러워진 강물로 마실 물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습하지 못한 채 방치된 사체로 인해 장티푸스·콜레라와 같은 수인성 전염병이 돌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도로와 철길이 끊겨 지원 물품을 운반하기도 어려운 상태이다. 이렇게 급박한 상황인데도 북한 당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가결된 이후 준전시상태를 선포해 전군을 비상소집하는 바람에 수해복구에 군인들을 동원하지도 못하고 있다.

국제정세가 나쁘고 남북한 사이의 관계가 긴장되어 있다고 해서 수해로 기본적인 삶조차 유지하지 못하는 수많은 주민들을 이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지 않은가. 가는 길 험난하다고 해서 주민들을 버리고 갈 수 없지 않은가. 100년만의 홍수는 북한 당국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큰물만 들지 않았으면, 남한 정부를 윽박질러보기도 하고 미국과 한판 뜨겠다는 벼랑끝 전술을 펼칠 수 있다. 북한식 생각으로 그것이 북한체제를 유지하고 목표를 달성하는데 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그런 생각을 지속시킬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그런 전략과 전술을 지속시킬 수 있는 토대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을 정도로 이번 큰물 피해는 심각하다. 대부분의 주민들도 이러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주민들이 살아나야 우리식 사회주의도 하고 선군정치도 펼칠 수 있다. 지금처럼 가다가는 가는 길 험난하면 주민들을 버리고 간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북한의 자존심이 있어 우리식으로 버틴다고 해서 버텨지는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여 국제사회와 한국으로부터의 긴급구호를 신속히 받아들이기를 요청한다. 어느 나라든 누구든 갑작스런 재난을 당할 수 있다. 이 때 어려움을 밝히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 당당히 요청하는 것도 자존심 있는 국가의 모습이다.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지원 물품이 무엇인지 국제사회에 알려야 한다. 국가의 자존심보다 고통 받는 다수의 주민을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 정부도 우리가 입은 수해 복구에 만전을 기하는 동시에 북한 주민들이 입은 피해를 긴급구호하는 인도주의적 지원에 적극 나서주기를 요청한다. 북한 미사일 발사로 인해 식량과 비료 지원을 당분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마당에,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겠다는 얘기를 공식적으로 제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 정서도 이를 쉽사리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지원 재개를 표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직시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따질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큰 비로 인해 적지 않은 사람이 죽고 다친 상황에서 정치적인 명분과 계산에만 매달릴 수 없다. 남북관계를 장기적으로 내다보는 혜안으로 긴급구호 차원의 인도적 지원에 적극 나서주기를 거듭 요청한다.

우리 국민들께도 간곡한 호소를 드리고자 한다. 미사일 발사를 시도해 정성들여 가꾸어 온 남북간 신뢰를 한번에 앗아가는 북한 당국의 의도가 실망스럽고 밉지만, 현재 북한 수해 상황을 이런 마음으로만 볼 수 없음을 호소하고자 한다.

지금 북한 곳곳에서는 기본적인 삶을 유지 못할 정도로 긴급 구호가 필요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긴급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또다시 목격할지 모를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연관시키지 않고 사람의 목숨을 살리기 위한 지원이다. 북한 주민들은 지금 그런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현재 상황은 수백만 명을 굶주림으로 내몰았던 1995년의 큰물 피해에 버금가는 피해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여, 우리 국민 모두가 다시 한 번 북한 주민들을 돕는 따뜻한 손길을 보내주기 바란다. 그동안 북한 주민의 인권을 염려해 북한에 비판적이었던 미국과 한국의 보수진영도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생존 그 자체의 인권과 연계해서 긴급 구호에 동참해주기를 기대한다.

당장 먹을 비상식량도 없고, 각종 전염병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기다릴 시간이 많지 않다. 우선 살아남기라도 하라고 우리의 작은 정성을 보내야 한다. 긴급 구호 차원에서 밀가루든 라면이든 쌀이든 옥수수든 뭐든 먹을 수 있는 식량을 보내자. 계절이 지난 옷가지도 좋다. 잘 쓰지 않는 양초도 보내자. 해열제와 설사약도 필요하다. 현재 북한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모으고 있는 물품은 고작 자신들이 쓰던 그릇, 숟가락, 젓가락, 밥솥, 칫솔, 치약, 옷, 신발 등인 점을 감안하여 도와줄 수 있는 것부터 빨리 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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