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김민수 자유북한 방송 기자 nkd21@naver.com ]
김희숙 씨는 “죽어도 살아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죽어도 한국에 가고 싶다”는 소망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엘리트 출신 탈북여성의 기막힌 사연


“죽어도 한국에 가고 싶다”
월간조선

탈북여성 김희숙(가명, 46세)씨는 북한에서 ○○의학대학을 졸업하고 교원 생활을 했던 엘리트였다. 2004년에 재탈북한 김씨는 현재(2005년 중순 상황) 중국에서 가정보모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김희숙 씨의 가장 큰 소망은 “한국에서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이다. “하루하루 사는 것이 너무 힘들다”는 김씨. 그가 한국행을 소망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조선족과의 결혼

북한에서 교원 생활을 하던 김희숙 씨는 식량난이 극심했던 90년대 중반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지자 교원 일을 그만두고 장사에 나섰다. 그러던 중 스트레스로(구체적인 사연은 밝히지 않았다) 자지 못하고 먹지 못하자 병을 키울까 싶어 딸을 지인에게 맡기고(남편과는 이혼하고 다른 가족이 없다) 스스로 정신병원을 찾아 갔다. 김 씨는 상태가 심각하지 않고 의대 출신이라는 경력이 인정돼 병원 일을 도와주면서 2년간 치료를 받고 퇴원한다. 그 사이 14살이 된 딸을 찾으러 갔지만 ‘먹을 것이 없어 제대로 돌봐주지 못했다’는 지인의 이야기만을 들을 수 있었다. 먹을 것이 없는 집에서 딸은 견디지 못하고 어디론가 사라진 것이다.

김희숙 씨는 장사를 하면서 생계를 꾸려가는 한편 딸의 행방을 수소문 했다. 그 과정에 딸이 중국으로 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김씨는 2003년 말 탈북을 결심했다. 자신이 중국에 들어가면 딸을 찾을 수 있다는 막연한 희망을 갖은 채.....

중국엔 나온 김희숙 씨는 공안의 체포의 손길을 피해 우선 몸을 숨길 곳이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중국 조선족과의 결혼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발 붙이기 위해서는 남편이 필요했다”고 토로했다.

끔찍했던 보위부, 안전부 구류장 생활

힘들게 탈북했지만 김희숙 씨는 겨우 3달 만에 공안에 체포되어 2004년 2월 강제북송 되었다. 감옥 생활이 처음이었던 김씨는 보위부 구류장에서부터 기가 질린다. 구류장에서는 “폭언과 발로 차는 것은 보통”이었고 성적수치심을 일으키는 발언도 예사로 했다. 한번은 김희숙 씨가 대변을 보겠다고 하자 계호원(간수)은 김씨를 일으켜 세워 물구나무를 서게 했다. “(계호원은) 그러면 대변이 내려온다며 30분가량 괴롭혔다.”

보위부 구류장에서 15일 동안 탈북 동기에 대해 조사를 받은 김희숙 씨는 자신의 거주지인 군안전부로 이송되었다. 함경북도 지역이라 추위가 심했지만 구류장 안은 난방이 되지 않았다. 계호원들이 “겨울이라고 냄새난다며 창문을 열어 놓아 더욱 추위를 느껴야 했다.” 김희숙 씨는 앞서 수감된 사람이 사용한 낡아빠진 모포 하나와 옷만으로 강추위를 견뎌야 했다. 그렇게 며칠을 지내다 보니 “얼어서 살이 벗겨지고 (계호원이) 아침에 일어나라고 해도 몸이 굳어 일어나기 어려울 정도였다.”

오직 맞지 말아야겠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었고, 일상적인 감시의 눈길로 인해 늘 긴장상태에 있었는데 여기에 추위까지 더해져 김희숙 씨는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맞는 것보다, 배고픈 것보다 추위로 인한 고통이 심해 “그냥 얼어서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는 김희숙 씨. 그는 “지금도 관절이 아파서 견디기 어렵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안전부 구류장에서는 구타도 일상적이었다. 묻는 말에 대답을 못하면 계호원들은 “민족반역자는 응당의 죄를 받아야 한다”며 때렸다. 한 60대의 노인은 취조 도중 “이밥(쌀밥)이라도 배불리 먹고 싶어서 (중국에) 갔다”고 말해 3일간 구타를 당했다. 김희숙 씨는 당시 감방장으로 있던 사람이 “(그 노인) 잘못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위생상태, 식사 사정도 열악했다. 구류장 안은 이, 벼룩, 빈대가 들끓었고 강냉이(옥수수) 수 십 알이나 강냉이알 껍질로 가루를 낸 음식을 주는 등 배급 상태도 엉망이었다.

죽어도 한국에 가고 싶다.

김희숙 씨는 다섯 달 만에 군안전부 구류장에서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나오자마자 재탈북을 시도했다. 현재는(2005년) 가정보모로 일을 하고 있지만 생계를 꾸려가기가 빠듯하다고 한다. 김씨는 “솔직히 너무 아파서 딸도 잘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다. “이제는 죽을 것 같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지만 치료를 받을 상황도 능력도 없다.

김희숙 씨는 “죽어도 살아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죽어도 한국에 가고 싶다”는 소망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 이글은 2005년 중순 중국 현지에서 인터뷰한 탈북여성 김희숙(가명) 씨의 사연을 재구성한 것이다. 이 인터뷰 자료는 본 방송 중국 통신원을 통해 입수했다. 안전상의 문제로 이름과 지명 등은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김민수 자유북한 방송 기자 nkd21@naver.com

입력 : 2006-07-25, 11:14 조회 : 2714
출처 : 자유북한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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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월간조선
작성일 : 2006-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