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결의안' 채택과 향후 한국의 대응


지난 11월 17일 유럽연합 25개국이 제안한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결의안’이 유엔 본 회의에서 통과되었다. 이미 북한의 인권문제는 국제적 쟁점으로 부각되어,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년 연속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된 바 있다. 이번 결의안의 발의자인 유럽연합은 1998년부터 북한과 인권개선을 위한 협의를 지속해 왔다. 아울러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돕고 외교적 고립을 탈피시키기 위해 프랑스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이미 수교를 마쳤고 경제적 지원, 경수로 건설에도 일조를 하였다.

북한은 결의안의 통과에 대해 “이번 결의안은 EU가 미국의 압살정책에 편승해 내정 간섭과 정권 교체를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으로 단호히 거부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유럽연합이 취한 일련의 조치를 볼 때 북한의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북한에서 어린이와 산모의 인권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이 결의안 채택의 동기부여의 시작이었다.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결의안’ 표결에 앞서 한국정부는 기권할 것임을 표명하였다. 한국정부가 대북 인권 결의안에 반대한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남북 관계가 경색되지 않도록 하고 북한의 인권문제를 점진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한국의 정치발전은 경제발전 못지않은 하나의 쾌거로 알려져 있고, 한국정부도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개선을 지속적으로 강조하여 왔다. 이런 맥락에서 미얀마 인권침해 결의안도 공동발의 한 것이다. 문제는 한국정부가 북한의 인권 문제를 지나치게 특수성만을 고려한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정부가 내세우는 화해와 협력을 통해 북한을 지원하고 남북한의 긴장관계를 해소하여 궁극적으로 북한을 변화시킨다는 원칙은 적어도 하나의 맹점을 갖고 있다. 즉, 북한인권을 거론하면 과연 남북관계는 경색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매년 북한에 대해 상당한 지원을 하고 있는 한국이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그것도 간접적으로 개선요구도 못한다면 과연 지금까지의 정책은 무엇을 얻기 위한 노력이었는가라고 반문하고 싶다.

오히려 북한의 인권문제는 향후 북한이 국제적 고립을 벗어나 정상국가로 나가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브란트 수상시절 동방정책의 핵심 브레인이었던 에곤 바르 장관은 서독의 동방정책은 소련을 움직여, 소련이 동독을 움직이게 하는 일종의 우회정책이라고 말한바 있다. 한국도 북한의 인권개선을 통해 남북관계를 한 단계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

유엔의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결의안’이 구속력은 없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나타내는 상징성과 보편적 가치로 인해 향후 북한에 대한 외교적 압박 수단으로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는 한국정부가 적극적으로 북한이 인권 특별보고관의 방북과 같은 유엔 결의안을 따르고 인권개선에 힘쓰도록 북한을 설득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정부가 지나치게 남북관계의 특수성만을 강조한 채, 그 틀 안에서 인권문제를 소극적으로 접근하는 경우 향후 유엔이 취할 다양한 액션에 갈등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는 한국의 문제이다. 남이 대신해서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한국의 위상과는 맞지 않는다. 북한에 대한 설득과 동시에 중국에 대해서도 탈북자의 강제송환과 같은 비인도적인 정책에 대한 재발 방지를 강력히 촉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미 통과된 결의안을 존중하여 유엔의 활동을 지지하는 정책으로 선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정책의 시행이야말로 민주화된 한국의 정치적, 외교적 위상을 세계에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며, 북한이 세계무대로 진출하면서 겪을 장애를 사전에 해소하는 길이다.

양운철(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ucyang@sejong.org