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사회에서 사회적 성공과 신분이동에 필요한 결정적 요인은 일차적으로 당원이 되는 길이며, 이를위해서는 본인 자신의 생래적 성분이 좋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군대 등 소속단체의 추천과 소속단체 간부의 입당보증서를 받아야 한다.57)
북한의 권력엘리트는 노년층(항일빨치산세대), 장년층(3대혁명소조 지도세대), 청년층 3대혁명소조 참가 학생세대)의 3합(三合)구조로 되어 있으며, 권력핵심은 대부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측근세력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1980년대 김정일 비서의 등장 이후에는 생래적 성분과 함께 일정 범위내에서 전문성을 중시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특히 1998년 9월 김정일 지도체제가 공식 출범한 이후 전문성을 갖춘 40∼50대 기술관료 내지 경제전문가들이 당·정 요직에 전면배치되는 대신에 50∼70대 노년층은 퇴진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김일성 사망 후 북한 권력엘리트 내부에 변화가 시작된 것은 1997년 각 시·도의 농정 책임자인 농촌경리위원장을 전격 교체하면서부터이다. 곧이어 지방행정을 책임지는 도·군당 책임비서 및 인민위원장, 공장·기업소지 배인들이 곳곳에서 교체되었다. 11개 도·직할시 당책임비서 및 인민위원장 가운데 새로운 인물이 80%를 넘어섰다.
또한 1998년 7월 26일에 실시된 최고인민회의 10기 대의원선거에서는 대의원 687명의 64%에 해당하는 449명이 교체되었는데, 9기 대의원 선거 때의 교체폭 31.4%(214명)에 비하면 2배가 넘는데, 이는 각 공장·기업소의 직장장·기사장, 협동농장 관리위원장, 경제기관 실무간부 등이 대의원에 대거 발탁됐기 때문이다. 특히 2003년 9월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제11기 1차회의에서는 김정일이 국방위원장에 재추대된 가운데 국가지도기관의 개편이 이루어졌는데, 젊은 층으로의 세대교체와 함께 실무분야에 밝은 신진 테크노크라트의 등용이 특징적이었다.
새로 발탁된 박봉주 내각 총리는 2002년 4월 장성택, 박남기 등과 함께 북한경제시찰단의 일원으로 남한을 방문한 적이 있는 인물이어서 향후 남북경협과 관련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 아울러 국방위원회 선임부위원장으로 승격된 연형묵 전총리도 경제전문가라는 점에서 앞으로 북한경제의 대외개방 정책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최근에 새로 부상된 인물들의 대부분은 1960년대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같이 대학을 다녔거나 조선노동당 조직지도부에서 그와 인연을 맺었던 자들이다. 이러한 북한 권력엘리트의 변화 흐름을 가늠해 보는 척도는 바로 주석단의 서열변화라 할 수 있다.
1994년 7월 김일성주석 사망 이후 지금까지 나타난 변화의 가장 큰 특징은 5명에서 10명으로 늘어난 국방위원 등 북한군부가 권력핵심에 확고히 자리잡은 데 비해, 조선노동당 간부의 서열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조선노동당의 핵심기구인 정치국이 과거와 같이 권력서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조선노동당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한 데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